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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연히 깨닫고 보면 산하대지가 근본법륜을 굴리고 있음 알게돼

“만약 한 부처님만 혼자 갖추고 있는 것이라면 또 어떻게 ‘일체중생의 몸에서 정각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 ‘화엄경’에서 말하기를 ‘기이하도다, 기이하도다. 일체중생이 모두 여래의 지혜덕상을 갖추고 있구나’하였습니다. 그런데 여래의 덕상은 법신 전체입니다. 중생들이 통째로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니, 어찌 부분만 갖추고 있겠습니까.

비늘·날개·털 달린 모두가
색신삼매 나타냄을 알아
마음 밖 다른 존재 없어도
청산이 눈 가득히 들어와

삼조 승찬 스님이 ‘신심명’에서 ‘완전하기가 태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사람 사람마다 부처님과 동체임을 말한 것이니 부처의 경우만 말한 것이 아닙니다.

‘원각경’에서 ‘일체중생이 모두 완전한 깨달음[圓覺]을 증득해있다’고 하였으니 단지 갖추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아난이 말하기를 ‘저와 부처님이 보각명심(寶覺明心)을 각각 원만하게 갖추고 있습니다’고 한 것이니, 이른바 ‘모든 부처님의 법신이 나의 성품에 들어와/ 나의 성품이 여래와 합치되었네/ 하나의 달이 모든 물에 나타나지만/ 모든 물속의 달그림자를 하나의 달이 거두어들이네’라고 한 말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방에 있는 천 개의 등불 빛이 서로서로 비추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원만하고 광대한 법문을 옛날에 이승들은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눈이 안 보이는 사람처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한 모서리에 치우친 견해를 일으켜서 그 말에 깜짝 놀라 두려워하면서 믿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속제에 치우쳐서 불법을 배우는 이들이 입과 귀의 껍데기에 걸려있는 지견을 많이 익혀서 진실하게 참구하는 공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광대하고 완전하게 밝은 몸을 깨닫지 못하니 분별심을 일으켜 방편의 권교(權敎)를 요의의 가르침으로 여기며 자기의 견해를 구경의 진실로 삼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무정물이 설법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와 불성을 각각 갖추고 있는지 각각 갖추고 있지 않은지 하는 것을 꼭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법계관(法界觀) 게송을 듣지 못했습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진공의 이치를 알고자 한다면(若人欲識眞空理)/ 마음속의 진여가 외부세계까지 두루해야 하리(心內眞如還徧外)/ 유정과 무정이 다함께 한 몸이니(情與無情共一體)/ 곳곳마다 모두가 진여법계라네(處處皆同眞法界)’라고 하였습니다. 이 게송만 가슴 속에 간직한다면 모든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육근으로 색을 보고 소리를 들음에 한 번 인각된 것이 삼매로 인각되어 오랫동안 순일하게 푹 익어지면 자연스럽게 안과 밖이 일여하게 되어 유정과 무정이 한 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어느 날 활연하게 깨닫고 보면 이때에 비로소 산하대지가 다함께 근본법륜을 굴리고 있고 비늘과 각질과 날개와 털 달려 있는 모든 것들이 색신삼매를 두루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 밖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없는데 청산이 눈 가득히 들어옵니다. 여기에 이르러야 비로소 조주 스님이 어떤 때는 풀 한 포기로 장육금신을 만들고 어떤 때는 장육금신으로 풀 한 포기를 만든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옛날의 대덕스님이 대중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대중들은 보고 있느냐. 바로 지금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이 한꺼번에 노승의 불자(拂子)에서 방광하면서 대지를 진동시키고 있느니라.’ 이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받아서 밝힌 것이니 밖에서 빌려온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함원전(含元殿) 안에 있으면서 장안을 따로 찾겠습니까.[함원전은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長安)에 있던 궁궐이다. 등에 업고 있는 애기를 잃어버린 줄 알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찾는 것과 같다. 따로 찾는 사람은 중생이다. 역자주]”

공일자가 이 말을 듣고는 환희용약하면서 절을 하고는 물러갔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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