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책읽기가 잘못된 세상 바꿀 혁신과 혁명의 씨앗
치열한 책읽기가 잘못된 세상 바꿀 혁신과 혁명의 씨앗
  • 심정섭 기자
  • 승인 2015.04.0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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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진광 스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 진광 스님은 “불교가 경전을 다시 읽고 쓰면서 혁신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세기 후반 프랑스의 철학자․사회학자․작가로 활동하며 철학․문학․영화․예술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저작들을 발표해온 질 들뢰즈는 ‘타락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타락한 것’이라고 넘쳐나는 정보의 문제를 지적했고, 하이데거는 여기에 더해 ‘정보란 명령이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 그 정보, 아니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명령을 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기에 나온 말이다.
책도 그렇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책들이 새롭게 출간되고 있으며, 독자들은 여러 책들 중 하나를 골라 읽는다. 물론, 이때도 당연히 온갖 정보를 취합해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인터넷 바다에서 정보를 흡수하듯, 오늘날 많은 대중들은 책을 통해 또 다른 정보를 만나고 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선지식들은 책이 그처럼 단순 정보를 흡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거기에는 지은이와 만든 이의 혼(魂)이 들어 있는 만큼 사유의 매개체가 되어야 하고, 사유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제로서의 기능이 더 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정보를 취하는 도구로 책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읽는 ‘다독(多讀)’ 보다는, ‘정독(精讀)’과 ‘반복된 독서’를 강조해온 일본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정보에 대한 일반의 강박관념을 타파하는 동시에 책이 곧 혁명의 근간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책읽기가 잘못된 역사 전환 시발점
그는 정보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모은다는 것은 명령을 모으는 일이다. 구체적인 누군가의 부하에게, 또는 미디어의 익명성 아래에 감추어진 그 누구도 아닌 누군가의 부하로서 희희락락하며 영락해가는 것’이라고 질타한다. 그리고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에서 책읽기가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하며 읽고 쓰기에 집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는 ‘읽으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그리고 지금도 다른 이들은 옳다고 믿고 있는 세계관이 통째로 박살나는, 그래서 미칠 것만 같은 충격을 맛보는 치열하고 처절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책은 사유의 근간이 되고, 그 사유가 바로 혁명 혹은 혁신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진광 스님은 어느 문학평론가의 ‘유신세월 오는데 기도만 할 텐가’로 시작하는 글에서 이 책을 접한 후 현실 참여에 둔감한 종교비판서로 생각하고 서점을 찾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책’이 곧 ‘혁명’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 내용이 가득했다.
저자는 루터를 비롯해 마호메트, 니체, 도스토옙스키, 프로이트, 라캉, 버지니아 울프 등 수많은 개혁가와 문학가, 철학가를 통해 책이 곧 혁명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혁명이 책을 읽고 쓰는 것에서 일어난다고 말하며,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책은 사라지지 않기에 미래의 희망 역시 책을 읽고 쓰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의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진광 스님은 여기서 불교, 아니 정확하게는 부처님이 출가하고 도를 이뤄 전법에 나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떠올리며 불교의 탄생 자체가 혁명적인 사건이었음을 상기했다. 그리고 오늘날 다시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읽고 쓰면서 혁신을 이뤄가야 한다는 지점에 생각이 머물렀다.
“부처님 출가를 말할 때 서구학자들은 위대한 반기라고 한다. 당시 부처님의 행동은 단호한 반기였다. 계급을 거부하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혁명이다. 결국 노력에 따라 신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종교가 국가권력과 밀접해지면서 혜택을 누리고 방기하고 있다. 종교가 용산참사나 세월호 침몰 등의 사회적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기득권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스님은 불교계 역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저자가 ‘책을 읽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그런 정도의 일입니다.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일입니다. 자신의 꿈도 마음도 신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일체를, 지금 여기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종이에 비치는 글자의 검은 줄에 내던지는 일입니다’라고 한 대목에서 우리는 경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봤다. 스님은 여기서 “부처님이 완벽하게 설명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고쳐 쓸 것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는 책읽기의 모습으로 경전을 다시 읽고 쓰면서 오늘날 종교와 사회에 혁신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터는 어떻게 ‘대혁명’을 일으켰나?
저자의 말대로 처절한 책읽기는 자기 자신의 의식 혁신을 이루고, 더 나아가 세계를 변혁시키는 혁명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르틴 루터다.
‘루터는 이상할 정도로 이상해질 정도로 철저하게 성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이 세계의 질서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 질서는 완전히 썩어빠졌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이 질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세계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고, 따라서 이 세계의 질서는 옳고 거기에는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루터를 제외하고. 교황이 있고 추기경이 있고 대주교가 있고 주교가 있고 수도원이 있고, 모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성서에는 그런 것이 쓰여 있지 않습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루터는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면서 중세 가톨릭 질서와 면죄부를 비롯한 가톨릭교회의 부조리들이 결코 ‘성경’에 근거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결국은 자기가 읽은 텍스트, 즉 ‘성경’에 따라 잘못된 질서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그 도전은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
스님은 “루터의 종교개혁은 단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종교개혁으로부터 근대 독일어와 독일문학, 법학이 출현했다. 또 종교개혁에 이어 벌어진 30년 전쟁을 마무리 짓는 베스트팔렌조약의 결과 근대 국가체제와 국제질서가 수립됐다”며 “16세기 독일과 유럽, 세계의 종교와 문화는 물론, 국가체제와 국제질서까지 바꾼 대혁명이 바로 루터의 ‘처절한 성경 읽기’에서 시작됐던 것”이라고 치열한 책읽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루터가 일으킨 대혁명은 결국 성서 읽기에서 시작됐음을 강조한 스님은 “경전을 읽고, 경전을 번역하고, 수없이 많은 책들이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날 때 오늘날 불교의 혁신도 가능할 것”이라고 불교 혁신의 첫걸음 역시 경전을 읽고 쓰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근대국가 원형 만든 기반 중세해석자혁명
스님의 눈길은 모든 혁명의 어머니로 불리는 12세기 중세해석자혁명으로 옮겨갔다. 이 혁명은 11세기 말 피사의 도서관에서 유스티니아누스의 ‘로마법대전’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유럽은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한없이 정치한 법 개념과 법률 용어를 대량으로 입수하게 됩니다. 이리하여 과거의 위대한 유산인 로마법을 교회법에 주입하여 전대미문의 규모로 고쳐 쓰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들은 읽었습니다. 읽어버린 이상 고쳐 읽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고쳐 읽은 이상 고쳐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읽은 것은 굽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쓰기 시작해야만 합니다. 반복합니다. 그것이, 그것만이 혁명의 본체입니다.’
그렇게 로마법을 주입받아 고쳐 쓴 교회법의 텍스트는 절대적으로 자기를 갱신하고 체계를 이루고 다른 법의 집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것이 이른바 중세해석자혁명이다. 일반적으로 12세기 르네상스로 표현되는 이 혁명은 유럽전체를 포괄하는 교회법 질서를 만들어냈다. 또 주권국가, 법질서, 관료제, 의회제도 등도 여기서 비롯됐다. 더불어 훗날 자본주의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법인과 상법, 법학의 발달까지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과학적 사고와 방법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님은 “도서관 구석에 버려졌던 ‘로마법대전’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후가 더 중요한 것이다. 즉 그것을 발견한 이들이 소수의 개혁성향을 지닌 인물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사명의식을 갖고 읽고 쓰고, 다시 읽고 고쳐 쓰기를 반복하면서 유럽의 질서를 새롭게 정립하는 혁명의 주체가 되었던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도 그러한 사명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텍스트, 즉 책이 인류 문명을 뒤바꾼 대혁명의 결정적 토대였음을 상기하며 우리의 책읽기도 그렇게 신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문맹자 무함마드의 혁명 근본은 문학
치열한 책읽기에서 혁신과 혁명의 씨앗을 틔울 수 있음을 강조해온 저자는 문맹자 무함마드의 혁명에도 눈길을 보냈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비난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문구는 ‘그가 말한 것은 꿈을 그러모은 것이고, 그가 지어낸 것이며, 그는 시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무함마드는 그에 맞서 ‘나는 예언자이지 결코 시인이 아니다’라고 완강하게 부정했다. 여기서 저자는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의 혁명이 무슨 어떤 힘에 의한 것이었는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그는 읽으라는 말을 듣고 읽었고 쓰라는 말을 듣고 썼으며 그리고 시를 읊은 것이었으니 말입니다’라고 말한다.
일자무식의 까막눈 무함마드의 혁명은 바로 문학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무함마드는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꾼 뒤 메카 인근 히라 산의 동굴에 들어가 명상을 하던 중 대천사 가브리엘을 만나 가르침을 받는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자신이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미쳤다고 생각해 동굴에서 도망쳤다. 이때 아내 하디자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다시 동굴을 찾은 그에게 가브리엘은 ‘읽어라, 창조주이신 주의 이름으로’라고 말한다. 문맹자인 무함마드는 그때부터 천사를 매개로 신의 말을 읽게 된다.
스님은 “저자는 ‘문맹인에게 내린 읽어라, 붓을 들어라 라는 명령이 그 위대한 이슬람의 서예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인쇄술을 발명하기 이전에 가장 다수 다종다양한 사본이 유통된 것은 이슬람권입니다. 어머니인 문맹의 고아야말로 사상 최대 규모로 읽고 쓰는 고도의 문화를 꽃피운 것입니다’라며 이슬람 문학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루터나 중세의 혁명과 다른 형태의 혁명이지만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힘이고,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납니다. 읽고 쓰고 노래하는 것, 혁명은 거기에서만 일어납니다’라고 문학이 혁명의 힘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라며 문학적 관심이 곧 책읽기로 이어지고 거기서 혁신의 씨앗이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읽고 쓰고 번역하는 텍스트 변환이 혁명
일반적으로 대중은 혁명에는 유혈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폭력은 없느니만 못한 이차적인 파생물에 지나지 않습니다’라며 폭력과 유혈을 연상하는 혁명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사사키 아타루는 ‘혁명의 본질은 읽고 쓰고 번역하는 텍스트의 변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문학의 종언을 주장하거나 종말론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유아적 발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리스 문학이 0.1%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99.9%의 사멸을 넘어 그리스 문화는 이슬람 문화를 키우고 유럽을 창출했으며 우리 세계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승리했습니다. 이것은 준엄한 사실입니다. 몽상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문자가 탄생한 지 아직 5000년 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5000년 동안 90퍼센트의 사람들이 완전한 문맹이었습니다’라며 문자 형성 이후 겨우 5000년 만에 이룬 여러 혁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진광 스님은 여기서 “루터 당시 식자층은 10%밖에 되지 않았고, 도스토옙스키가 책을 쓸 때도 식자층은 1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 일부만이 책을 읽었음에도 세상을 변화시는 주역이 됐다. 루터나 무함마드처럼 특정인들에 의해 이뤄지기도 했고, 민중들에 의해서 이뤄지기도 했다. 굳이 영웅주의 역사, 민중주의 역사를 따지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중세해석자혁명도, 루터의 대혁명도 모두 인간이 이룬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이 시대 우리 인간이 그것을 다시 못할 이유는 없다”며 읽고 쓰는 과정에 집중해서 현재를 혁신하고 새로운 문화 창조에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검색하는 그 손에 책을 들어라
사사키 아타루의 책을 통해 “종교개혁을 비롯해 시대를 바꾼 혁명이 책에서 시작됐음”을 강조한 진광 스님은 자신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자 한다면 이제 정보를 얻고자 검색하는 그 손에 책을 들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부처님 입멸 후 암송을 통해 다시 듣고 쓰는 작업으로 경전이 탄생했고, 혜능과 같은 인물이 선불교 중흥의 기틀을 다졌으며, 원효가 나타나 불교대중화를 선도한 것처럼 이제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결집을 통해 불교의 근간을 다잡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불교상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스님들의 교육을 이끄는 교육원에서 연수국장을 거쳐 교육국장 소임을 맡은 스님은 “밥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밥값을 다하기 위해 집무실 책장에 ‘성경’과 ‘코란’을 올려놓고 들춰볼 정도로 검색 대신 책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스님에게 책은 과거․미래와 대화를 나누는 소통 창구다. 또한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하는 스승이기도 하다. 스님의 책읽기는 오랜 습관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20대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현재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속가 형님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가까이 한 덕에 이제 책은 평생의 도반이 됐다. 그래서 책을 펼쳐든 공간은 곳 탁마와 경책이 따르는 선방이 된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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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 스님이 추천하는 책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이 책은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저자의 강독회를 책으로 정리한 것인데요. 인문학으로 광고하는 저자 박웅현이 자신만의 책읽기로 창의력과 감성을 깨운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고 감동을 준 문장에 줄을 긋고 옮겨 적는 자신만의 독법으로 책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다고 했던 만큼, 고은의 ‘순간의 꽃’,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시집은 물론 인문과학 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강독회의 현장감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입니다.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기도 한데요.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인 ‘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또 육체와 영혼, 그리고 물질과 정신의 상태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를 말합니다. 책은 젊은 지식인인 ‘나’가 60대 노인임에도 거침없이 살아가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의 저자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입니다. 윌리엄 워즈워스나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등장시켜, 여행에 끌리게 되는 심리와 여행 도중 지나치는 장소들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행이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임을 강조하고, 여행의 기대에 실려 있는 욕망을 분석합니다. 또 호기심을 활성화시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하고, 나아가 삶을 고양시키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는데요.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들에 대해서 들려주고 있어, 여행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I Steve 스티브잡스 어록’
조지 빔 지음/ 이지윤 옮김/ 쌤앤파커스

이 책은 세계 IT 업계의 거목이자, 전 애플 CEO였던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남긴 명언들을 엮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1976년부터 그의 생각을 장소나 매체를 따지지 않고 활발히 전했습니다. 생전에 그가 말했듯이 세상에는 ‘급(grade)이 다른 생각들’이 존재하고, 잡스 자신이 가진 그러한 생각들은 그가 평생 해온 여러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센세이션을 주었습니다. ‘죽음, 삶의 가장 훌륭한 발명품’ ‘애플에는 나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 ‘타인의 삶을 살지 말라’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 1000가지 생각을 거절하는 것’ 등 스티브잡스의 촌철살인 같은 명언들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지혜를 뛰어넘는 혜안과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민길호 지음/ 학고재

현대미술의 토대를 형성한 네덜란드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 세계를 그의 영혼의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유년 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고흐의 인생을 1인칭 화법으로, 그의 작품을 통해 풀어내고 있는데요. 아버지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조카의 탄생 등 일생의 주요 순간에 고흐가 그린 그림 73점을 함께 수록해 책 한 권으로 그의 생애와 대표 작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화가 고흐가 아닌 ‘인간 반 고흐’의 삶을 되짚다 보면 그의 작품에서 드러난 예술적 시도, 가족과 친구들을 향한 따뜻한 인간미, 삶과 인간,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종교적 성찰도 엿볼 수 있습니다.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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