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행 정용환 씨
절수행 정용환 씨
  • 법보신문
  • 승인 2015.04.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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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60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1월이었다. 인근의 대원정사라는 절 주지스님의 조언으로 공인중개사를 준비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공부에 필요한 비용과 소요시간을 생각하니 불합격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다짐을 공고히 했다. 제일 먼저 금주와 금연을 시작했고 그런 다짐으로 임한 시험에 통과했다. 늦은 도전에 성공했던 경험을 바탕 삼아 내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삶의 기둥을 세웠다. 절수행이다.

삶의 마지막 선택 절 수행
아비라카페서 3천배 철야
매일 천배 백일 정진 회향
가벼워진 심신에 금주도

 
언제부터 3000배를 시작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인터넷에서 3000배를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아비라카페는 굉장한 행운이었고 정법을 만난 인연이었다.

카페에 가입하고 며칠 뒤인 2014년 8월6일, 카페에 올라오는 각종 수행담을 보면서 정말 진짜로 한 뒤에 올리는 글일까 의문도 들었다.

500배, 600배, 3000배 등 도무지 엄두가 안 났다.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뿐이었다. 특히 능엄주는 문서로 뽑아 코팅해놓고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며 해봐도 1독에 12분이나 걸렸다. 그런데도 한 도반은 매일 5독을 한다고 하니, 내 기준으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수행이었다. 뭐하나 만만한 일이 없었다. 카페 가입 한참 뒤인 10월에야 3000배 철야정진 참가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11월 2차 3000배를 하고 상경하는 버스에서 도반이 제안한 동안거 기도수행이 현재와 같은 절수행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31일부터 새벽 3시50분에 일어나 예불하고 발원문 낭독한 뒤 능엄주 1독과 함께 1000배씩 해오던 100일 정진을 지난 4월9일 회향했다. 이렇게 절수행이 쌓여 이제 그럭저럭 3000배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능엄주는 처음 10독 하는 것도 힘들었다. 지금은 하루 종일 근무 중 틈틈이 하다 보니 21독은 별 문제없이 할 수 있게 됐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간의 수행으로 사고방식이 많이 변했다. 눈에 띄는 부분으로는 표면적인 변화가 있었다. 올챙이처럼 튀어나왔던 배가 없어지고 안색이 밝아졌다. 10년 간 매일 한 병씩 마시던 소주로 안색은 시커멓게 변해가던 중이었다. 절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멀리하게 됐다. 10시 전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50분에 일어나 일과수행을 하다 보니 숙면을 취하게 됐다. 체중은 8kg 정도가 줄어 몸이 가뿐해졌다. 절수행하며 아무리 먹어도 체중은 늘지 않는다. 특히 허리 때문이 한의원으로 침 맞으러 다닐 일이 사라졌다.
절수행을 하다 가끔 환희심을 느낀다. 어느 날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아 아비라카페 홈페이지에서 흘러나오는 능엄주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따듯해지면서 눈물이 솟았던 경험들은 왜 수행을 해야 하는지 알게 했다. 지난 2월 해인사 백련암에서 3000배 철야정진 후 상경하는 버스 안에서 도반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하는 수행을 얼마나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성취하고 싶은 일 한 가지가 있다고. 최소한 다음 생에도 사람 몸을 받고 태어나 지금보다 좀 더 일찍 수행 할 수 있게 기초라도 튼튼하게 다져놓고 싶다.

절수행이든 경전공부든 참선이든 머리로만 생각하고 실천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정해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왕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죽기 살기로 목숨 걸고 해야 할 일이다. 그런 굳건한 믿음을 실천하는 수행자의 길을 걷겠다.

[1291호 / 2015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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