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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명상센터 호두마을 - 상

“대지와 같은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번뇌 받아들이라”

▲ 눈 감고 마음을 본다. 고통과 번뇌의 뿌리를 찾아본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자 경직된 몸과 마음부터 풀어놓는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마음이 쉴 새 없이 요동친다.

“마음이 건조하고 긴장돼 있다면 부처님 법은 들어가기 어렵다.”

집중수행 참가자 20여명
천안 호두마을서 6박7일
고통·번뇌 뿌리 찾기 위해
몸·마음의 변화 흐름 관찰

삼법인 꿰뚫는 지혜 얻고자
간절히 발원하며 수행 입재

위빠사나명상센터 호두마을 대수행홀이 꿈틀댔다. 집중수행 참가자 20여명은 경직된 몸 풀고 마음을 열었다. 부산 담마야나선원장 아신 빤딧짜 스님이 지도하는 6박7일 위빠사나 집중수행 첫 날이었다. 빡빡한 수행일정표도 그렇고 위빠사나를 처음 접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집중수행 입재법문이 참가자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있던 법문 일정이 늦어진 빤딧짜 스님 대신 법석에 오른 호두마을 비구상가 선원장 상가락키따 스님은 수행에 임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부처님이 라훌라와 탁발 나가면서 전했던 가르침을 그대로 옮겼다.

“좋거나 싫은 대상들이 다가올 때 사로잡히지 않도록 대지와 같이 고요해야 한다. 온갖 오물이 떨어지는 곳임에도 오로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오물을 수용해 정화하는 큰 바다와 같이 수행하라. 불 같은 마음으로 모든 오물을 불태워 오염된 마음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좋거나 나쁜 대상에 ‘내’가 끌려 다니지 말고 오물을 바람처럼 날려라. 허공처럼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두라.”

“‘나’라고 여기고 있는 생명과 건강, 젊음, 아름다움이 늘 한결 같다고 여기면 교만이 생긴다. 교만이 곧 아상(我相)이다. 결국 둘은 죽음으로 귀결되고 아름다움은 추함으로 변한다.”

수행자들은 궁금했다. 쉽게 법문이 이해되지 않았다. 오물이나 오염된 마음이 번뇌며 번뇌가 고통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쑥 솟아나는 화라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상대에겐 바라는 점이 많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에 불만이 똬리를 틀고 앉았었다.

김가윤(29·가명)씨는 혼란스러웠다. 평소에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호두마을을 듣고 무작정 찾아 왔지만 불교인 줄 몰랐다. 입재법문을 듣다 보니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했다. 그는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사람들이 얽히면 심장박동이 뛰고 마음은 심하게 날뛰었다. 오죽하면 불편한 이들을 향해 속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라며 비꼬기까지 했었다. 싫고 좋고 하는 마음을 지켜보기만 하면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위빠사나라는 수행이 잘 되면 감정이 없어진다는 얘기도 믿기 어려웠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두는 법을 배우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자기 몸을 추하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원주서 온 박소정(64·가명)씨는 남편이 아버지이자 친구, 애인처럼 되길 바랐다. 현실은 달랐고 충돌이 잦았다. 화가 불 같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생활 속에서 화를 조절할 수 있을 지 궁금했다. 미얀마에서 위빠사나를 접하고 온 심미정(가명)씨는 나쁜 생각이 올라오면 두렵고 공포를 느꼈다. 그대로 행동할 것만 같아 마음이 괴로웠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대지처럼 받아들이라는 법문이 와 닿지 않았다.

불쑥 연민과 자애 법문이 이어졌다.

“자신의 고통과 동일시키는 힘을 연민이라고 한다. 모든 존재들의 고통을 숙고하면 연민이 생긴다. 연민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 부처님 법 심기 좋은 마음 상태를 조성한다. 자애심을 계발하면 시기, 질투, 불평, 불만 등 적의(敵意)가 함께 하지 않는다. 곧 대상이 고통 받길 원하는 마음이 멀어진다. 대상에 마음이 들러붙어 특히 ‘나쁘다’가 생기면 불만, 분노, 시기, 질투라는 족쇄를 스스로 채운다. 연민과 자비를 키우는 게 위빠사나 수행이다.”

양정우(40)씨는 깜짝 놀랐다. 전남 장흥서 주야간 4교대 근무 중 야간업무를 마치고 주어지는 휴일에 연차 휴가를 더해 집중수행에 참가한 그는 입재법문이 자신 이야기 같았다. 마음에 번뇌가 많았었다. 주로 성냄이었다. 상대에게 나쁜 의도를 가졌던 일이 적지 않았다. 상대에게 잘하려고 하는 언행인지 가슴 속에 적의를 품고 있는지 구분하지 못했었다. 그에게 법문은 위빠사나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입재법문 뒤 짧은 실참이 이어졌다. 고통을 수반할 수 있는 가부좌는 가급적 피하고 발은 자연스럽게 놨다. 스님은 코끝과 윗입술 사이에 마음을 두고 들숨과 날숨을 관찰(사띠)하라고 했다. 이 때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대상)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라 했다. 고요하게 호흡에 사띠가 머물고 위빠사나 수행이 깊어질수록 삼매의 힘이 생긴다고 했다. 이 때 사띠가 성성해지면 몸과 마음에서 이는 현상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얻어진다고도 했다.

수행자들은 눈 감고 마음을 본다. 고통과 번뇌의 뿌리를 찾아본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자 경직된 몸과 마음부터 풀어놓는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마음이 쉴 새 없이 요동친다.

입재법문 뒤 잠깐 위빠사나 수행을 접하고 숙소로 향하는 수행자들 가슴에 기대와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호두마을에서 새긴 글귀가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수행자들이여, 이것은 모든 중생들의 청정을 위한, 슬픔과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괴로움과 싫어하는 마음을 없애기 위한, 올바른 길에 이르기 위한, 열반을 깨닫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바로 네 가지 마음챙김(四念處)이다.”(‘대념처경’)

호두마을은 흘러가는 자연의 순리 그대로 밤을 맞이했다. 별빛 깊어지자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도 익어가는 밤 속으로 사위어갔다. 무상, 무아, 고. 삼법인을 꿰뚫는 지혜를 얻고자 발원한 수행자들의 간절함이 새벽을 기다렸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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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플럼빌리지’라는 위빠사나 도량

호두마을이란

손병옥 보시로 설립된 수행처
사단법인 전환…위빠사나 보급

충남 천안시 광덕산 아래 광덕면 광덕리 만복골에 한국의 플럼빌리지로 불리는 위빠사나 전문수행센터 호두마을(www. vmcwv.org)이 있다.

호두마을은 한 재가불자의 간절한 서원과 헌신에 의해 1992년 시작됐다. 설립자 손병옥씨는 20여년 전 개인 토굴을 짓기 위해 마련한 부지를 희사했다. 20대 때 통도사로 잠시 출가하기도 했던 그는 위빠사나에 확신을 갖고 사회생활을 정리했다. 고통을 소멸하고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는 법이 분명하고 쉽다는 확신은 여생을 수행으로 정진하게 했다. 그러나 많은 수행자가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함을 절감하고 사회생활로 얻은 전 재원을 가족 동의하에 호두마을에 보시했다.

2001년 9월 호두마을은 위빠사나를 국내에 널리 알려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조화로운 삶을 누리게 할 목적으로 개원했다. 1년 뒤 비영리 공익법인인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뒤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자 하는 이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호두마을은 최대 100여명의 수행자를 동시에 수용 가능하며 플럼빌리지라는 별칭에 어울리도록 정성스럽게 갖춰진 도량이다. 부지면적만 1만2000㎡(3630평) 규모며 수행시설 10동과 조경연못, 주차장, 텃밭, 부대시설 등이 있다. 대수행홀을 비롯해 샤워시설까지 갖춘 숙소와 공양간. 4채의 황토방 등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최근 청정 비구상가만을 위한 건물과 법당, 야외경행 공간도 마련됐다.

▲ 호두마을은 365일 자유롭게 위빠사나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두마을의 특징은 365일 자유롭게 위빠사나 수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용도 저렴하다. 뿐만 아니다. 매월 지도법사들이 1주일 집중수행을 이끄는 등 몸과 마음의 변화 흐름을 관찰하는 정진열기가 식지 않는 도량이기도 하다. 041)567-2841


[1290호 / 2015년 4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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