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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호념·선부촉

기자명 서광 스님

중생 잘 이끌라는 부처님의 간곡한 당부

“그때에 장로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옷을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으며 합장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사뢰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들을 잘 호념하시며 모든 보살들에게 잘 부촉하십니다.”

믿음 확고하지 않은 초심자
나쁜 인연 만나면 의지 상실
제자들에게 잘 돌보라 부탁
현대 리더십 교육과도 유사

여기서 수보리 존자가 부처님을 희유하다고 찬탄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선호념(善護念)’ 즉, 세존께서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든 제자들을 자비로 잘 거두어 주시기 때문이고, 둘째는 ‘선부촉(善付囑)’, 즉 깨달음을 추구하는 모든 제자들을 잘 부탁하여 맡기시기 때문이다. 규봉 종밀선사는 천친의 논서를 인용하면서 선호념은 근기가 성숙한 제자들을 상대로 가르침을 주심으로써 지혜의 힘을 키워서 불법을 성취하게 하고 중생 교화의 힘을 준다고 한다. 반면에 선부촉은 근기가 미숙한 제자들을 상대로 가르침을 주시면서 혹시라도 의지가 약해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을 포기할까봐 보다 지혜로운 제자들에게 이들을 도와주도록 부탁하신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승기신론’에 보면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수준에는 3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부처님의 외적인 모양과 형태를 보거나 스님들의 가르침이나 불자들에게 배워서 생겨나는 믿음의 단계에서 발심한 경우다. 둘째는 불법의 본질을 이해하고 반야바라밀 수행을 실천하는, 이해와 실천단계에서 발심한 보살이다. 셋째는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서 깨달음의 단계에서 발심한 보살들이다.

선호념은 부처님께서 이해와 실천단계, 그리고 깨달음의 단계에서 발심한 제자들로 하여금 고통 받는 중생들을 지도하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믿음의 단계에서 발심한 제자들은 마음이 아직 확고하지 않아서 나쁜 인연을 만나거나 또 자신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는 스님들과 불자들을 보고 신심이 떨어져서 수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전하고 진보해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지, 반대로 타락하고 퇴보하게 될지 결정이 안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그들보다 높은 단계(이해와 실천/깨달음)에서 수행하는 제자들에게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당부하시고 부탁하시는 것을 선부촉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여기서 부처님 같은 분이 일찍이 세상에 없고, 참으로 희유하고 경이로운 이유를 정말로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처님은 어느 정도 정신적 수준에 이른 사람들을 가르치실 때, 그들로 하여금 자신보다 이해나 깨달음의 정도가 낮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가르치시고 꼭 도움을 주도록 당부까지 하신다는 점이다. 무슨 뜻인가? 요즘 언어로 표현하자면 리더십 교육이고, 지도자 양성 교육이고, 방편적 교육을 하셨다는 의미다. 불교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준거는 자신이 배운 것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 알려주는지, 자신은 물론이고 타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도와주고 봉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것이 대승불교 교육의 핵심이다.

학력이 높다거나, 부자거나, 지위가 높거나, 일류대를 나왔거나 등등의 이유만으로 그들을 특별하게 보고 부러워하고 더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나 개인은 필시 갈등과 다툼을 낳기 마련이다. 지위나 학벌, 돈, 능력을 더 가졌다는 것이 존중과 찬탄을 받아야 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지고 세상과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어떤 노력, 공헌을 해왔는가에 달려있다. 수보리는 결코 부처님이 최고의 깨달음을 이루었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공경하며 찬탄한 것이 아니다. 성불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성불을 이룬 지혜와 자비심으로 중생들의 고통을 해방시키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수고하고 헌신하셨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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