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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복덕

기자명 서광 스님

집착 않는 보시 복덕이 온 우주를 채운다

“무슨 까닭인가. 만약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그 복덕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느니라.…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한 복덕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가히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다만 응당히 가르친 바와 같이 머물지니라.”

보시하는 사람만 복덕 받지 않고
주변에도 건강한 심리 상태 확산
긍정심리학서도 행복 증가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시 꼽아

앞에서 진실로 최상의 올바른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은 그 어떤 대상도 제외하지 말고 모든 중생들이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때까지 도와야 한다고 했다. 또 도움을 주는 데는 3종류의 보시를 통해서 할 것이며, 보시를 할 때는 4가지 집착을 내지 말고 해야 한다고 했다.

위의 내용은 이제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 그 복덕이 이 우주를 다 채우고도 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집착하지 않고 보시하는 보살만 무량한 복덕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기의 이치를 기반으로 하는 불교적 관점에서 일방향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시를 받는 중생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에게 보시하는 보살이 어떤 자세와 태도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를테면 수행자나 포교사 등이 개인 또는 단체로 수재민, 양로원, 고아원 등에 물질적 보시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전달하는 사람이 형식적이거나 생색을 내지 않고, 진실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한다면 받는 이의 입장에서는 물질적 보시가 단순히 물질적 도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신적, 심리적으로 깊이 감사하면서 그만큼 세상을 따뜻하고 안전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한 긍정적 정서는 주변에 대한 자각과 인식을 확장시키게 되고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발시킴으로써 재보시를 무외시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굳이 불법을 설명하고 애써 포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들의 진정어린 보시 태도 속에 녹아있는 삶의 가치와 방식을 배우게 되고, 자연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재보시가 무외시를 넘어서 법시로 승화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

또 우리는 4가지 집착을 하지 않고 보시하는 복덕이 온 우주를 채우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오직 경제적 관점과 논리에 초점을 맞춘, 온통 경제로 환원된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소유를 향한 우리의 무의식적인 내적 갈망은 쾌락의 쳇바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도록 조건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의 최근 연구들은 타자에게 베푸는 보시행이 자신의 행복을 증가시키는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입증해 왔다.

‘도덕경’에 의하면 죄악 중에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이 없고, 재앙 중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고, 허물 중에는 욕망을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한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모두 탐욕의 독성이 가장 심각한 죄악이고 재앙이며 허물이라는 사실을 깊이 통찰케 한다는 점이다. 탐욕이 죄악 중에 가장 큰 죄악인 이유는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대상을 향해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최고의 재앙인 이유는 갈증도 나지 않는 자가 물을 찾아 헤매듯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갈망하고 소비하느라 삶을 허비하고, 타자의 희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정신적 또는 영적 보시를 실천하는 행위는 탐욕의 독성을 정화하는 가장 본질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다. 더러는 욕망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 않을까 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욕망이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면 그 욕망은 더 이상 욕망이 아니고, 자신과 타자를 함께 이롭게 하려는 원력과 회향으로 변환될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90호 / 2015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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