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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새끼줄과 뱀의 비유

기자명 인경 스님

우리는 고통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 갖춰

불교경전에는 ‘지혜로운 사람은 첫 번째의 화살을 맞지만, 두 번째의 화살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첫 번째 화살과 두 번째 화살은 무엇인가? 먼저 비유적으로 살펴보자. 어떤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새끼줄을 밟았는데 뱀을 밟은 줄 알고 매우 놀랐다. 새끼줄을 밟은 것은 첫 번째 화살이다. 새끼줄을 밟았으면서도 그것을 뱀이라고 인식하여 놀람을 경험하는 것은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과 같다.

자본 논리로 표현된 내적 갈등
소비로 연결되어 탐착이어져
무의식 욕망 피할 순 없지만
해석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새끼줄은 존재하는 그대로의 사물을 말한다. 뱀은 사물을 그대로 보지 못한 주관적 인식을 말한다. 경전에 의하면 지혜로운 사람은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 다른 말로는 일반인에게는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경전의 설명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어리석은 중생은 어떤 대상을 접촉하면, 괴롭거나 혹은 즐거운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들은 곧 근심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원망한다. 이들은 느낌에 집착하고 얽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괴로운 느낌에 대해서 회피하고 짜증을 낸다. 반면에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탐착을 일으키고 그것에 집착 한다. 여기서 1차 화살은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이다. 2차 화살은 이런 느낌에 대한 이차적인 반응으로써 짜증이나 탐착과 같은 마음작용을 말한다. 일상에서 이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다. 경전에서는 이것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단지 즐거운 느낌이 그곳에 있을 뿐, 그곳에서 탐착으로 발전하지 않고, 괴로운 느낌을 느낄 때 단지 괴로운 느낌을 그곳에 있을 뿐, 그곳에서 짜증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아, 지혜로운 사람은 참 희귀하고 거룩하고 존귀한 존재이다.

일상에서 범부는 ‘느낌’이라는 첫 번째 화살을 받게 되면 ‘마음현상’이라는 2차 화살을 받게 된다. 곧 뱀을 잡고자 산에 간 사람은 새끼줄을 뱀으로 인식하면 기분이 좋을 것이고, 뱀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하면 극도의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경험의 밑바닥에는 갈망이나 기대가 놓여있다. 대상에 대해서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거나, 대상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1차 화살의 느낌에 대해서 2차 화살의 탐착이나 혐오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파브로브 개는 종소리를 듣게 되면 침을 흘리게 된다. 왜냐하면 밥을 먹을 때마다 종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 행위와 종소리가 서로 연결돼있다. 종소리를 들을 때 밥을 먹고, 밥을 먹고 있으면 종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만약에, 파브로브의 개가 음식에 대한 탐착이나 갈망이 없다면 어떨까? 그래도 여전히 종소리를 듣고서 파브로브 개는 침을 흘릴까?

이런 실험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파브로브 개에게는 음식에 대한 탐착이 있다는 것이고, 개 자신에게 어떤 종류의 실험이 행하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 자각이나,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브로브 개에게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각능력과 음식에 대한 탐착에서 초연해지는 고요함을 선물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종소리에 침을 흘릴까?

오늘 날 우리 문화는 자꾸 종소리를 울린다. 종소리를 듣게 되면 우리는 무의식속에서 침을 흘리게 된다. 우리의 내적 갈망은 자본의 논리로서 표현되고 이것은 곧 소비문화로 연결된다. 소비문화는 괴로운 느낌에 대해서 회피하고,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탐착하라는 끊임없는 화살을 제공한다. 2차 화살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1차 화살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대한 2차적인 해석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뱀이라고 착각할 수가 있지만 두 번째 경험을 할 때는 그것을 새끼줄로 인식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이지만 동시에 지혜로운 사람이기도 하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74호 / 2014년 12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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