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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생명

  • 기자칼럼
  • 입력 2015.04.27 10:53
  • 수정 2015.04.27 10:54
  • 댓글 0

초록의 계절 4월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개나리를 시작으로 목련, 벚꽃, 매화가 순서에 따라 초록의 계절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계절로서의 4월은 아름다웠지만, 우리의 4월은 참담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원칙이 훼손될 때 우리에게 어떤 재앙이 도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세월호 참사에서 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개발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만도 울산 신불산, 대구 팔공산, 속초 설악산, 남원 지리산을 비롯해 경남 사천, 전남 목포 등 예닐곱 곳에 이른다.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이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정치인들의 논리는 경제적 이익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강변한다. 또 등산인구가 분산돼 환경훼손을 막을 수 있다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쉽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어 복지의 의미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아름다운 강산과 문화재가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그렇게 사회약자를 위하고 싶다면 차라리 케이블카 설치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사회복지예산으로 돌리라고 말한다.

한국삭도협회에 따르면 현재 관광용 케이블카가 운행 중인 곳은 전국 20여 곳이다. 그 가운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곳은 사실상 통영이 유일하다. 오히려 예전만 못한 곳도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사실상 케이블카를 추진하기 위한 장밋빛 청사진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궤변에 가깝다. 실제 내장산은 케이블카 설치 이후 상부 정류장 주변은 갈수록 황폐해져 공터가 크게 늘었다. 덕유산 또한 향적봉 정상부까지 관광지로 변해버렸고, 특히 설악산은 케이블카 운행 이후 권금성 희귀생태계가 초토화됐다.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배려 주장 역시 변화된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산을 즐기는 패턴이 정상 정복에서 둘레길 문화로 급속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현태 기자
무엇보다 케이블카는 필연적으로 지주와 정류장 등의 시설을 설치해야 하기에 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환경훼손은 곧 생명훼손이다. 부처님께서는 생명에는 경중이 없으며 미물에게도 불성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지난해 큰 대가를 치렀다. 경제적 논리에 생명이 경시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배웠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또 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292호 / 2015년 4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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