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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아닌 삶 함께 만들어가는 이웃으로 남고 싶다”

  • 새해특집
  • 입력 2014.12.30 16:59
  • 수정 2014.12.30 17:00
  • 댓글 0

동티모르 더프라미스 옥세영 팀장

▲ 옥세영 팀장은 동티모르에서 세계의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동티모르 아수마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스스로가 자신의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낼수 있도록 돕습니다. 주민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데 목적을 두는 것이죠. 더프라미스는 불교를 기반으로 설립됐지만 종교를 떠나 보편적 인도주의를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업이 끝나더라도 개발자나 지도자가 아닌 친구로, 그리고 이웃으로 남고 싶어요.”

2010년 현장조사부터 총괄
작년에는 직접 현장에서 활동
풀뿌리 마을 형성 최종 목표
경험·지혜 나누는 연대 꿈꿔

더프라미스 동티모르에서 활동 중인 옥세영 팀장은 “가족 중심이나 국가란 개념보단 세계의 이웃과 함께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더프라미스에 입사했으니 NGO국제개발활동가로 활동한 지 벌써 6년이다.

동티모르는 미얀마 현장이후 더프라미스가 두 번째로 찾아낸 현장이다. 옥세영 팀장은 국가 선정부터 지역 사업까지 한국과 동티모르를 오가며 다양한 업무를 겸했다. 2010년 현장조사를 시작해 2011년 처음 한국인 활동가를 파견시켰다. 3명의 한국 활동가를 거쳐 2014년 3월 말부터 직접 동티모르에서 현장을 살피고 있다.

더프라미스는 2012년부터 코이카 민간단체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동티모르 아수마노 마을에 식수사업을 시작했다. 사실 식수사업 자체는 더프라미스의 사업 목적이 아니다. 마을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개별사업을 넘어, 식수사업이 매개가 돼 풀뿌리 마을 지원 사업으로 이어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풀뿌리 마을 지원 사업은 예산이나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어 이끌어 가는 게 쉽지 않다. 민주적 주민자치 경험이 없는 마을 주민들이 이런 규모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이끄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옥팀장은 주민 스스로 급수관리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또 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업을 실행하고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면장이나 정부관리들의 일방적 발언에 익숙해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데 아직 낯설어해요. 소소하더라도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의견을 나누며 민주적으로 뜻을 모을 수 있도록 돕죠. 그렇게 모여진 결정이 자발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는 게 가장 큰 임무입니다. 조직된 힘이 주민 개개인이나 마을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타지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옥 팀장은 “주민들에게서 자그마한 변화가 감지될 때 힘이 된다”고 말한다. 처음 주민회의에서 침묵을 지키던 주민들이 이제는 한 마디씩 목소리를 보태는 모습을 볼 때, 식수공사 완공식을 스스로 의논해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마을을 걷다보면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곤 하는데, 주민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현재 옥 팀장의 가장 큰 발원은 자본에 의해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동티모르는 2002년 인도네시아 식민지에서 독립했다. 그 과정 속에 유엔이나 국제기관, NGO들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사람뿐 아니라 돈도 함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변한 주민들도 많다. 흔히들 “손이 탔다”고 표현하는 것들이다. 외국인을 돈으로 보는 주민들을 대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이것은 단체들의 책임이기도 하기에 미안한 마음 역시 크다. 옥 팀장은 “주민들의 자립심을 해치지 않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며 “섬세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종교의 선교를 위한 개발 사업을 경계했다. 가톨릭을 배경으로 가진 국가에서 타종교에 기반을 둔 단체는 더욱 조심과 섬세함을 기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직 해야할 것과 하고 싶다는 것이 많다는 옥 팀장은 “이끌어주는 이가 없어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질 때까지 아수마노 마을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옥팀장은 주민들이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 나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더프라미스가 그들 곁을 지키고 있어서다.

“자본에 의해 마을이 휩쓸리지 않도록 탄탄한 구성이 요구됩니다. 우리 역할도 크기에 어깨가 무겁죠. 마을을 떠난 청년들이 다시 돌아와 고향에서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갔으면 좋겠어요. 마을의 삶이 팍팍한 도시보다 넉넉하고 풍요로워져야겠죠. 그러기 위해선 협력과 지원이 필요해요. 저와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아수마노 마을이 좋은 사례가 돼 다른 마을에도 경험과 지혜를 나눠주고 연대해 나가길 서원합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76호 / 2015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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