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일 청산 미룰 수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삼일절 83돌을 맞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대표적인 친일파 인사 708명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명단에는 조선일보 방응모, 동아일보 김성수 사장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각계각층에서 선각자로 알려져 온 유명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존경받던 여성계,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다수가 거론되었다. 불교계의 저명인사도 들어있어 불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그 동안 소신 있는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서만 부분적으로 알려졌던 반민족적 친일행위자들이 마침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 친일행위에 대한 역사적 단죄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일제잔재의 청산은 해방 후 우리민족의 가장 중요한 최우선의 과제였다. 그런데 반세기가 넘도록 아직도 이 문제는 왜 이렇게 장벽이 높기만 한 것인가? 그 근본적 이유는 친일파를 큰 축으로 삼았던 이승만 정권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승만 정권은 정치적 테러 등 온갖 수법을 다 동원해서 ‘반민특위’의 일제청산 작업을 방해하였다. 일부 친일인사들은 언론사를 경영하면서 친일세력들의 ‘공과론’과 ‘이승만 국부론’을 내세워 친일행적을 끊임없이 왜곡시켜 오면서 일제청산의 절실한 요망을 좌절시켜 온 것이다. 친일세력들은 자신은 물론 대를 이어가면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청산저항세력’을 형성하여 역사적, 법률적 심판을 집요하게 방해해 왔다. 그러나 역사적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반세기 이상 미루어 왔던 일제잔재 청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여 ‘진상조사특위’를 설치해서 정부차원에서 친일청산 작업이 이루어져야한다.

우리는 하나의 선례로, 프랑스의 과거 청산작업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새겨 보아야 한다. 드골 대통령은 히틀러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비시 정부의 관료는 물론, 거기에 협조했던 언론인과 작가 그리고 레지스탕스 지식인들까지도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철저한 처형을 단행했다. 제아무리 널리 알려진 천재적인 문학인, 예술인이라도 히틀러에 협조했던 사람은 가차없이 총살시켰다. 히틀러 시대에 프랑스에서 발행되던 유명신문들도 즉각 폐간시켰다. 또한 그들이 축적한 재산을 철저하게 몰수하였다.

이러한 깨끗한 과거 청산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떳떳하고 강력한 프랑스가 있게 된 것이다. 〈르몽드〉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암흑기에 프랑스를 지키려던 ‘지하신문’들은 오늘날 유명언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물론 친일청산작업은 그 목표를 보복과 처단에만 두어서는 아니 된다.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철저한 ‘반성과 화해’의 차원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진상규명작업은 빠를수록 좋으며, 어쨌든 남북통일 전에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 일제청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통일한국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이승만 정권 밑에서 부귀와 영화를 누린 친일 기득권 세력들이 계속해서 사회지도층으로 군림한다면 통일한국의 화합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반민족친일세력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제 보다 엄격한 기준과 객관적인 사실을 규명하는 작업이 각계각층에서 뒷받침되어야 한다. 차제에 종교계의 친일세력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불교계도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이 역사적 과업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