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스테이 - 하
염불스테이 - 하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5.03.30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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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제대로 부르기 위해 5만번 부르짖다

▲ 6일간의 염불스테이를 회향한 염불행자들은 서로에게 삼배를 올렸다. 극락정토 왕생을 발원한 도반으로서의 존경심을 드러내고, 함께한 수행 공덕을 나누고자 함이다.

“달아 이제 서방 거쳐 가시리 잇고/ 무량수불 앞에 여쭙는 말씀 알리어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원왕생(願往生) 원왕생 그리는 이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남겨두고 48대원 이루실까.”(‘원왕생가’)

부처님 닮아가려는 발원 아래
꿈결에도 염불중에도 아미타불
염불행자 10여명 6일 정진으로
눈물 흘리며 마음의 평안 찾아

회향 소감 나누며 발원 되새겨
100일간 수행정진 다짐하기도

“부처님, 세상 곳곳에 존재
염불하는 지금 여기에 나퉈”


광덕 스님과 엄장 스님은 도반이었다. 두 스님은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로 약조했고, 광덕이 먼저 생을 마감했다. 엄장은 유해 거둬 장사를 지낸 뒤 광덕의 아내와 함께 지냈다. 으레 친구도 그랬으려니 하던 엄장의 마음은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이 됐다. 정을 통하려다 “죽은 남편과 10여년 한 번도 동침 않고 염불수행만 했다. 정토를 바라는 당신의 마음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는 질책만 받았다.

염불행자들도 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염불스테이 입재 후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고만 있었다. 줄곧 동산불교대 의식반의 목탁소리를 깔고 앉았다. 졸기도 했고 상념에 젖기도 했다. 1만번, 2만번, 3만번…. 염불 공덕이 익어갈수록 달라졌다. 목탁소리 위에 앉았던 염불행자들의 “나무아미타불”이 점차 위와 아래라는 경계를 무너뜨렸다. 목탁소리와 혼연일체가 돼 갔다. “나무아미타불”과 목탁소리, 자신과 도반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순간이 잠깐 찾아왔다. 나. 무. 아. 미. 타. 불. 한 글자도 놓치지 않았다.

▲ 염불스테이에서 장엄염불을 이끈 동산불교대 의식반.

늘 혼자 염불하던 임형준(52)씨의 고개가 위 아래로, 어깨가 좌우로 가늘게 흔들렸다. 합장한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목탁소리와 “나무아미타불”이 동시에 입을 닫자 그는 웃었다. “집중시간도 늘었고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명자(57·아유타)씨는 환희심이 났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날이 갈수록 이런 느낌은 잦아졌다. 잠시라도 생각이 끊어지는 일도 늘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달랐다. 자기도 모르게 동산법당을 오가는 지하철에서도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한 번 뿐이었다. 목탁소리와 염불이 공명한 순간을 그랬다. 5만번 아미타 부처님을 부르짖는 동안 단 한 번의 체험이 염불행자들을 바꿨다.

한 달에 한 번 염불철야정진에 참여했던 김혜진(56)씨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눈물이 흘렀다. “아미타불이 관세음보살이 내 얼굴, 내 아들 얼굴 같았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감격이 묻어났다. 염불하는 동안 어떤 감응을 받고자 ‘의도’한 적은 없었다. 그냥 “나무아미타불”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동산법당에 모셔진 부처님과 지장보살, 관음보살 진금색처럼 천장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착시현상일지 몰라 확인하고자 눈을 뜨면 동산법당 천장에 불과했다. 그럴 때면 다시 “나무아미타불”로 돌아왔다. 그에겐 염불할 수 있는 지금이 감사했다.

윤승찬(55·보설)씨는 목이 갈라졌다. 염불행자를 이끌 땐 반 박자 빠른 속도의 목탁으로 “나무아미타불”에 숨소리조차 끼어들기 어렵게 했다. 그는 한 생각도 의심이 없었다. 법장비구 48대원을 믿었다. 염불 공덕이 이생 아니면 내생, 그 이후에라도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에겐 염불만으론 부족했다. 염불스테이 기간 동안 1080배를 올리기도 했다. ‘무량수경’에 의하면 미타삼존(彌陀三尊)의 하나인 관세음보살이 늘 아미타 부처님의 왼쪽을 지키듯, 그 역시 아미타 부처님을 바라봤다. 그래서일까. 새벽 4시에 깼다. 아미타 부처님을 친견했다. 웃었다. “부처님은 의심 없이 정진하며 감응을 준다”는 믿음이 더 단단해졌다.

눈물 글썽였던 김연희(69·연화선)씨는 단 1, 2초라도 아미타 부처님과 닮은 모습이 되지 않았나하는 느낌에 행복했다. 정용식(63·혜조)씨 역시 가슴으로 부처님을 만난 듯 했다. 그는 욕심을 냈다. 100일씩 “나무아미타불” 염불정진이 하고 싶어졌다. 그는 “이제 시작이다. 이번 염불스테이가 큰 전환점이었다”며 “죽기 살기로 하면 될 것 같다. 죽는 순간 허공에 삿대질이 하는 게 아니라 아미타불에 귀의할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염불행자들은 회향과 수료를 자축했다. 6일간의 염불스테이를 회향한 염불행자들은 서로에게 삼배를 올렸다. 극락정토 왕생을 발원한 도반으로서의 존경심을 드러내고, 함께한 수행 공덕을 나누고자 함이다. 4일 이상 염불한 행자가 19명이었고 하루도 빠지지 않았던 행자도 적지 않았다. 6일 동안 장엄염불을 이끌었던 동산불교대 의식반도 다음 염불스테이를 기약했다. 문종순 동산 기획실장이 정진을 당부했다.

“이 세상 부처님 안 계신 곳 없다. 관(觀)하고 염(念)하면 어느 곳 어느 순간에라도 염불이며, 우리가 곧 부처님이 되는 법이다. 염불에 어떤 의도나 탐(貪)을 덧칠하지 말아야 한다. 무채색의 염불 그대로가 공덕 그 자체다.”

염불로 서방정토에 왕생한 광덕 스님은 달빛을 좌복 삼았다. 엄장 스님은 여성에 동했던 탐심을 버리고 정진해 도반을 뒤따랐다. 비워야 채운다. 염불스테이 회향 전날 밤, 달은 기울고 있었다. ‘나’를 내려놓은 자리엔 염불행자들의 극락왕생 발원이 차곡차곡 쌓이며 밤하늘을 밝혔다. 그렇게 달이 차서[滿月] 둥글어져 서방으로 향하면, 아미타 부처님에게 염불행자의 원을 사뢰리라. 이 믿음 위에 염불행자들은 다만 아미타 부처님을 부를 뿐이다. 5만번의 다념(多念)이 평생 아미타불 일념(一念)이 되길 바라면서….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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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번씩 아미타불…법장비구 48대원에 감화”

직접 체험해보니

▲ 염불하다보면 순간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사라질 때가 있다.

목이 쉽게 쉬었다. 하루에 1만번씩 “나무아미타불”을 불렀다. 자고나면 쌩쌩한 목은 다시 “나무아미타불”로 쉬었다. 염불하는 동안 잠이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잡념도 끊임없이 육자염불 속에 드나들었다. 입과 마음이 따로 놀기 일쑤였다. 번뇌가 만든 현상이 입으로 나왔다. 수도 없이 “나무아미타불”을 놓쳤고 졸았으며 아픈 다리를 풀고 합장한 손을 내려놨다.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사라질 때가 있었다. 염불이 주위 모든 소리와 공명하고 염불하는 사람 마음과도 공명하는 순간이었다. 염불이 끝나자 염불행자 모두 놀랍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격려했다. 한 염불행자는 어리둥절한 기자에게 “한 자도 놓치지 않았다”며 웃음을 건넸다.

관상염불(觀想念佛)은 칭명염불과 달리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부처님 정수리부터 연꽃좌대까지 하나씩 염(念)하면서 마음에 아미타 부처님 상호를 새기는 수행이었다.

‘미타인행사십팔원’을 함께 할 땐 법장비구의 48대원에 큰 감화를 받았다. 10번 염불로 극락왕생. 그러나 법장비구는 지극한 마음으로 중생이 10번 염불해도 서방정토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부처님이 되지 않겠다고 했다. 지옥중생의 성불을 발원한 지장보살의 원력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처음 실시한 염불스테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염불의 공덕이나 방법, 염불수행이 수승한 이유 등 간단한 이론을 곁들였다면 좋겠다고 여겼다. 참가자들의 소감나누기도 정례화되길 기대한다. 염불하면서 생기는 장애를 점검하는 장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나무아미타불” 육자염불은 공명 체험으로 환희심을 안겨줬다. 이제부터다. 공명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나무아미타불….”

[1288호 / 2015년 4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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