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장례염불 봉사-울산 황룡사
1. 상장례염불 봉사-울산 황룡사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5.01.20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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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마음으로 극락왕생 기원하니 사찰 찾는 불자도 늘었죠”

▲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과 신도들. 스님은 2008년부터 상장례염불 봉사를 펼쳐왔다. 2012년부터는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태화강변을 따라 걷다 태화루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도심 속 사찰 황룡사(주지 황산 스님)를 만날 수 있다. 울산광역시 중구 학산동에 자리 잡은 황룡사는 여느 도심포교당에 비해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외벽이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빌딩에서 1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모두 사찰의 공간이다. 층별로 법당과 공양간, 다실은 물론이고 어린이·청소년 공부방까지 갖춘 덕분에 황룡사는 다양한 연령의 신도들로 늘 북적인다. 인근 공업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불자들도 황룡사를 찾아 신행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에는 태화강변에 부지를 마련하고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용화도량의 신축불사를 시작했다.

2008년 사찰 개원식 이후
스님 홀로 봉사활동 펼쳐
2012년부터는 팀 만들어
체계적 상장례염불 활동

신도 자부심·유대감 깊어져
사찰 신도증가에 기여하기도
병원·공단과 연계활동 계획


점점 위축되고 있는 도심포교에 대한 불교계의 우려가 커지는 현실에서 황룡사의 발전은 눈여겨볼만 하다. 이는 무엇보다 사찰재정과 보시내역을 공개하고 신도들의 참여를 적극 장려하는 등 사찰을 열린공간으로 만들려는 주지 황산 스님의 적극적인 노력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황룡사 개원 직후부터 상장례염불 봉사에 나서며 많은 이들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끌어온 점은 오늘의 황룡사를 만들어낸 요인 가운데 하나다.

▲ 울산광역시 중구 학산동에 자리 잡은 황룡사 전경.

1991년 출가 후 선방에서 수행에만 매진해오던 스님은 도심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2008년 황룡사를 세웠다. 사찰 소식지를 직접 만들어 배포했으며 인터넷 카페를 활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귀의토록 했다. 병원과 구치소에서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고 공양을 나눴다.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을 위해 매주 한 번 도시락을 싸들고 집을 찾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상장례염불 봉사였다. 평소 막연하게 생각만 해왔지만 포교당 건립 후에는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가기 시작했다. 위로와 도움이 필요한 순간,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영가들에게 평온을 선사해 좋은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서원 또한 상장례염불 봉사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나아가 가족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불자들이 사찰이나 단체에 자연스럽게 상장례염불을 요청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처음에는 신도들의 동참 없이 개별적인 활동을 펼쳤다. 신도나 신도의 가족·친구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장례식장을 찾아 정성스럽게 염불을 했다. 간간히 신도들을 데려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고인과 친분이 있을 경우에만 해당됐다. 그렇게 5년여를 홀로 상장례염불 봉사를 하다 2012년 무렵 팀을 만들어 체계적인 활동을 이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상장례염불팀을 만들고 봉사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신도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강제로 동참시키기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현재 상장례염불팀은 30여명에 이른다. 장례식장에 가야 할 일이 생길 경우 많으면 10명, 적어도 5명 이상은 반드시 참석한다. 최근에는 스님이 직접 신도들에게 동참 문자를 보내면서 참석률이 부쩍 늘었다. 인터넷 카페에 염불봉사팀 모집공고를 올린 것도 신도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상장례염불팀이 활성화되자 사찰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장례식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망자를 위한, 그 가족들을 위한 염불 봉사는 봉사단 분위기를 바꿨고, 다시 황룡사의 분위기를 바꿨다. 사찰 내에서 공양을 함께하거나 불교대학 강의를 함께 듣는 것 외에 이렇다 할 교우가 없었던 신도들은 상장례염불 봉사를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눴다. 불자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은 물론 황룡사 신도라는 자긍심도 생겼다. 상장례염불 봉사는 여느 봉사활동보다 신도들을 더욱 자비롭고 활동적으로 변화시켰다.
황룡사 신도 박명자(57, 수미정)씨는 “처음에는 장례식장 가는 게 너무 두렵고 떨려 막상 가면 아무것도 못하고 사람 뒤에 숨어있기만 했다”며 “상장례염불 봉사에 참여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지금은 보람을 느끼며 봉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갑작스럽게 봉사일정이 잡히면 참여해야하는지 갈등하기도 하지만 봉사가 끝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심을 느낀다. ‘오길 참 잘했다’고 항상 나 자신을 칭찬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 황산 스님과 신도들은 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울산은 물론 부산·경남지역까지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는다.

고영숙(59, 월인화)씨 역시 “이곳 황룡사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상장례염불 봉사에 참여했다”며 “영가를 좋은 곳에 보내드린다는 보람 외에도 도반과 함께한다는데 기쁨을, 스님과 유대감을 쌓는데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팀을 만든 이후부터 황룡사를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의 대상이 신도에 국한됐지만 이후 가족과 친척·친구로 범위를 넓혔으며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이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한두 명씩 황룡사를 찾기 시작했다. 신도증가는 사실 상장례염불 봉사의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에 놓여있는 도심포교당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황산 스님은 “신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는 상장례염불 봉사를 결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겠다는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정성이 뒷받침될 때 봉사자와 유가족들의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고 결국 포교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룡사 상장례염불팀은 현재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 공단, 병원 등과 연계해 보다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겠다는 것. 지금까지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부터는 봉사팀과 각 기관이 고리를 맺는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해 100여명에 이르는 황룡사 불교대학 입학생들도 동참을 유도할 방침이다.

황산 스님과 신도들은 오늘도 봉사활동을 통해 쌓은 깊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신행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날, 부산·울산·경남 외 전국 곳곳에서 황룡사 상장례염불팀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울산=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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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례염불 봉사, 포교로 이어지길”

황룡사 주지 황산 스님

 
황산 스님은 지난해 12월31일 울산구치소 교정교화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스님은 신도들과 함께 7년 동안 울산구치소를 찾아 법회를 열었다. 이밖에도 상장례염불 봉사를 포함, 다채로운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스님은 “불교가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편 가운데 가장 쉬운 방식이 바로 상장례염불 봉사”라며 “그럼에도 스님·재가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상을 당한 불자들이 장례염불을 선뜻 요청하지 못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비용문제에 대한 부담”이라며 “봉사자들에게 차 한 잔 대접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풍토를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장례염불팀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장례식장을 찾아 기도해주고 염불해준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스님이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염불 봉사에 빠지지 않으려 하는 것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스님은 “우리는 영가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죽음 이후 며칠이 중요한 시기다. 이때 염불을 정성껏 해드리면 영가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염불 봉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종단이 상장례염불 봉사에 대한 관심을 재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포교로 이어진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다. 스님은 “망자를 위해 염불하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을 부처님 법으로 인도하게 된다면 더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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