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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첫 사구게

기자명 서광 스님

영혼 비추는 거울인 몸과 마음 통해 본질을 보라

“수보리야, 몸의 모양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몸의 모양으로써 여래를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몸의 모양은 몸의 모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기를,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부처님의 훌륭한 32가지 상호
중생심이 창조한 허상에 불과
때 되면 반드시 사라지는 현상
외모와 자비 이면의 불성 봐야

‘금강경’ 4구게 가운데 첫 번째 게송이 나오는 대목이다. 내용의 핵심은 부처님의 몸은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32가지 훌륭한 외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최고의 몸짱, 최고의 얼짱이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부처님의 겉모습에 끌려서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처님의 내적인 지혜, 자비, 깨달음 등 영적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결코 부처님을 올바로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1~14회에서는 아집(자아에 대한 집착)에 대한 4가지 집착을 설명했다면, 15회에서는 법집(현상에 대한 집착)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라고 이해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즉 부처님의 몸이 바로 부처님의 자아라는 착각(아상), 부처님은 32가지 거룩한 모습을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인상), 부처님의 모습과 다른 중생들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중생상), 부처님의 그 모습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수자상)이다.

왜인가? 왜 부처님의 겉모습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으며, 부처님의 형상조차도 허망하다고 하셨을까?
어떤 상황에서든 심지어 가장 불행한 조건에서도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강조했던 의미치료(logotherapy)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우리 인간은 몸(body), 마음(mind), 영혼(spirit)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몸과 마음은 우리가 소유한 것이고(what we have), 영혼은 우리 존재 그 자체(what we are)라고 말했다. 프랭클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처님의 뛰어난 겉모습은 부처님 자체의 본래면목이 아니라 부처님이 소유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어떤 모습보다도 확고하게 보이는 부처님의 모습 또한 본질적으로는 우리들의 마음이 인위적으로 창조한 것이고, 공(空)한 것이어서, 궁극적으로는 날조된 망상에 불과하다.

비록 부처님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영원하지 않고 때가 되면 반드시 사라지고 마는, 생주이멸(生住離滅)의 이치를 따르는 무상하고 허망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허망한 것을 근거로 진리를 찾지 말고, 진실로 부처님을 만나고 싶으면 부처님의 32가지 훌륭한 외모와 자비로운 그 마음의 이면에 있는, 영원불멸의 진리, 완전한 깨달음, 궁극의 지혜, 진여불성을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언제부터인가 세계 1위 성형국가로 등극하면서 불량의사와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해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조금은 이해가 갈 듯도 하다.

나의 몸이든 너의 몸이든 그것을 자아와 동일시하게 되면, 곧바로 탐욕과 분노의 원초적 본능이 작용하면서 소유하고 보호하려는 충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내 몸이 ‘내가 아닌’ ‘나의 것이 아닌’ ‘내 자신이 아닌’ 관점과 너의 몸이 ‘너가 아닌’ ‘너의 것이 아닌’ ‘너 자신이 아닌’ 관점과 태도를 발달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무상하고 공한 겉모습을 ‘나의 것’ 또는 ‘너의 것’이라고 집착하는 순간, 엄청난 고통과 갈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라는 말씀은 우리의 몸과 마음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니, 그 거울을 통해서 드러나는 본질, 진여를 보라는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91호 / 2015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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