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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를 위한 반박

  • 기자칼럼
  • 입력 2015.01.26 11:52
  • 수정 2015.02.02 12:11
  • 댓글 3

키아누 리브스가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최근 개봉한 영화 ‘존 윅’의 홍보 차 내한했던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기자회견 기사를 살펴보다 ‘불교신자 아니지만’ ‘실제로 불교를 믿지 않지만’이라는 제목에 아연실색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리처드 기어, 안젤리나 졸리 등과 더불어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불교신자로 손꼽혀 왔다. 영화 ‘리틀 붓다’의 주인공이었다는 단순한 이유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불교신자임을 누차 밝혔었고 수행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었다. 특히 2008년 국내의 유력 영화 주간지가 보도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개봉 인터뷰에서도 “완벽한 세상, 유토피아, 그런 말 자체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불교의 사상처럼 인류에 대한 동정심과 애정, 그리고 함께 괴로움을 나눌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모두가 행동한다면 그게 완벽한 세상이 아니겠나”라고 밝혀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천을 느끼게 한 바 있었다.

그런 그가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했다니,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그의 팬이기도 했던 입장에서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서둘러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렸던 기자회견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동영상까지 확인한 후 조금 늦었지만 그를 위한 반박을 자청하고자 한다.

“I'm not a practicing buddhist, but…”
키아누 리브스가 힘주어 또박또박 말한 문제의 발언이었다. 전문가에게 이 문장의 정확한 번역을 확인했다. “나는 실천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내지는 좀 더 불교정서에 미루어 번역하다면 “(신행에) 충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정도의 의역까지는 가능하다고 했다. 서양에서는 불교가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닌 수행에 기반한 종교라는 의미에서 ‘Practicing’을 사용하고 ‘practicing buddhist’라는 말은 ‘실천적인 불교신자’ ‘독실한 불교신자’라는 의미로 사용되므로 스스로가 그렇게 충실한, 일상 속에서 수행하는 불자는 못 된다는 겸손한 의미의 표현으로 봐야 옳다는 것이다.
이 발언이 “제가 실제로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으로 전했고, 일부 언론들은 여기에 ‘불교신자 아니지만’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과정이 결코 의도적 왜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이기도 하다.

불교는 기독교나 이슬람교 등 여타의 종교와는 달리 맹목적 믿음만을 요구하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부처님을 스승으로 여겨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수행하는 종교다. 스승인 부처님께 귀의하고 삶의 지침이 될 가르침에 귀의하고 그것을 수행하고 전해주는 스님들께 귀의한다는 삼귀의가 모든 불자 됨의 기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믿습니다’가 강조되는 신앙고백과는 그 출발부터가 다른 종교가 바로 불교이다.
더욱이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키아누 리브스가 스스로를 불교신자라 말하기 위해서는 ‘Practicing’ 즉 일상 속에서의 실천, 나아가 수행과 같은 조건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가 담긴 그의 발언이 “불교신자가 아니다”라고 전해졌다. 어쩌면 앞으로 키아누리브스를 거론할 때 “그가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말했다”라며 이 보도들이 인용될 지도 모른다. 굳이 그를 위해 반박을 자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속된 말로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그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

▲ 남수연 부장
키아누 리브스는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일 출국했다. 그가 자신과 관련된 일련의 기사들을 얼마나 모니터링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 같은 기사들과 본 칼럼의 이 사적인 대변과 관련해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본지는 기꺼이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언제든 환영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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