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흐르는 골짜기에도 정과 자비 싹틀 때 환희”
“빈곤 흐르는 골짜기에도 정과 자비 싹틀 때 환희”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4.12.3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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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드림센터 김유빈 매니저

▲ 김유빈 매니저는 몽골 드림센터에서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 회복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바람만 불면 쓰레기가 휘날렸다. 서울의 판자촌 같은 몽골 게르촌. 수도 울란바토르에 형성된 그림자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기후변화로 고향에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들이 도시로 옮겨왔으나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은 없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전통가옥 게르를 짓고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하자 숫자는 급속히 늘었다. 몽골은 이곳을 애써 외면했다. 그 사이 이곳에 모여든 국민들은 ‘빈민’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 힘들게 살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은 꿈도 못 꾼다. 멀리 있는 우물에서 물 길어 수레에 싣고 먼지 날리는 흙길을 걸어와야 한다. 그곳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2007년 연꽃씨앗을 심었다. 복합 사회복지시설 ‘드림센터’를 열고 주민들과 함께하고자 한 것. 지난해 3월 파견된 김유빈 몽골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이곳은 2015년 3월초까지 집이다.

조계종복지재단서 1년간 파견
현재 울란바토르 게르촌서 활동
주민에 미술·한글·댄스 교육
사랑방 같은 이동도서관 운영


NGO 단체 월드프렌즈 코리아 봉사단 소속인 그는 중앙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밟던 중 자연스럽게 드림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국제개발 활동가를 모집하는 사회복지재단 공고는 불자인 그에게 피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아동빈곤과 가족정책을 공부하고 있었기에 현장 체험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현지인 2명과 함께 머물고 있는 그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게르촌 24동에 위치한 드림센터는 서울역 앞 비행청소년이나 노숙자 지원시설처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드롭-인’ 역할을 한다. 주로 8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 중심으로 미술, 놀이, 역사, 한글, 댄스 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드림센터 반대편에도 이동이 가능한 ‘게르도서관’을 신설해 접근성을 높였다. 또 마을 내 여성가장으로 이뤄진 저축그룹을 만들어 서로 도우며 빈곤의 나락에 빠지지 않도록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적은 인력에 게르도서관 등 2곳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일은 녹록치 않다. 재단 직원이나 지부장이 없어 현지 사정이 반영된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그는 웃는다. 그는 빈곤이 흐르는 골짜기에도 정과 자비심은 싹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격했다. 현지 아이와 부모들은 궁핍한 상황에서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에 함께 온 동기 중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을 조카로 둔 봉사단원이 있었습니다. 기도하고 기도해도 슬픔과 아픔은 줄어들지 않았어요. 어느 날 드림센터 주방 구석에서 몰래 눈물 훔치던 나를 발견한 아이들이 하루 종일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고 안아주고 웃어줬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의 꿈은 몽골에서 여물고 있었다. 부처님과 인연을 맺고 몽골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삶의 방향을 뚜렷하게 만들었다. 철원 심원사 도후 스님 추천으로 중앙대 불교학생회에 가입했고, 대학 2학년 땐 정토회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선재수련으로 인도에 다녀온 뒤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는 등 부처님과 인연을 두텁게 했다. 고향 춘천 삼원사 주지 혜담 스님에게 청정심이란 법명을 받자 불교사회복지 원력은 더 깊어졌다.

“마음 가득 자비심이 있다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생명 있는 존재 모두에게 연민을 일으켜야 하지 않을까요. 불자야말로 평화로운 세상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불교를 기반으로 하는 부모교육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김유빈 몽골 프로젝트 매니저는 게르촌 24동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주민들은 마음에 ‘빈민’ 딱지를 하나 둘 떼고 있으며 자신은 그들에게서 ‘연민’이라는 마음에 하나 둘 키워가고 있다. 그가 생각했던 진정한 국제개발활동이리라. 아니, 부처님의 동체대비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276호 / 2015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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