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에게 ‘중 정신’이 없다. 오로지 자기와 절 밖에 모른다. 나 역시 출가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스승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어려서 출가하고도 정치하며 절 뺏는 일부터 배웠다. 그러니 후학들에게 전해 줄 것도 없다. 조계종 종단 출범 후 50년 동안 반복되어 온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교계 대내외에 던진 이 말은 결코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다. 뼈저린 각성에서 인 참회다. 이대로 가다간 50년 후에도 이 악순환 이어질 테니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끊고 새 활로를 찾겠다는, 아니 찾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조계종이 지난 해 12월 ‘100인 대중공사’를 출범 한다고 처음 공표했을 때 이 지면을 통해 ‘100인 대중공사’의 성패여부에 대해 제언한 바 있다. 1차 성패여부는 ‘100인 인선’이었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성공적이다. 2차 성패여부는 100인의 고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100인 대중공사’ 밖의 사부대중과도 공감할 수 있는 의제를 어떻게 도출해 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3차 성패여부는 실천의지였다. 2,3차 성패여부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진정성이다.
현 집행부가 ‘100인 대중공사’를 총무원장 체제 굳히기의 한 방편, 그러니까 전위부대쯤으로 생각하고 회의를 진행했다면 첫 대중공사는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현 집행부 체제를 곱게 보지 않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공격도 있었겠지만, 친 집행부 인사 대부분, 적어도 재가자들은 서슬 시퍼런 칼을 들이댔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견과 의제는 방치된 채 비난만 난무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만큼은 하심했다. 총무원장이라는 직책마저 내려놓고, 대중공사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 교계대표 인사들에게 부탁했다. ‘조계종과 불교 미래를 위한 고견을 내어 달라’고 말이다. 이 대중공사에 거는 기대를 넘어, 현 종단이 안고 있는 폐단을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차 성패여부에 대한 가능성을 현 단계에서 추론해 본다면 성공률은 높다고 본다. 물론 그러한 진정성이 실천의지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말이다.
100인 대중공사가 ‘한국불교를 새롭게 재편하고 부처님 법을 이어갈 현대판 조계종 결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교계 사부대중 모두 한결같다는 것을 ‘100인 대중공사’참여 인사들은 잊지 말기 바란다. 그 자리서 나온 의제 하나하나가 한국불교 변화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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