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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신문 언론 사명 다했나

  • 기자칼럼
  • 입력 2015.04.06 12:00
  • 수정 2015.05.11 09:28
  • 댓글 12

동국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파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동대신문 제1561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대신문이 제때 발행되지 않은 이유가 현직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김관규 동국미디어센터장의 강압과 통제 때문인 것처럼 외부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교수는 동대신문 기자단과 선배 모임 등으로부터 온갖 질타를 받았다. 김 교수는 하루아침에 언론탄압의 장본인으로 내몰렸다.

온갖 모멸과 질타의 대상에 올랐던 김 교수가 3월30일 교직원들에게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동대신문 기자들이 작성한 설문기사에는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 설문이 무작위 추출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표본오차까지 계산한 듯 기술하는 등 기사의 오류가 곳곳에 있었다. 언론학자로서 김 교수의 문제제기는 당연한 일일 수 있었다.

통계학 전문가도 “통계학 강의 하나라도 들었다면 이게 얼마나 부실한 설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동대신문 제1561호는 김 교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3월26일자로 발간됐다. 한발 더 나아가 1면 하단에 이미 사퇴를 표명한 김 교수를 향해 “미디어센터장에서 물러나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지도교수를 의도적으로 망신주려는 행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국문과 재학생인 동대신문 편집장과 연락을 시도했다. 본지 취재가 거북했던지 편집장과의 연락이 쉽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우연히 연결된 통화에서 그는 당일 중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편집장은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뒤 그는 일방적으로 “오프더레코드”라며 “기사와 댓글로 상처를 받았다” “어떤 답변을 해도 그대로 나갈 것 같지 않다” “후배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등의 내용을 문자로 보내왔다. 편집장의 손을 거쳐 발간된 기사로 인해 김 교수와 특정 총장후보가 입었을 엄청난 명예훼손 및 심적 피해에 대해 굳이 여기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쓴 기사가 옳다면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신념과 입장을 밝히는 게 기자다. 그럼에도 편집장은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정치적 이용” 운운하며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 이재형 부장
예로부터 선가에는 “말하기를 활을 쏘듯 하라”는 말이 있다. 하물며 신문 글쓰기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사가 누군가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장을 비롯한 동대신문 기자들은 설문기사가 보편적인 신문보도준칙에 떳떳했는지, 또 설문기사 자체가 정치적이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옳았다면 당당하게 나설 일이고, 잘못됐다면 피해 당사자들에게 참회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한국 언론을 이끌어갈 예비 언론인의 자세이기도 하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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