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노인포교-대전 광제사
6. 노인포교-대전 광제사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5.04.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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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어르신 사랑방’으로…‘포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 보은경로잔치에서 광제사는 늘 배경으로 물러나있다. 철저하게 어르신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포교를 의도하지 않았어도, 광제사의 발전을 기원하지 않았어도 21년 동안 지속된 보은은 ‘포교’와 ‘발전’의 열매를 맺었다.

기획재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올해 662만 명에서 2020년 808만 명, 2030년 1269만 명 등으로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인구대비 비율도 2020년에 16%에 이르며 2060년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불교계의 대응은 이웃종교에 비해 미흡한 게 현실이다. 한국노인대학복지협회 소속 400여 개 대학의 대부분이 개신교계이며 불교계는 2~3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노인포교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수준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다. 노인복지관 역시 마찬가지다. 중장년층 중심의 신도회 운영 등으로 사찰에서 노인의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적지 않은 노인들이 사찰에서 밀려나 개신교나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년 넘게 경로잔치를 열어 지역 어르신들을 불교로 이끌고 있는 사찰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 광제사(주지 경원 스님)다.

1994년부터 매월 한 차례
사찰서 ‘보은경로잔치’ 개최

21년 동안 쉼 없이 열리며
지역주민들에게 높은 호응

기부금 없이 인등비로 진행
신도들 ‘내 절’ 자긍심 늘어


매월 25일이면 광제사는 보은경로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어르신과 봉사단원들로 북적인다. 대전 동구 계족산 자락 언덕배기에 위치한 탓에 다소 힘들만도 하건만 어르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잔치에 참석한다. 동구뿐 아니라 대전 곳곳에서 광제사를 찾는 걸음이 이어진다. 광제사 역시 승합차를 운영해 경로당 어르신들을 모셔온다. 사찰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느라 바쁘다. 한쪽에서는 신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분주하게 공양과 다과를 준비하는가 하면 어르신들과 말동무도 돼준다. 어르신과 자원봉사단 등 300여 명이 매달 한 차례 법당을 가득 메우고 잔치를 준비하는 모습은 여느 사찰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행사 시작과 동시에 흥겨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며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광제사의 보은경로잔치는 ‘불교’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법문이나 찬불가공연이 진행되는 대신 가요와 민요는 물론이고 밸리댄스공연까지 펼쳐진다. 흥이 난 어르신들은 무대로 올라와 공연단과 함께 어우러진다. 하루하루 적적함과 무료함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던 어르신들이 이날만을 기다려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시간 동안의 공연이 끝나면 자원봉사단이 정성껏 준비한 공양을 나누며 잔치의 여운을 이어간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워낸다. 공식적인 잔치가 마무리돼도 광제사에서 새어나오는 이야기소리는 해질녘까지 계속된다. 그렇게 광제사는 대전지역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자 만남의 광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광제사 전경. 1986년 경원 스님이 창건한 뒤 발전을 거듭해왔다.

1994년부터 시작됐으니 올해로 21년째. 보은경로잔치는 이처럼 매달 어김없이 열리며 광제사는 물론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어르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노인포교 모범사례를 만들어내며 불교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각자 자신이 믿는 종교를 떠나 광제사에 오는 순간만큼은 모두 ‘불자’가 된다. 불교를, 부처님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법당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양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포교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어르신들은 광제사를 처음 찾은 이들에게 “공자님 제자는 갓을 쓰고, 부처님 제자는 모자를 벗는다”고 알려준다. 스님과 신도가 나서기 전에, 이미 어르신들 스스로 법당예절을 익혀나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은 광제사의 호법신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무려 20년 넘게 지속돼온 보은경로잔치와 더불어 드러나지 않게 어르신들을 후원하고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까지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법회 시 주차문제나 아침저녁으로 봉행되는 예불에 소음문제 등이 제기되면 누구보다 이웃주민들이 광제사의 입장을 대변해준다. 특히 보은경로잔치가 열리는 날이 25일인 관계로 크리스마스가 겹치는 12월 무렵에는 이웃종교인들의 시샘(?) 어린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웃주민들이 먼저 광제사를 옹호한다.

▲ 광제사 법당에는 관절상태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의자가 비치돼있다.

무엇보다 신도들이 ‘내 사찰, 내 스님’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보은경로잔치의 가장 큰 효과다. 어르신들은 어디서든 광제사 신도를 만나면 반드시 보은경로잔치를 열어줘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리고 이웃들에게는 보은경로잔치를, 광제사를 이야기하며 결국 불교를 전파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신도들에게 자긍심을 부여해 사찰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종무소와 공양간 등의 모든 소임이 신도들의 자발적 동참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 경비가 모두 인등기도비로 충당된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보은경로잔치가 신도증가를 위한 방편이나 포교의 일환으로 기획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러한 결실은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주지 경원 스님은 애초에 ‘보은경로잔치’를 말 그대로 ‘보은(報恩)’ 차원에서 마련했다. 복지관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스님은 대전역 인근에서 하루 종일 배회하던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대전역장을 찾아가 인근 철도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겠다고 밝혔다. 1994년 5월25일 어르신 20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보은경로잔치’가 열렸다. 21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리고 어르신들이 있는 한 지속적으로 펼쳐질 광제사의 보은이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 보은경로잔치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을 위한 공양도 준비된다.

당시 관청의 협조를 얻어 무의탁생활보호대상 어르신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들에게는 2만원의 용돈을 일일이 전달했다. 교정교화에도 힘쓰고 있던 경원 스님은 교도소법회에 동참하던 연예인들을 대전역으로 이끌었다. 별다른 홍보는 없었지만 호응은 대단했다. 3회부터 광제사로 자리를 옮겼음에도 어르신들의 참석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까지 보은경로잔치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광제사 설법전에는 제225회 보은경로잔치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대전의 척박한 포교환경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한 광제사의 역사가 ‘225회’라는 횟수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다음 달에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1년에 한 번 열리는 노래경연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개인 또는 팀을 이뤄 몇 달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낼 것이다. 그 모습을 기다리는 광제사 부처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스님의 얼굴에도, 신도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부처님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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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갚는 마음으로 신행생활 해야”

광제사 주지 경원 스님

▲ 경원 스님
“아휴, 포교한다고 생각 안 해요. 다만 신행생활을 은혜 갚는 마음가짐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작게나마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경로잔치를 열었는데, 지금까지 계속됐네요. 대단한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광제사 주지 경원 스님은 보은경로잔치에서 포교를 찾지 않았다. 그것은 부처님께 받은 은혜, 조상님께 받은 은혜, 이웃에게 받은 은혜는 갚으며 살자는, 단순하지만 보다 큰 발원이었다. 그래서 보은경로잔치에서 광제사는 주체가 아닌 배경으로 물러나있다. 철저하게 어르신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그러나 포교를 의도하지 않았어도, 광제사의 발전을 기원하지 않았어도 21년 동안 지속된 보은은 ‘포교’와 ‘발전’의 열매를 맺었다.

스님은 “기부금도 받지 않고 오로지 인등기도비를 기반으로 잔치를 열어왔지만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도왔기에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며 “어르신들이 광제사 법당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신도들 역시 즐거워하니 더 바랄 것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길거리를 지나다 어르신들을 만나면 다가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시원한 음료수를 사서 건네기도 한다. ‘출가할 때 부모님께 죄를 지었으니 그것을 닦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으로 발현되고 있음이다.

스님은 현재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영상포교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이만하면 됐다”며 웃으며 말하는 스님은 “이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미디어콘텐츠를 확장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큰스님들의 법문 동영상 등의 자료를 수집·정리하고 있는 스님은 조만간 인터넷을 통해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불교는 불자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교리’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편적 진리지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부처님 말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1289호 / 2015년 4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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