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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

기자명 서광 스님

4가지 상 얽매이면 더 이상 보살 아니다

“이와 같이 셀 수 없이 무수히 많고 끝이 없는 중생을 구제하지만 실제로는 구제를 받은 중생이 없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 가지고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아상은 우리 몸을 자아로 집착
인상은 경험 대상에 대한 집착
중생상은 계산해서 생겨난 집착
수자상은 내가 영원하다는 착각


지난 호에서 보살은 중생구제의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①그 어떤 대상도 제외되어서는 안 되며 ②구제의 목표지점은 무여열반임을 살펴봤다. 여기에서는 ③그렇게 중생구제를 하되, 했다는 의식이 마음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세 번 째 실천덕목을 언급하고, 그 이유로 보살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라고 하는 이 4가지 상(相/想)을 가지고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강경’을 독송하거나 공부해 본 사람은 누구나 익숙하게 기억하는 것이 이 4가지 상에 대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 자기가 이해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4가지 상에 대한 개념을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금강경’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된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보살이 이 4가지 상을 가지고 있으면 보살이 아니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이 4가지 상을 잘 이해하고 깨달아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해야하기 때문이다.

흔히 4가지 상의 의미는 각각 자아가 있다는 관념[我相], 개아가 있다는 관념[人相], 중생이 있다는 관념[衆生相], 영혼이 있다는 관념[壽者相]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그러한 정의를 통해서 우리가 ‘금강경’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실제 삶과 인간관계에 응용, 실천하면서 영적 성장과 깨달음을 증장시킬 수 있는 토대나 동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치유적인 관점에서 나름의 설명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나’라는 자아의식을 갖게 되는 가장 근원적인 밑바탕에는 경험(또는 앎)이 자리하고 있고 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육체다. 그런데 우리들의 일상적인 경험은 대부분, 경험하고 있는 주체와 경험되어지는 대상으로 이원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생멸하는 찰나적인 경험을 기억창고에 저장한다. 그런 다음 요모조모로 분별, 계산하면서 이름을 붙이고 집착해서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정관념이 일차적으로 경험의 주체인 자기 자신과 관계되어 있으면 자아에 대한 집착[我執]으로 발전하게 되고, 자기 이외의 대상과 관계되어 있으면 현상에 대한 집착[法執]으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서 4가지 관념은 경험 주체로서의 자아에 대한 집착의 종류를 구분해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①경험하는 감각기관들(눈, 귀, 코, 혀, 몸, 의식)이 머물고 속해있는 우리 몸을 자아라고 집착하는 고정관념(아상), ②경험되어지는 대상에 소유권을 투사하고 그것을 나의 것이라고 믿는 고정관념(인상), ③아상과 인상을 대상으로 요모조모로 계산하고 따져서 생겨난 제2, 제3의 갖가지 고정관념들(중생상), ④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수자상)이다.

그런데 보살이 이 4가지 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왜 더 이상 보살이 아니라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중생구제의 과업을 실천할 때 ‘나’와 타자를 차별해서 ‘나’에게 집착하게 되면, 그 ‘나’로 인해서 나의 것이라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소유물에 대한 집착은 갖가지 정서장애(번뇌)와 사고장애(망상)를 만들고, ‘나’라는 존재가 영원히 존재한다는 착각으로 이끌기 때문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강해져서 진정으로 타자를 유익하게 하는 마음이나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중생구제와는 멀어지게 되므로 보살은 더 이상 보살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87호 / 2015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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