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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선원순례단] 대만불교의 힘 ‘인간불교’를 만나다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5.03.30 13:34
  • 수정 2015.04.02 16:00
  • 댓글 0

의왕 청계사 대만 불광산사·용산사

▲ 108선원순례단은 비구니 스님의 안내로 대만 불광산사를 참배했다.

의왕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은 사찰과 선원 등 108곳을 순례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특히 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대중공양을 올리며 은산철벽 뚫고자 하는 선의 향기 따라 신심을 긷고 있다. 108선원순례단의 발자취를 지면에 기록한다. 편집자

세계 향한 웅장한 스케일
나눔 실천하는 원력 친견

의왕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이 3월9~13일 대만으로 봄을 찾아 나섰다. 순례단은 그 동안 불국선원을 시작으로 38곳의 국내 사찰을 순례했다. 종일 봄 찾아 헤매던 어느 비구니스님처럼 순례단도 봄을 찾아 헤맸으나 봄은 어디에도 없었다. 순례단이 대만으로 봄을 찾아 나선 이유다. 순례단은 봄나들이하는 병아리 떼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모여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오감이 즐거운 타이페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기내 방송이 들려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대만은 벌써 봄이 와 있었다.

용산사로 향하는 버스차창 밖으로는 가량비가 일모작 모내기를 벌써 끝낸 들녘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용산사는 불교, 도교, 민간신앙이 아우러진 오래된 사원이었다. 기둥과 용마루가 다양한 상징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정전에는 관음보살을 본존으로 모시고 있고 후전에는 도교의 신과 토속신들이 모셔져 있었다. 향에서 뿜어 나오는 자욱한 연기 속에 참배객들이 줄지어 모여들고 있었다. 점괘를 보고, 소원을 빌고,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신심으로 가득한 대만사람들의 생생한 생활 현장이었다.

용산사에 이어 우리가 들린 순례지는 중태산사였다. 비구니스님 한 분이 순례단을 안내했다. 36층 115m 규모의 대형건물인 중태산사는 신도들의 순수한 보시에 의해 건립된 것이라고 했다. 사중스님들이 참선 중이라 건물 전체를 둘러볼 수 없었다. 비구니스님은 순례단을 16층으로 안내했다. 중앙에는 7층 목탑이 우뚝 서 있었다. 대중들이 먼데서 바라볼 수 있도록 목탑전면은 대형 투명유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규모가 장대한 이유를 물었다. 스님은 머뭇거림 없이 세계를 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문현답이었다. 대작불사를 가능하게 한 큰스님 원력과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 대중들의 지극한 불심에 머리가 숙여졌다.
순례단이 중태산사를 뒤로하고 현장사를 거쳐 불광산사에 도착한 것은 어둑한 저녁 무렵이었다. 크고 작은 등불이 사찰을 훤하게 밝히고 있었다. 사찰에서 저녁공양을 마친 순례단은 불광산사 주지스님을 친견했다. 새하얀 순례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봄을 찾아 나설 때 마다, 신심을 긷기 위해 늘 우리를 함께 묶어주는 하얀 마음이다.

주지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불광산사는 생활불교를 강조한다고 했다. “불법은 실천이다.” 불광산사는 불자들에게 신심과 환희, 희망과 방편을 베푼다고 했다. 친견을 마친 순례단은 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 전체가 사원, 집회장, 대학, 정원 등을 거느린 대형 불교문화단지였다. 조명을 받은 불타기념관 대형 청동석불의 근엄한 모습이 순례단 가슴에 성큼 다가왔다.

이튿날 새벽예불은 대만불교를 접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여래불,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었다. 주지스님이 향을 올리는 것으로 예불은 시작됐다. 예불이 끝난 후 순례단은 성행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예불의식을 치렀다. 누군가 환희심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순례단 모두 환희심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어 우리가 찾은 곳은 불타기념관이었다.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삼양화해(三陽和諧), 불타기념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글귀다. ‘세 가지 불빛으로 평화와 화합을 도모한다’라는 불광산사를 창건한 성운대사 가르침이다. 좋은 언행, 좋은 일, 좋은 마음이 그것이다.
자항 스님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자항사 순례를 마지막으로 순례단은 귀국 길에 올랐다. 순례단은 대만의 봄에 취해 오감이 즐거운 듯 했다. 대중에 다가가 대중과 함께하는 인간불교, 실천불교를 보았다. 세계를 안으려는 장엄하고 웅장한 스케일도 보았고, 환희심을 일으키는 예불의식도 보았다. 대만의 봄은 깊이 뿌리를 내린 채 새싹만을 살짝 드러내고 있었다. 가슴 한 켠에 뭔가 모를 허허로움이 다가왔다. 이번 순례도 그냥 절 마당만 밟고 지나온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 때문일 게다. 청계사에 돌아오니 청계산 자락에도 봄은 여여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성운대사는 ‘불광채근담’에서 ‘봄이란,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고 했다. 봄은 우리의 불성이자 진여며 진심이 아니던가? 봄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바로 내 안에 있었다. 이번 순례에 처음으로 동행을 한 정성현 불자는 ‘아름다운 동행에 감사드린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순례 중 성행 스님이 순례단에게 전한 부처님 말씀이다. 그렇다. 봄은 마음이요, 마음의 주인은 나다. 늘 주인으로서 깨어있어야 한다. 참 나를 찾아 나서는 여정, 봄을 찾으러 가는 순례 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갑숙(64·덕산) 108순례단원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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