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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병원, 그림 속의 떡인가

그 동안 우리 불자들은 불교병원이 없어 곤욕을 겪어 왔다.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기면 타종교에서 설립 운영하는 병원, 십자가가 걸려있는 병실에 입원해야 하는 서글픔을 맛보아야 했고, 수시로 울려 퍼지는 찬송가 소리를 들으며 인욕을 해야 했다.

심지어 스님들까지도 타종교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은 <불교병원>을 짓는다는 소식에 두 귀가 번쩍, 너도나도 불교병원 짓는데 벽돌 한 장이라도 보태자며 팔을 걷고 나섰다. 그렇게 해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보란 듯이 거대한 불교병원 건물을 짓고 준공법회까지 성대히 마쳤다. 이 자랑스러운 불교병원은 2000만 불자의 소원과 지극 정성을 담아 99년 10월에 착공, 실로 3년만의 공사 끝에 완공을 본 것이다.

최첨단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16개의 수술실, 양방·한방을 합해 총 1000개의 병상(病床)을 갖춘 국내 굴지의 종합병원인 불교병원은 그야말로 우리 2000만 불자의 자랑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9월 27일 거행된 준공법회에 법전 종정 예하, 원로회의 의장 도원 스님, 총무원장 정대 스님, 동국학원 이사장 녹원 스님, 동국대 송석구 총장 등 사부대중 5천명이 참석, 박수와 환호 속에 불교병원 준공을 축하한 것만 보아도, 그 동안 우리 불자들이 얼마나 불교병원을 애타게 기다렸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기쁨과 환호와 기대 속에 준공된 불교병원은 준공식을 거행한지 한 달이 지났건만 당분간 병원문을 열 가망이 없는 채 '그림 속의 떡'이 되어 있다.

동국학원 이사회가 불교병원 개원을 위한 정관개정을 부결함으로써 불교병원 원장선임은 물론 직원채용도 당분간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총공사비 729억 원을 비롯해 무려 8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거액을 투입해 준공한 불교병원이 동국학원 이사회의 숫한 의견대립과 파워게임으로 정관개정조차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불교병원은 내년 6, 7월에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고 보면 우리는 답답함을 넘어 아연할 수밖에 없다.

불교병원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만 지어 자랑하자고 지은 것이 아니다. 병원은 병고에 시달리는 수많은 중생들을 병마의 고통으로부터 구하고 귀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막상 병원을 지어놓고도 속셈을 알 수 없는 의견대립으로 환급한 중생구제를 외면한다면 이건 그야말로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더더구나 불교병원은 그 규모가 워낙 커서 개원을 하지 않아도 매월 2억5천만 원에서 3억 원에 이르는 시설관리비를 지출해야 한다니 이거야말로 아까운 정재를 헛되이 탕진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불교병원의 개원을 미루자는 쪽은 '생명을 다루는 일인만큼 늦더라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불교병원이 하루 이틀에 뚝딱 건립된 것도 아니고 장장 3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한 것인데, 그 길고 긴 3년 동안 철저한 준비도 하지 않았다면 그 동안 도대체 무엇들을 하고 있었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불교병원은 단순히 병원 한곳이 새로 지어진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 그 동안 우리 2천만 불자들은 수도권에 변변한 불교병원이 없어 얼마나 자존심을 상해가며 타종교의 병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며 설움을 당해 왔던가? 그리고 불교병원을 짓는데 투입된 800억 원의 정재 가운데는 눈물겨운 시주금이 들어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환자를 외면하고 환자를 받지 않는 불교병원, 21세기 최대의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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