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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시-상

기자명 서광 스님

지혜 성취하는 가장 수승한 방법은 ‘보시’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보시해야 한다. 이를테면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소리, 향기, 맛, 촉감 등 일체 현상에 집착하지 않고 보시해야 한다. 수보리야, 보살은 그와 같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해야 된다.”

보시행은 지혜 닦는 수단이자
중생 구제 위한 구체적 행동
4가지 상은 모든 행위에 개입
보시 때마다 집착들 자각해야

지난 호에서 부처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보살은 제일 먼저 일체중생을 하나도 남김없이 끝까지 구제하겠다는 원력을 세워야 하고, 그 다음은 그러한 원력을 세우는 동기, 근본 원인으로 자아에 대한 집착, 즉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라고 하는 4가지 형태의 집착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력의 자세와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세 번째로 중생구제를 위한 구체적인 원력의 실천행동으로 보시를 하라고 한다. 물론 보시를 할 때는 자아에 대한 4가지 집착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금강경’이 최고의 깨달음, 궁극의 자유를 성취하는 제1의 실천수행 방법으로 보시를 꼽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금강경’은 불교의 지혜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전이다. 그런데 지혜를 성취하는 제1의 방법이 보시라고 하니 우리의 기대와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예상 밖의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보시행은 그냥 막연히 자비를 닦는 수단인줄 알았지 지혜를 닦는 수단인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4가지 상에 대한 의미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  수행을 통해서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 없애야 한다고 착각한 나머지 마치 수행의 목적이 이 4가지 집착을 제거하는 것인 양 오해한다. 위의 내용에서 보듯이 보시를 하는 마음의 자세에 4가지 집착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4가지 집착을 제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므로 ‘보시’라고 하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의도, 목적, 과정, 방법, 결과 등에 어떤 형태로든 이 4가지 집착이 개입하면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보시’라는 구체적인 행위 없이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깨달음이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집착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아에 대한 4가지 집착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내려놓아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4가지 집착은 어차피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 개입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우리가 하는 모든 정신적 육체적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이 4가지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높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원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인 보시행을 통해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4가지 집착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상의 인간관계 속에서 질투하거나 화내고 미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속에서도 4가지 집착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선하지 않은 번뇌망상을 통해서 4가지 집착을 자각하고 내려놓는 것과 보시행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4가지 집착을 자각하고 내려놓는 것을 비교해 보자. 과연 수행이나 지혜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쪽이 인격의 성장, 깨달음의 길에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치유적 관점에서 다소 단순화시켜서 보자면 전자의 수행은 정서장애나 사고장애 등 자신의 심리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해결하는 과정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수동적 노력에 가깝다. 반면에 후자의 수행은 요익중생, 이타행에 초점을 두고, 보다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서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자기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자비를 실천하느냐, 아니면 자비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기문제를 해결해 가느냐 하는 방법론적인 효율성, 실용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seogwang1@hanmail.net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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