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찰운영위원회-서울 금선사
2. 사찰운영위원회-서울 금선사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5.0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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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 공의로 일궈가는 공동체 도량 발원”

▲ 금선사는 주지스님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사찰운영위원회의 결의를 통해 중창불사를 거듭했다. 때문에 오늘날 금선사의 전경은 스님만이 아니라 재가신도 등 사부대중 모두의 자랑이 됐다.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을 이어간다. 예산책정과 종무원 채용을 비롯한 일상적 관리에서 전각건립·템플스테이 사무국 설치 등 장기적인 비전설계까지, 사찰과 관련된 모든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자리다. 스님은 재가신도에게 권위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재가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스님이 “부처님오신날 연등비를 인상하자”고 건의했지만 재가신도들은 “올해는 경제적 형편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인상은 추후로 미루자”고 말한다. 오랜 논의 끝에 결국 연등비는 동결하기로 결정한다. 대신 경내 조명을 LED로 교체하자는 안건은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져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다. 서울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금선사, 사찰운영위원회 회의의 한 장면이다.

1994년에 사찰운영위 구성
사찰 모든 재정 신도에 공개
전각 건립·부지 매입 결의도
사찰예산 10배 이상 급성장

운영위 통해 주인의식 고취
재가신도 자발적 참여 늘어
스님에 대한 존경심도 커져


법안 스님은 1994년 금선사 주지로 취임한 직후 사찰운영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조계종은 개혁종단 출범과 함께 투명하고 합리적인 종무행정을 구현하고자 각 사찰에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종헌에 명시하고 사찰운영위원회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구성과 의무, 역할 등이 불분명하고 벌칙조항 등이 빠져있어 사실상 사찰 자율의사에 맡겨졌다. 때문에 대부분 사찰은 이를 구성조차 하지 않거나 유명무실한 상태로 방치했다.

반면 개혁종단에서 입법과정에 참여했던 법안 스님은 ‘사부대중 공의로 운영되는 사찰’에 대한 오랜 꿈을 금선사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처음에 재가신도들은 제도의 도입을 환영했으나 참여하려하지는 않았다. ‘사부대중 공동체’ 보다는 ‘스님 위주’ 혹은 ‘스님의 독단적인’ 결정이 익숙한 한국불교 재가신도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제도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금선사 사찰운영위원회는 분기마다 1회씩, 1년에 최소 4번 개최를 지켜왔다. 그리고 올해까지 무려 21년째, 금선사에 관련한 크고 작은 결정을 이끌어내며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현재 사찰운영위원회에는 주지스님을 포함해 스님 3명이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20여명은 신도회와 신행단체 회장·부회장 등 재가신도다.

금선사 초대 신도회장이자 18년 동안 사찰운영위원회에 참여했던 이동열(효산) 신도회 고문은 “절집 살림을 모두에게 공개하겠다는 스님의 의지가 대단했다”고 1994년 당시를 회고했다. 이 고문은 “그때 금선사는 법당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며 “중창을 거듭해 오늘날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무엇보다 사찰운영위원회가 원활히 가동됐던 게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1994년 금선사에는 콘크리트에 팔짝 지붕을 올린 작은 법당과 벽돌 요사채, 4~5평 규모의 삼성각이 전부였다. 당시 1년 예산은 4000만원 남짓. 그 정도 예산으로는 중창은커녕 현상유지조차 힘들었다. 법안 스님은 사찰운영위원회에서 모든 재정을 공개하고 불사계획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사찰운영위원회에서 중창불사가 결의됐다는 소식은 사보를 통해 사부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러자 누구보다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불사에 뛰어들었다. 여느 사찰과 달리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기에 신도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조선 순조 임금의 탄생설화가 스며있는 목정굴로 가는 길을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주변의 땅을 매입하고 전각을 차곡차곡 세워나갔다. 그 과정은 사찰운영위원회의 결의를 얻은 뒤 금선사 사부대중 모두에게 공유됐다. 어느 해에는 재가신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사계획이 차후로 미뤄지기도 했다.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계획하고 있는 불사가 버거울 수 있다는 의견이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사부대중의 공의가 된 것.

그렇게 21년 동안 80억 원이 중창불사에 투입됐다. 사찰예산은 4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예산만으로 따지면 사찰규모가 10배 이상 성장한 셈. 그럼에도 그동안 단 한 번의 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부채도 1억 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사찰재정은 튼튼하고 운영에 대한 사부대중의 신뢰는 견고하다.

 
법안 스님은 이 모든 것을 ‘사찰운영위원회 구성과 민주적 운영에 따른 재정투명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금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찰운영위원회에서 스님이 상정한 안건의 열에 아홉은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된다. “1000원짜리 한 장도 허투루 사용해본 적 없다”는 스님에 대한 신도들의 신뢰가 21년 동안 켜켜이 쌓인 결과다. 사찰운영위원회에서 공개하는 재정현황 가운데 보시함 항목은 대적광전, 반야전, 미타전, 삼성각 등 경내 각 전각별로 나눠 기재한다. 부처님오신날 연등비 등 수입과 불사관련 지출은 최근 5년 동안의 내역과 연동해 그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스님은 “주지 역시 의사결정과정에서는 n분의 1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일단 운영위에서 결의가 되면, 사찰 구성원들이 그 사안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남 일’이 아닌 ‘내 일’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에 대한 존경심과 사찰에 대한 자부심, 신도들의 응집력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 효과 가운데 하나다. 특히 스님에 대한 존경심은 승보공양으로 이어져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백중기도에 동참한 금선사 신도들은 십시일반 모연으로 500만원을 조성해 스님들에게 가사를 공양했다. 법안 스님의 제안으로 시작됐지만 신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순식간에 모연이 이뤄졌다.

 
포교간사로 사찰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구혜숙(정혜심)씨는 “절 살림을 공개하지 않는 게 당연한 줄만 알았는데, 신도들이 재정상황에 대해 이토록 낱낱이 아는 것은 물론 의견까지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처음에는 생소했다”며 “사찰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해온 시간이 늘어날수록 금선사 신도라는 자부심과 함께 스님에 대한 존경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 분기마다 1회씩 열리는 사찰운영위원회. 금선사는 각 회의마다 결과를 정리해 문서로 작성·보관한다.

지난해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도 했던 금선사는 올해 템플스테이 공간과 북카페 조성 등의 불사를 계획했다. 만만치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부대중은 예의 응집력을 발휘해 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역시 지금까지 그래왔듯, 사부대중의 의견이 모아져 개선방향이 도출되거나 불사가 확장될 수도 있다. 금선사 사찰운영위원회는 ‘사부대중 공의로 운영되는 사찰’의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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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의사결정, 사부대중 간 신뢰 탄탄하게 만들어”

금선사 주지 법안 스님

▲ 법안 스님
법안 스님은 사찰운영위원회의 지속적 운영에 있어 사찰 주지스님의 의지와 원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것의 취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하는 사찰이 적은 것은 실현의지가 부족해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님은 “운영위원회에서 재정상황을 공유하고 각종 불사에 대한 사부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주지스님의 원력과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지를 가진 스님들이 종단 소임을 맡게 될 때 한국불교의 발전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님은 “사부대중의 공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훈련된 스님들은 자연스럽게 리더십과 경영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게 된다”며 “이런 스님들이 단계를 밟아가며 종단 소임을 맡게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사찰운영위원회는 이러한 시스템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성실하게 운영하는 스님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를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며 “열심히 일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유로 스님들에 대한 처우를 달리한다면 결국 사찰운영위원회도 정착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님이 생각하는 사찰운영위원회는 겉에서 떠돌던 신도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일종의 통로와 같다. 스님은 “열어줘야지 들어올 수 있다. 열어주지 않으면 폐쇄적이고 비밀스럽다는 곡해를 받기 십상”이라며 “금선사 사찰운영위원회가 지금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사안을 검토하고 결의해온 결과 탄탄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역시 자유롭고 아무런 걸림이 없어 좋다. 신도를 불러 시주금을 요구하지 않았고, 친분이 있는 신도가 있지도 않다. 다만 사부대중 앞에서 내 뜻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함께 추진해나가는 데 기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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