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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위기인가

기자명 문광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5.03.02 16:12
  • 수정 2015.06.11 10:43
  • 댓글 1

지금 한국불교계가 다소 시끄럽다. 동국대 총장 선출문제, 해인사 방장 추대문제, 비구니계의 내홍, 태고종 사태 등으로 한국불교 위기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부대중들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고 교단 안팎에서는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나 이 일련의 일들도 호사가들의 나름 심도 있는 분석들과는 달리 사실상 그다지 호들갑 떨 차원의 문제들은 아니다. 한국불교의 역사 전체를 한번 돌이켜보면 위기 아니었던 적이 어디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이 정도의 위기에 한국불교가 흔들린다면 우리 불교는 벌써 예전에 그 종적을 감추었을 것이다. 경허선사의 말씀처럼 ‘사자가 비록 자취를 감추어도 뭇 짐승과 같을 수는 없는[獅王雖晦迹 衆獸豈能同]’ 법이다. 한국불교의 저력은 늘 혼란과 고난을 송두리째 삼키면서 발휘되었던 것이다. 용과 뱀이 뒤섞여 있고, 범부와 성인이 어울려 사는 곳이 바로 법계요, 불교요, 절집인 것이다.

고려의 보조국사 당시 이미 말법시대론이 대세였다. 오탁악세에서 수행과 견성이 어려우니 왕생하여 정토에서 정진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어 일본은 이미 정토종이 크게 성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보조국사는 시대에 정법시대와 말법시대가 있을 수 있으나 자성자리에 정법자성과 말법자성이 따로 없으니 흔들리지 말고 참선수행 하라고 가르쳤다. 한국 간화선 800년 역사는 이러한 혼돈과 위기를 넘어 이루어진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조선은 고려의 불교를 유교로 전환시킨 왕조였다. 스님들은 도성에 들어갈 수조차 없을 만큼 불교는 탄압받았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국불교는 법을 수호했고, 천년고찰들을 지켜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극도의 상황 속에서 호국불교의 꽃을 찬란하게 피워냈다. 조선말과 일제강점기의 카오스는 더욱 심각했으니 일본의 갖은 계략에도 청정비구 승가를 지켰고 수행을 근본으로 하는 선종(禪宗)을 살려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북방불교를 가르쳤던 로버트 지멜로 교수는 선(禪)의 황금시대였던 중국 당송(唐宋)의 불교를 보고자 한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의 선방에 가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사회주의와 문화대혁명의 과정에서 전통불교가 큰 타격을 입었고, 일본은 대처불교로 인해 불법승 삼보에서 승보의 힘이 떨어졌다. 불교의 종주국 인도는 인구의 95퍼센트가 힌두교와 이슬람교도가 되어 승가가 이미 소멸되었고, 티베트불교는 세계포교의 위업에도 불구하고 승가의 터전인 자신의 불국토를 중국에 빼앗기고 망명하여 떠돈 지 60년이 넘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승가의 법맥을 온전히 보존하고, 불국토를 끝까지 지켜낸 우리 한국불교의 위기극복 저력은 세계불교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 ‘머무를 주(住)’자 주지를 ‘주인 주(主)’자 주지로 착각한 일부 음주·도박 승려들의 과오는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세간의 정치행태가 불교계에 슬며시 흘러 들어온 것에 기인한다. 몇몇 미꾸라지들이 흙탕물을 마구 일으켜 줄 때 그 흐린 흙탕물 속에서 하늘을 힘차게 날아올라갈 용들이 숨어서 힘을 키우는 법이다. 잘못된 현 실태를 보면서 가슴깊이 문제의식을 느끼며 참담함을 곱씹고 있는 많은 발심수행자들이 있다. 맑고 조용한 물에서는 용이 숨어서 승천할 잠재력을 기를 수 없다. 난세에 영웅이 나고 말세에 도인이 나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처럼 현대의 복잡하고 혼란한 역경계를 뚫고 더 멋진 스님들과 불자들이 속출하리라 믿는다.

시인 김수영은 ‘거대한 뿌리’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버드 비숍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그렇다. 나 역시 지금의 한국불교가 조금도 괴롭지 않다. 숭산 스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만고광명이요, 청산유수로다”라는 말씀처럼 위기를 지혜로 극복한 찬란한 한국불교의 역사가 계속되리라 확신한다. 

문광 스님 탄허기념박물관 연구실장 naksanbosal@daum.net


[1284호 / 2015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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