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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린이포교-봉화 청량사

“어린이포교는 사찰이 꾸는 꿈이자 불교의 미래”

▲ 청량사 어린이법회 밴드 ‘꼬마풍경’이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참석 스님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적성에 따른 활발한 문화프로그램 운영은 청량사 어린이법회의 특징이자 자랑이다.

조계종 포교원이 2월24일 열린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958개 사찰 가운데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은 163군데(5.5%)에 불과하다. 지역별 편중현상은 더욱 심각해 서울(258개 사찰 중 37곳)과 경기인천(466개 사찰 중 33곳), 부산경남(672개 사찰 중 34곳)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10여 개 안팎의 사찰만이 어린이법회를 열고 있다. 이 통계수치는, 천진불을 불교의 미래로 키워야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막상 포교일선에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불교계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지스님의 원력과 학부모들로 구성된 자모회의 열성적인 지원 등을 바탕으로 매년 어린이법회의 규모를 키워가는 사찰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봉화 청량사(주지 지현 스님)다.

어린이 50명·중학생 20명
매주 일요일 청량사 찾아
밴드 등 문화활동도 진행
“재미있다”고 느낀 아이들
친구 데려와 참석인원 늘어

성인 된 어린이법회 구성원
청년회 활동하며 지원까지
학부모들은 ‘자모회’ 구성해
지역사회 장학금 사업 펼쳐

일요일, 청량사의 풍경은 다소 낯설다. 일반적으로 사찰을 생각할 때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노보살들이 기도하고 있는 풍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청량사에서는 사찰 구석구석을 뛰어다니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스님 역시 함께 차를 마시고,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청량사 어린이법회에는 5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거기에 중등부 20여 명까지 합치면 70여 명의 아이들이 사찰을 메우는 셈. 이 진풍경에 자식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관광객들도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등 분위기는 언제나 활기로 가득하다.

▲ 자모회는 바자회와 자판기 수익금 등을 모아 올 2월 안동·영주지역 17개 초·중학교에 장학금 400만원을 전달했다.

어린이법회 활성화는 사찰 분위기뿐 아니라 신도 연령대의 변화도 이끌었다. 연말 송년법회에 참석하는 신도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30~40대다. 게다가 남성의 비율도 여느 사찰과는 달리 높다. “청량사에 가면 재미있다더라”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 퍼지면서 자발적으로 사찰을 찾기 시작했고 부모들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신도 연령대가 대폭 낮아진 것. 그렇게 신도가 늘어나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자모회’가 구성됐다. 이후 자모회는 사찰 일에 발 벗고 나서면서 교계 안팎의 귀감이 되고 있다. 자모회에는 35명이 소속돼 있으며 어린이법회를 위한 지원에서 지역사회 보시행 실천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 2월에는 바자회와 자판기 수익금 등을 모아 안동·영주지역 17개 초·중학교에 장학금 4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혜준(48, 지혜심) 자모회 회장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스님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자는 뜻이 모아져 2013년 자모회를 만들게 됐다”며 “우리 아이들이 사찰에서 받고 있는 사랑을 회향하는 의미로 현재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종교 신도들은 주말에 가족과 성당이나 교회를 찾는 데 비해 불자가족 아이들은 사찰에 와도 마땅히 할 게 없다”며 “청량사에서는 친구들과 놀이를 하고 악기도 배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부모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 법회에 참석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사찰은 재미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키워가며 점점 불교에 눈을 뜬다.

청량사 어린이법회가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구성원들이 나이가 든 후에도 꾸준히 사찰을 찾는다는 점이다. 주지 지현 스님은 20여 년 전 봉화군 재산면회관과 영주불교회관에서 어린이법회를 열었다. 인기가 많아서 인근 초등학교 전교생이 모일 정도였다. 당시 어린이법회 아이들은 성인이 돼 전국 각지로 흩어졌지만 매년 4차례 열리는 청년법회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고 있다. ‘내 절, 내 스님’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현재 어린이법회 아이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올라온 청량사 어린이법회 후배 아이들을 인솔해 관광을 하고 연극·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했다.

권은희(36, 선재심) 청년회 회장은 “부모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처음 어린이법회에 참석했을 때 아이들과 편하게 놀아주는 스님을 보고 불교가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벗을 수 있었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배운 것은 물론이고 악기를 연주하고 산과 들을 뛰어놀았던 모든 경험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생각하는박물관 대표인 권 회장은 “청년회 구성원 모두 어린이법회를 함께했다는 동질감과 소속감으로 똘똘 뭉쳐있다”며 “우리가 청량사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후배들과 공유하고자 적극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청량사 어린이법회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법회가 끝나면 아이들은 흥미와 적성에 따라 사물놀이반, 합주반 등으로 나뉘어 연습을 한다. 2013년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로 구성된 ‘꼬마풍경’을 창단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아이들은 꽃을 관찰하기 위해 들로 나가거나 진흙놀이를 하기도 하고 주지스님과 차도 마신다. 지현 스님은 취미, 성격, 적성, 인간관계 등 아이들에 대한 모든 것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따금 자리를 마련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불교’를, ‘부처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놀아주고 들어주는 청량사의 방식은 오히려 ‘불교’와 ‘부처님’을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시키고 있다.

사실 청량사에서 열리는 어린이법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지현 스님은 1984년 주지 부임 이후 재산면회관과 영주불교회관에서 출장법회를 이어오다 5년 전, 엄마의 손을 잡고 사찰을 찾은 어린이 2명을 보고 청량사에서 법석을 열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스님은 아이들과 산과 들, 강에서 뛰어놀았고 아이들은 제 친구들을 청량사로 데려왔다. 2명이 6명이 되자 정식으로 법회를 열었다. 적은 수였지만 회장과 부회장도 임명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아이들 사이의 ‘입소문’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요일 아침이면 청량사로 향하는 산길을 뛰어 올라간다.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던 가족이 어린이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봉화에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가 하면 청량사에서 멀어질 수 없다는 아이의 엄포(?)에 부모가 이사를 포기한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그만큼 열성적이다.
이 아이들은 언젠가 성장해 현재 청년회처럼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디에 있든 때마다 어김없이 ‘내 절’ 청량사를 찾을 것이다. 무엇보다 심심 깊은 부처님 제자가 되어 친구들을 청량사로 데려오듯 전법에 나설 것이다. 아이들은 청량사가 꾸는 꿈이요 불교의 미래로 쑥쑥 커나가고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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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포교, 20년 뒤 내다봐야

청량사 주지 지현 스님

▲ 지현 스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학업을 모두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해 사찰을 찾기까지 20년이 걸립니다. 어린이포교는 20년을 바라봐야 합니다. 결코 쉽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지도 않습니다. 굳은 원력과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린이법회는 어떤 여건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포교를 이야기하는 지현 스님의 얼굴이 천진불을 닮았다. 수십 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해온 스님의 얼굴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가 번진다. 스님은 “인원이 많고 적음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다만 한 명의 아이라도 부처님 품으로 인도하려는 원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1년, 2년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다 보면 어느새 부쩍 늘어난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스님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만을 위해 어린이법회를 외면하는 불교계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어린이포교야말로 사찰과 불교의 미래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1년에 10명씩 키우겠다고 마음먹으면 10년 뒤 100명이 된다”며 “아이들이 사찰에서 재미를 느끼면 친구를 데려오게 되고, 부모님도 데려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100명이 아닌 200, 300명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현 스님은 조계종 총무부장 등 소임을 맡으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어린이법회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근처 폐교에 문화센터를 세우고 아이들이 와서 공부도 하고 축구도 하는 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청량사에서 법회가 끝난 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문화센터로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문화센터는 한 달에 한 번, 가족들이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핑장으로도 활용될 것이다.

“사찰에 와서 가장 먼저 3배부터 하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는 스님은 “어린이포교는 결국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1285호 / 2015년 3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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