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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금강으로 이루어져 매우 견고한 보리도량서 수행

우리의 스승인 부처님은 성인(聖人)이신데 출가하여 도를 익히셨으니, 설산(雪山)에 머물면서 수행을 하여 정각을 이루었다. 그리고는 보리도량(菩提道場)에서 설법을 하셨으니 이곳은 설산의 청량한 곳이다.

중생은 똑같은 법성 근원에
있으면서도 동정과 미오의
차별을 스스로 만들어내니
경계에 흔들리지 않게 한 것

그렇게 하신 뜻은 무엇이었을까. 중생들이 다함께 오욕(五欲)의 불길 속에서 모두가 번뇌에 불타면서 밤낮으로 지져지고 볶아지면서도 그 불길을 끄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는 홀로 벗어나고자 하고 있으니 모든 것이 끊어져버린 곳이 아니면 이 몸과 마음을 만 길이나 되는 얼음 속에 파묻어버려서 뼛속에 매서운 추위가 스며들어 굶어죽게 될 것이다.

크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은 어떻게 뜨거운 불을 꺼서 뼈가 녹아버리는 것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우리 스승께서는 이 보리도량 가운데에서 수행을 하셨다. 또 그 보리도량은 금강(金剛)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매우 견고한 곳이다. 이곳에서 하신 설법의 내용은 성해법문(性海法門)이다.

지혜의 바다는 자성이 없는데 미혹하면 업이 되고 식(識)이 된다. 그 때문에 장식(藏識)의 바다라고 하였다. 이 바다에서는 항상 머물러 있는 경계가 바람에 뒤흔들림을 당한다. 깨달으면 각(覺)이 되고 지혜가 된다. 그러므로 깨달음의 바다의 본성은 맑고 원만하다고 하였다. 원만하고 맑은 깨달음의 세계는 원래 오묘하다. 이것은 중생들이 똑같은 법성의 근원에 있으면서도 허망하게 동정(動靜)과 미오(迷悟)의 차별을 스스로 만들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움직임 그 자체에서 고요함을 관하도록 하고 미혹함 그 자체에서 깨달음을 관조하게 하여 마구니와 외도에게 미혹되지 않도록 하고 경계의 바람에 뒤흔들리지 않도록 하신 것이다. [‘움직임 그 자체’의 원문은 ‘즉동(卽動)’이고, ‘미혹함 그 자체’는 ‘즉미(卽迷)’이다. ‘즉(卽)’ 뒤에 오는 글자 그 자체를 뜻하는 용법이 있다. ‘즉심시불(卽心是佛)’은 ‘마음 그 자체가 바로 부처이다’라는 뜻이다. 역자주]

저 가장 견고한 땅에 의거하지 않으면 어떻게 삿된 외도를 꺾어서 대업을 세울 수 있겠는가. 우리 스승께서는 이 보리도량에 의거해서 설법을 하셨다. 이를 통해 관(觀)해볼 때 우리 스승께서 보리도량에 의거하신 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곳에 의거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라연(那羅延)에 뜻을 두고 있다. 나라연은 견고하다. 법문으로 대해(大海)를 장엄하기 때문에 해인(海印)이라 한 것이니 삼매가 환하게 나타난다. [나라연은 보통 나라연금강으로 불리는데 불법의 수호신인 천상의 역사(力士)이다. 밀적금강역사와 함께 사찰 입구의 양쪽에 서서 수문장 역할을 한다. 힘이 코끼리의 백만배나 된다. 법장비구의 48대원 중에도 ‘나라연과 같은 뛰어난 신체를 갖추겠습니다’ 하는 서원이 들어 있다. 감산대사는 금강과 같은 견고한 마음을 가다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역자주]

‘논어’에서 “머무를 곳에 머무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하였는데 우리가 이 보리도량에 머물러야, “머무를 곳에 머문다”고 할 수 있다. 또 ‘논어’에서 말하기를 “거주하는 마을을 구할 때 어진 풍속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아름다우니 잘 가려서 어진 풍속이 있는 곳에 거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또 ‘대학’에서도 “‘시경’에서 ‘꾀꼴꾀꼴 저 꾀꼬리 언덕에서 머무누나’(綿蠻黃鳥 止於丘隅)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꾀꼬리도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무는 것을 아는 것을 말한 것이다. 사람이 새만 같지 못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하였다. 나는 이 말을 수없이 반복해서 음미할 생각이다. [부처님은 보리도량에 머물면서 설법을 하셨다. 머무를 곳에 머물면서 활동을 하신 것이다. 나 자신이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을 돌아보게 해준다. 역자주]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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