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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 모르면 세상 건널 수 없고 참선 않으면 세간서 못 벗어나

‘가난함에도 편안하게 대처하기(安貧)’

‘논어’에서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교만하면 부를 잃게 되고 아첨하면 가난이 더해진다. 그러므로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는 것만 같지 못한 것이다.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길 수 있다면 즐겁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제자가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경지가 어느 정도입니까”하고 질문하자 “그런대로 괜찮은 경지이지만 가난하면서도 도를 즐기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역자주]

말에는 핵심 종지가 있고
일엔 확실한 주체 있어야
마음 공부의 요체는 참선
내면 힘씀은 온전한 집중

이 때문에 안회(顔回)는 누추한 시골 마을에 거처하면서도 도를 즐겼고, 원헌(原憲)은 벽이 허물어진 집에서도 도를 즐겼으며, 자로(子路)가 헤진 옷을 입고도 얼굴이 당당했고, 영공(榮公)이 무심하게 관복의 띠를 두른 것이다. 어찌 마음속으로 즐거워함 없이 즐거워했던 것이겠는가. 만약 마음속으로 즐거워하는 경지를 얻으면 온 세상을 다 준다 해도 자신을 바꾸지 않을 수 있다.

아아, 허유(許由)와 무광(務光)과 설결(囓缺)이 옷을 걷어붙이고 결연하게 지조를 행한 것이 마땅하다 하겠구나. 공자님도 “거친 나물밥 먹고 물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드러누워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으니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있어서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부의 요체(學要)’

나는 일찍이 공부에 세 가지 요체가 있다고 하였으니, “‘춘추(春秋)’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잘 건너갈 수 없고,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를 정밀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세상을 잊어버릴 수 없고 참선을 하지 않으면 세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하였다.

이 세 가지는 세간과 출세간을 아울러 꿰뚫는 공부이니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공부를 빠뜨리면 치우치게 되고 두 가지 공부가 결여되면 장애가 많아진다.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도 없으면서 사람이라고 한다면 사람이 아니라 사람 비슷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긴 하지만 요체를 몰라서는 안 된다.

요체는 핵심 종지이다. 그러므로 말에는 핵심 종지가 있어야 하고 일에는 확실한 주체가 있어야 한다. 말에 핵심 종지가 없으면 만연하게 흩어져서 통일성이 없게 되고, 일에 핵심 주체가 없으면 지리만연하게 뻗어나갈 뿐이어서 콩가루 집안이 된다. 배움에 요체가 없으면 공부가 흩어질 뿐이어서 실제로 성취하는 경우는 드물게 된다. 그러므로 배우는 일은 요체를 터득함에 힘쓰지 않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세 가지의 요체는 일심(一心)에 달려 있다.

마음 공부에 힘쓰는 요체는 참선에 달려 있다. 참선의 요체는 세상을 잊어버리는 데[忘世]에 있고, 세상을 잊어버리는 요체는 시의적절함을 터득함[適時]에 달려 있고, 시의적절함을 터득함의 요체는 변동 상황을 통달함[達變]에 달려 있고, 변동 상황을 통달함의 요체는 이치를 꿰뚫어봄[見理]에 달려 있고, 이치를 꿰뚫어봄의 요체는 생각이 고요하게 안정됨[定志]에 있고, 생각이 고요하게 안정됨의 요체는 자기 분수에 편안함[安分]에 있고, 자기 분수에 편안함의 요체는 욕심을 없애는 것[寡慾]에 있고, 욕심을 없애는 것의 요체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自知]에 달려 있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의 요체는 마음으로 다시 태어남[重生]에 달려 있다. 마음으로 다시 태어남의 요체는 내면에 힘씀[務內]에 달려 있다. 내면에 힘씀의 요체는 하나에 온전하게 집중함[顓一]에 달려 있다.

하나를 얻으면 천하의 이치를 다 얻게 된다. 이치에 걸맞게 세상을 건너가면 잊지 못할 것이 없고 소유하지 못할 것이 없다. 잊지 않고 소유하지 않게 되면 잊지 못할 물건이 없고 소유하지 못할 물건이 없게 된다. 잊지 못할 물건이 없고 소유하지 못할 물건이 없으면 어딜 가든 자득하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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