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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보살승

기자명 서광 스님

공의 마음가짐 가져야 완전한 치유 성취

“세존이시여, 보살승에 굳게 나아가는 선남자 선여인은 어떻게 머물러야 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조복 받아야 합니까?”

한역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
범어본에는 ‘보살승’으로 번역
모든 불자들 정체성이 보살승
상호 관계 통해 깨달음 가능

위의 글은 지난주에 소개했던  “세존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선남자 선여인은 그 마음을 어떻게 머무르며 어떻게 항복받아야 합니까?”에 해당하는 내용을 각묵 스님의 산스크리트본 ‘금강경’ 번역에서 옮겨보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금강경’은 하나의 큰 질문에 대한 답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위의 질문을 충분히 잘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산스크리트본을 통해서 한 번 더 음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구마라집이 번역한 한문본 ‘금강경’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 산스크리트본에서는 보살승으로 번역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불교는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붓다의 가르침으로 수행법을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의 3종류로 나눈다. 성문승은 사성제, 팔정도 등의 가르침을 듣고 아라한과에 도달한 자를 가리키고, 연각승은 혼자 수행해서 12연기법을 깨우친 자로서 벽지불, 또는 독각이라고 부른다. 보살승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개인적으로 ‘옆으로는’이 더 정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고 본다) 중생구제를 목표로 삼는 자, 즉 자신의 깨달음과 타자의 깨달음을 동시에 추구하는 자를 가리킨다.

한문본 ‘금강경’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우리는 현상의 본질에 대한 높고 깊은 깨달음과 그 본질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조건에 의해서 드러나는 현상의 다양성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해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산스크리트본에서 보살승으로 번역되었을 때, 자신과 타자의 깨달음을 동시에 추구하는 행위로 이해된다. 이 둘을 종합해보면, ‘본질/자아’ 라고 하는 종적 깊이와 ‘현상/타자’ 라고 하는 횡적 넓이를 동시에 추구·포섭하는 행위, 또는 깨달음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 우리 불자들의 개별적 정체성은 ‘보살’이고, 그 각각이 모여서 이루고 있는 우리들 전체의 정체성은 ‘보살승’이다. 그러니까 종적으로는 끊임없이 나(우리들)의 본질, 연기성, 공성을 깨닫고, 횡적으로는 우리들 각각의 차이점, 개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기 위해서 어떤 의지를 일으켜서, 그 의지에 맞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는지, 또 수행하다가 마음이 헤이해질 때, 어떻게 다시 다잡아서 정진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대승에서 성불은 보살행을 통해 가능하고 보살행의 특징은 반드시 자타가 동시에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다. 즉 ‘나’는 ‘너’를 통해서, ‘너’는 ‘나’를 통해서만이 깨달음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마음수행을 ‘자아’의 실체, 즉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셨다. 또 그 가르침을 수많은 제자들이 2500여년 수행의 역사를 통해서 무수히 확인하고, 정제, 체계화해서 기록해 두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새삼스럽게 우리 자신에 대해서 뭔가를 깨닫고 발견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나’ ‘우리들’의 실체가 무상하고, 무아고, 공하다는 정답은 나와 있는데, 그냥 일상의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무상을 보고, 무아, 공성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 ‘금강경’은 공(空)을 깨달아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고 요익중생을 행하는 마음의 자세, 태도라고 설명하는 것 같다. 또 최고의 치유, 완전한 치유는 공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탕으로 할 때 자연스럽게 성취되고, 나아가서 자신과 타자의 깨달음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바로 공의 자세가 아닌가 여겨진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84호 / 2015년 3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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