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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찰 숲 왜 주목해야 하나

조계종 보유 숲 매년 1조800억원 가치 창출

▲ 국내 사찰 중 가장 넓은 숲을 가진 평창 월정사는 들머리 전나무 숲으로도 유명하다.

사찰하면 곧 숲이다. 불교를 숲의 종교라 일컫는 이유도 숲이 없는 사찰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숲이 조계종 1년 예산의 22.5배나 되는 1조800억원의 가치를 매년 창출하고 있음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평생 1~2억원의 목돈조차 쉽게 손에 쥘 수 없는 세태에, 1조원이라는 거액의 크기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조계종의 1년 예산이 480억원이고, 올해 확정된 나라의 예산이 376조원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조계종 총무원 1년 예산 22.5배
59곳 사찰이 100만평 숲 보유

산림청, 20년 전부터 가치주목
수백억 들여 산림테라피 추진

사찰서 ‘산감’직책 점차 사라져
숲의 종교 불교, 활용 주목해야

1조800억원의 가치는, 국내의 산림 636만ha에서 창출되는 공익기능 평가액이 109조70억원(2010년 기준)이니, 이를 종단의 산림(최소 추정 면적 6만3000ha)에 대입하면 산정되는 평가액이다. 이 금액은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사찰의 숲에서 2만1000원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뜻한다.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액이란 숲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수원함양, 산림정수, 토사유출 붕괴 방지, 산림동물 보호, 산림휴양, 이산화탄소 흡수, 산소생산, 대기정화, 산림치유, 산림경관)을 자산 가치로 셈한 것을 말한다. 이 평가액은 우리 산림이 성장해감에 따라 계속해서 불어나는 추세(해마다 9.5% 이상씩)이고, 생태보전이 잘된 사찰림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 평가 가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사찰림의 공익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과 군립공원의 산림면적 중 사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8.3%, 15.5%, 13.6%에 달하며, 신흥사와 해인사의 사찰림이 설악산과 가야산 국립공원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의 50~80%만큼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사찰림의 공익가치에 대한 중요성은 조계종과 산림청이 2008년 맺은 ‘사찰산림 보호 및 공익적 가치 증진 업무협약’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업무협약에 따라 산림청은 2011년에 전국 25개 교구본사에 ‘사찰임야 현황도’와 ‘사찰임야 임상도’를 배포했다. 배포된 ‘사찰임야 현황도’에는 조계종 소속 485개 사찰림의 임야구역 경계가 구분되어 있으며, ‘사찰임야 임상도’에는 나무의 종류와 굵기, 나이 등의 정보가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산림청이 조계종의 사찰임야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담은 자료를 제작하여 교구본사에 배포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과문한 탓인지 종단에서 이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사찰림에서 좀 더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기 위한 조계종의 움직임과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종단의 기획실장이 2013년 새해 계획으로 “사찰림을 비롯한 정신문화와 관련된 불교 자원을 국민 치유와 사회 통합에 활용할 수 있는 지원책”의 수립 필요성을 피력했거나, 2014년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전통문화 계승 발전 방안’의 하나로 사찰림의 ‘공익적 가치와 불교적 가치’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정책을 종단에서 제안한 사례가 그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익적 가치 증진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은 물론이고, 천수백 년 동안 불교적 가치로 활용해온 종교림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진지한 고민조차 듣지 못했다. 종단을 포함한 불교계는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조’ 단위의 공익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과연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종단이 소유한 사찰림의 경계는 물론이고 그 숲의 구체적 정보까지 산림청에서 제공했는데도 사찰림에 대한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계종 총무원의 ‘산림국장’직이나 각 사찰마다 있던 ‘산감’직이 직제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이유나, 사찰림을 관리할 예산을 쉬 찾을 수 없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사찰경제에 도움을 주던 사찰림의 벌채 수익을 더는 기대할 수 없고, 비록 1조800억원이라는 거액의 공익가치가 사찰림에서 창출될지라도 사찰의 운영에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찰림에서 얻는 벌채 수입과 공익가치는 금전적 재화로 계량화할 수 있지만 사찰림의 불교적 가치(종교적 기능이나 역할)는 정신적 가치이기에 쉽게 계량화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사찰 숲에서 얻는 자비, 탈속, 무상, 불성, 광명, 풍요, 생명에 대한 종교적 자각을 금액으로 산정하기란 쉽지 않은 이치와 같다. 사찰 숲에서 창출되는 불교적 가치를 도출하고 국민 모두에게 알기 쉽게 제시할 수 있는 이론적 성찰이나 고민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어려움 때문이겠지만, 종단의 무관심과 무지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조계종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대부분(96.65%)이 임야이고, 불교가 숲의 종교인데도 미술사를 전공한 박사스님은 다수인 반면 산림학을 공부한 박사스님은 한 분도 없는 현실이 그 무관심을 상징한다.

사찰림에 대한 종단의 소극적 태도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기관이 있다. 산림청이다. 나무를 열심히 심고 산불을 끄고 병해충을 방제하던 기관으로만 여겼던 산림청은 20년 전부터 숲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숲을 경제자원으로만 보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의 건강·복지·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복합자원으로 새롭게 인식한 것이다. 산림청은 산림휴양, 산림문화, 숲 해설, 숲 유치원 등을 넘어서 이제 국민의 생애주기별 복지를 산림에서 해결하겠다고 뛰어들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산림치유다. 산림청은 수백억원(수천억원이란 설도 있다!)의 예산을 들여 산림테라피센터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개설 중인 ‘치유의 숲’은 기존 4곳(산음, 청태산, 장성, 양평)에 이어 2015년에는 추가로 4곳(민주지산, 용권산, 정남진, 서귀포)이 더 개장될 예정이다.

안타깝게도 불교계는 숲과 함께 생활해온 장구한 역사적 전통과 질적으로 월등히 뛰어난 하드웨어(사찰림과 사찰)와 소프트웨어(템플스테이, 명상 및 마음치유)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사찰림의 불교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에 걸쳐 59곳의 사찰이 100만평(330ha) 이상의 숲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넓은 사찰림을 ‘국민치유’와 ‘사회통합’에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찰은 없다. 휴먼웨어(산림 전문가, 산림치유 전문가, 생태체험 전문가, 숲 해설가)를 갖추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하지만, 지엽적인 핑계일 뿐이다. 오히려 종단을 비롯한 불교계가 산림에 대한 고루한 인식의 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고루한 인식의 틀이란 사찰림의 불교적 가치를 정립하거나 계발할 의지 없이 기존에 개발된 공익가치에만 함몰되어 있거나 산림에 무관심한 상태를 말한다.

21세기의 사상적 특징은 생태주의의 출현에서 찾을 수 있다. 불교적 세계관이야말로 생태주의나 생태윤리에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의 산림 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찰림의 예상되는 이용 형태는 생태소비이겠지만, 그에 대한 대비도 없는 실정이다. 환경과 생태의 가치가 고양되는 21세기에 종교림인 사찰 숲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종단의 비전문성과 무관심으로 인해 사찰림(국립공원)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사찰림의 불교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의 차이를 올바로 설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찰림의 활용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 양산 통도사는 가람 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성을 상징하는 전통문화경관인 들머리 소나무 숲을 지켜냈다.

언론이나 타 종교단체가 사찰림의 소유권 형성 과정이나 사찰림의 면적 증감을 주시하는 이유는 사찰 숲의 불교적 가치보다 공익적 가치를 중하게 여기는 시대정신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찰 숲’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숲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는 세태에 사찰 숲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구명(究明)해야 하는 당위성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오늘날 갖고 있는 사찰 숲에 대한 인식의 편린은 불교가 종교림으로서 숲을 소유하고 관리 이용한 1700년 동안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사찰림의 형성과 소유와 이용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그래서 숲의 종교라는 불교가 앞으로 숲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모색하는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일에 독자 여러분의 조언과 격려와 질타를 고대한다.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ychun@kookmin.ac.kr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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