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달라이라마의 책
5. 달라이라마의 책
  • 심정섭 기자
  • 승인 2014.12.30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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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자비에 대한 사유, 110종 책에 담아 세상과 소통

“폭력은 더 많은 폭력을 불러일으킬 뿐이므로, 우리의 투쟁은 언제까지나 비폭력적인 것이어야 하며 증오를 품지 말아야 합니다. 승려로서 저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우애에서 비롯됩니다. 서로에 대한,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세상에 대한 보편적인 책임감을 길러야 합니다. 제가 믿는 불교는 우리가 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사랑과 자비를 베풀게 하지만,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과 보편적인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모든 종교가 똑같은 목표를 추구합니다. 즉, 인간의 선한 본성을 일깨우고 모든 인간에게 행복을 안겨주자는 것이지요. 수단은 서로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목표는 똑같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수행자 본분 충실

연민심·용서·평화·행복 등
화두삼아 깊이 사유한 결과
책에 옮겨 세상 사람과 공유

종교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에 감동주고 치유 도와

1962년에 출간한 초기작품
‘My Land and My People’
1989년 ‘티벳 나의 조국이여’로
국내 출판…티베트 현실 알려

전 세계에 관련서적 1058종
국내서도 종교·정치·역사 등
12개 분야서 130여종 출간



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는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사랑과 자비, 보편적 책임감을 길러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오늘날 티베트를 넘어 세계인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 달라이라마는 자신이 갖고 있는 그러한 생각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수많은 강연과 법문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직접 만날 수 없는 더 많은 사람들과 ‘책’으로 소통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보폭을 넓히며 혼란한 세상에서 진리와 행복을 찾아 헤매는 대중들에게 언제나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 있다”고 강조한 달라이라마는 ‘자비심’ ‘연민심’ ‘관용’ ‘용서’ ‘평화’ ‘행복’ 등을 화두처럼 여겼고, 세상 사람들을 위해 책 속에 그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또는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 모두는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행복은 각자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믿음이다.”

언제나 ‘행복은 각자 마음 안에 있다’고 강조해온 달라이라마가 세상 사람들에게 그 진리를 전하고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창으로 삼아 직접 저술한 책만 110종에 달한다. 달라이라마 오피스에서 운영하는 달라이라마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962년 펴낸 ‘My Land and My People’을 시작으로 2013년 출간한 ‘The wisdom of compassion’까지 110종으로, 이 책들 속에 그동안 화두처럼 여겨온 ‘자비심’ ‘연민심’ ‘관용’ ‘용서’ ‘평화’ ‘행복’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처님이 팔만사천의 방편설로 중생들을 교화했듯이 ‘살아있는 부처’, 혹은 ‘살아있는 성인’으로 불리며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달라이라마 역시 세상 사람들의 근기에 맞게 여러 방편을 책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이라마가 직접 저술한 책은 1980년 이전 4종, 1981년부터 1990년까지 18종, 1991년부터 2000년까지 48종, 2000년 이후 현재까지 40종 등이다. 뿐만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58종의 달라이라마 관련 서적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중에서 국내에 번역되고 유통 중인 책도 130여 종에 달하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직접 저술한 책 가운데 초기작인 ‘My Land and My People’은 국내에서 1989년 ‘티벳, 나의 조국이여’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달라이라마가 지나온 시절을 회고하면서 쓴 이 책은 회고록, 또는 자서전으로 불리며 많은 독자들에게 티베트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책은 1935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네 살 때 달라이라마로 추대된 이후 중공군 침공으로 인한 인도 망명은 물론, 티베트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정까지 그대로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과거를 회고하고 현재의 상황을 옮기면서도 “나는 끝까지 비폭력 정책을 따랐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중국이 우리나라에서 범한 잔학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중국 사람들을 증오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결국 모든 사람들의 소원은 오로지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나의 희망은 인류의 가슴 속에 있는 정의와 진실에 대한 사랑과 티베트인의 용기에 있다. 요컨대 나의 믿음은 부처님의 자비에 있는 것”이라며 부처님 자비를 바탕으로 비폭력 투쟁을 이어가면서 마음의 평화를 구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달라이라마가 왜 세계인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달라이라마는 또 화나 미움의 본성을 이해하고 알아갈수록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타인의 행복에 깊이 관심을 갖거나 자비심을 갖는 것임을 강조한다. 달라이라마가 말하는 행복으로 가는 길 찾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담은 책들은 전 세계를 열광케 했으며, 국내에서도 1987년 ‘떠돌이 성자’, 1989년 ‘티벳 나의 조국이여’, 1989년 ‘애정, 투명, 그리고 통찰’ 등의 책이 출판된 것을 비롯해 가장 최근작인 ‘위대한 지도자’와 ‘달라이라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 등 달라이라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서적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달라이라라가 직접 저술했거나, 혹은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도서 중 국내에서 출간된 책은 시·에세이(45), 종교(32), 어린이(7), 소설(7), 인문(5), 자기계발(5), 정치·사회(4), 역사·문화(3), 과학, 가정·생활, 외국어, 예술·대중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130여 종이다. 그 중에서도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왔고 지금까지도 이 책을 찾는 독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와 ‘행복’을 주제로 나눈 대화를 묶은 책은 당시 새천년을 맞으며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행복을 갈구하던 대중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달라이라마는 여기서 인간관계, 건강, 가정, 직업, 우울함, 걱정, 분노, 질투 등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난관을 헤쳐 나가고 내적인 깊은 평안함을 간직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사람들은 마음의 수행을 통해 차츰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버리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을 키우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문을 연 달라이라마는 “타인들도 나와 똑같이 고통 받고 있고, 똑같이 행복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관계의 시작”이라며 친절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변치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애정과 자비심, 그리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뿐 아니라 친구와 친척, 낯선 사람과도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자비심은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초가 되며, 그것 때문에 인간의 삶은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자비심이 없다면 삶의 기초가 없는 것과 같다”며 자비심을 기르는 것이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역설했다.

달라이라마는 존경받는 종교인이면서도 종교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나눈 이야기를 체화해 고민하고 숙고해 수행자로 살아온 자신만의 색채를 입힌 책을 통해 또다시 세상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렇게 직접 저술한 책 110종이 지금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출판돼 수많은 사람들 손에 들려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달라이라마의 책을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 안에는 종교를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언어로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의 행보가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속에 담긴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은 그동안 어느 누가 전한 힐링 메시지보다 더욱 큰 감동을 주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것은 물론, 각자가 서 있는 사회·국가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하도록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덕분에 세상 사람들은 그가 세상과 소통하고자 엮은 책을 통해 사랑과 자비가 갖는 힘을 믿게 되고, 나와 너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아가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76호 / 2015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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