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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폭행, 교계는 안전한가

  • 기자칼럼
  • 입력 2015.02.02 12:07
  • 수정 2015.02.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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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우리사회 가장 큰 이슈는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이었다.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린 여자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관련 뉴스는 충격이었다. 방송을 탄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간과 기억은 반비례한다지만 연약한 어린아이가 보육교사의 폭력에 고꾸라지는 장면은 좀처럼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 사건 이후 며칠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어린이집 사건·사고 사례만 해도 10여건에 달한다. 폭언과 폭행은 기본이고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며 어린이집 원장이 아이 입안을 휴지로 가득 채웠다는 보도는 말을 잃게 만든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을 처음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혹시’였다. 5살 아이를 둔 부모로서의 우려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다행히도’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 떠오른 단어 역시 ‘혹시’였다. 복지·사회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혹시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사실 아동폭행에 대해서는 불교계도 자유롭지 못하다. 2008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다섯 살 여아를 1월 영하의 날씨에 알몸 상태로 건물 밖 계단에 방치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어린이집이 불교계에서 운영하던 곳이었다. 당시의 국민적인 분노는 불교를 향했고 그 여파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전체로 확대됐다. 다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확인결과 인천 송도 어린이집은,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불교계 시설은 아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8~ 2012년 총 522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가 보고됐다. 한 해 평균 104건이 발생한 셈이다. 전국에 어린이집은 4만3000여개에 달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정부의 여건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CCTV 설치 의무화’‘보육교사 자격취득 기준 강화’ ‘학대 발생 시 즉각 폐쇄’ 등 대책을 내놓았다. 불교계도 혹여 산하 어린이집 가운데 문제는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하에 50여 곳의 어린이집을 보유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12월 보육교사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올 1월 다시 실시했다.

▲ 김현태 기자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루 10시간, 낮은 임금에 높은 근무강도로 대변되는 근무여건은 개선하지 않으면서 보육교사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왕 어린이포교를 위해 뛰어든 불사(佛事)라면 정부지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불교 자체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행복하지 않은 교사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기대할 순 없다. 또한 천진불을 길러내는 보육교사도 포교의 대상인 동시에  불자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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