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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우려스런 글쓰기

기자명 우희종
  • 기고
  • 입력 2015.04.28 14:25
  • 수정 2015.05.11 09:21
  • 댓글 42

[우희종 교수 기고] 신규탁 교수 기고에 대한 답글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장영우 교수와 우희종 교수의 주장을 비판한 기고문을 4월27일 보내왔다. 신 교수는 기고문에서 장영우 동국대 교수에 대해 “‘동국대 우리학교’는 부적절한 표현이며 국민이라면 누구나 말할 수 있다”고 비판했으며 우희종 서울대 교수에 대해 “불교계 비판의 글들은 광우병 관련 글쓰기와 단절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우희종 교수가 4월28일 신규탁 교수의 기고문에 대한 답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장 교수 글에서는 내용을 지적
자신 관해서는 논거 발견 못해

기고문 내용·자격을 언급하면서
논거제시 없는 ‘단절’주장 의아

공동체 사찰 소속 주장도 의아
수행의 기본은 자등명 법등명

 
요즘 동국대 총장 선거 사태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듯합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동국대 문창과 장영우 교수님이 글을 주셔서 답을 드린 적이 있는데 이제 신교수님이 글을 주셨습니다. 이미 문창과 교수님에게는 납득되지 않는 점에 대하여 여러 질문을 드린 상황이었기에 철학과 교수님인 신교수님의 기고문에는 논리적이자 새로운 관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주신 기고문과 더불어 기고문 안에 언급된 신교수님의 두 글을 읽으면서 철학과 교수이자 중국 화엄학과 선불교를 전공한 이고, 정토학회 회장이기도 한 신교수님께 또 다시 질문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저의 궁금증은 말미에 두고 우선 주신 의견에 대한 제 생각을 드리고자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동대 총장 선거와 관련해서 오간 글의 ‘내용’이 아니라 ‘방법’과 ‘형식’에 대하여 말하는 것으로 전제하셨습니다. 그런데 첫 지적인 장영우 교수님에 대한 지적은 ‘방법’과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더군요. 그것도 이미 제가 장영우 교수님에게 지적한 내용과 대동소이한 것을 반복해서 쓰셨고요. 철학과 교수님께서 내용과 방법이나 형식을 구분하지 못하고, 더욱이 이미 지적된 내용을 새롭다는 식으로 반복하신 것은 제겐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이어진 저에 대한 언급에서 ‘제 글에서 충분조건이 읽혀지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제 글의 방법과 형식, 아니 내용에서라도 왜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그 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단지 전공이 수의학이다라는 것 외에는 말이죠. 신교수님 견해의 논거나 근거되는 부분에 대하여 단 한 문장이라도 있었으면 제가 배워야 할 점이나 반성할 부분에 대하여 재고할 수 있겠습니다만, 단지 전공이 수의학인 사람이 불교계 글을 쓰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 사유가 없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는 평소 논의를 그렇게 전개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 언론매체에서 타인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내릴 때에는 최소한의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글쓰는 사람의 기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논거 없이 단지 교수직에 대한 사회의 신뢰감과 더불어 수의학 전공교수다운 글쓰기를 지적하신 것을 보면, 신교수님께서는 제 글의 방법이나 형식이 아니라 글쓴이의 자격을 거론한 셈입니다. 저는 우리사회와 대학의 민주적 절차와 문화를 위한 전국 교수모임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공동의장 2년, 상임의장 2년, 총 4년간 활동하면서 건강한 사회와 상식적 대학 문화를 위하여 최소한 무엇이 필요한지는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학 상식과 건강한 문화는 대학문화를 전공한 교수만이 써야 한다고 말하신다면 더 드릴 말이 없습니다만.

이렇듯 철학과 교수님께서 ‘방법’과 ‘형식’을 말한다면서 실제로는 ‘내용’과 ‘자격’을 언급하신 셈이고, 더욱이 논거 제시도 없이 단절이다, 큰 강이 있다 하신 글쓰기에 저는 의아해집니다. 일전에 신교수님께서 쓰셨다는 대학 총장선거와 이사회 관련 글을 지금은 부끄러워하실 것 같습니다. 대학행정에 대한 전공이 아니라 불교철학이나 선불교 전공한 사람이 대학 총장 선거와 재단 이사회에 대한 글을 썼으니 스스로 자신의 글에 큰 강이 흐르고 단절이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선불교를 전공하셨다면서 정토학회 회장이라니 불자라면 비전공자라해도 선불교와 정토학 간에는 거리가 있다는 것은 다 압니다. 물론 불교라는 큰 틀에서 보면 통하겠지만 전공을 살리라는 교수님 입장에 보면 제가 과문한 탓에 그 점을 어찌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저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신교수님께서 불교철학을 전공했고, 중국화엄학과 선불교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가, 출가를 거론하면서 수행공동체는 절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수행 기본은 대반열반경에 나오듯이 자등명 법등명 (自燈明法燈明, 自歸依法歸依)이자, 굳이 약산유엄 선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법당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유마경의 진정한 출가의 의미를 모르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 답글을 쓰면서 신교수님이 회장으로 있는 정토학회에서 동국대의 연구진실성검증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굳이 특정후보에 대하여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 발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총장에 출마한 후 표절이 문제되자 뒤늦게 논문을 철회한 윤리적 책임이 큰 총장후보입니다. 해당 후보의 다른 논문에 대한 표절 판단에 있어서 가부만을 언급하면 될 터인데도, 굳이 해당 후보가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식의 부차적인 표현까지 붙이셨더군요. 대학의 공식위원회 조사 전에 특정인에 대한 이런 행위는 편파적이라고 생각될 우려가 있음은 충분히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총장선거 관련해 불교신문에 썼다고 언급한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종단 외압으로 유력 후보가 사퇴를 밝힌 3일 후에 쓰여진 ‘대학의 본질과 동국대의 시대적 사명’이라는 글입니다. 대학의 민주적 절차가 훼손된 상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외압에 의한 후보 사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충정의 발로로 표현하셨더군요. 특히 동국대 출신 총장의 필요성과 더불어 인권이라는 사회 비전을 제시할 새 총장을 강조한 후에 불교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길을 제시한 근본 가르침이라고 맺음으로서 결국 동대출신 스님총장이어야 함을 완곡히 표현하셨고요. 전공 탓에 저의 글읽기는 많이 부족할 수 있어 왜곡될 수 있음을 양해드리면서 그런 글쓰기야말로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하는 곡학아세의 글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를 드려봅니다.

신교수님의 두 번째 글, ‘동국대 총장 인선, 의미 있는 다툼으로 승화하자‘를 보니, ’내용‘보다는 ’형식‘과 ’방법‘을 더 중시하는 신교수님의 모습이 잘 나타나더군요. 저는 특정 대학의 이사회 갈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만, 상황에 대한 근본적 성찰보다는 미사여구에 둘러싸인 채 싸울만큼 싸웠다든지 이제 그만 파헤치자는 취지의 글을 보면서 학내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단순 진영논리로 이해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학연에 대한 근거제시 없이 대학 총장은 그 대학 출신이어야 한다는 순혈주의나 이사회 시시비비를 언급하는 모습에 대한 낯설음은 행정학을 하지 않고 불교철학을 전공한 이의 글이라서 저 역시 큰 강이 느껴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래도 첫 번째 글처럼 특정인 옹호를 에둘러 이야기하지 않고 드러내 놓으셨기에 솔직한 면은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신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統攝, Consilience)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종종 사용하는 통섭(通涉)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서, 생물학적 지식으로 다른 학문을 통치할 필요가 있는 지적 서열까지 의미합니다. 평소 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발상이었습니다만, 일전 문창과 교수님 기고문이나 신교수님의 글을 접하면서 윌슨 교수의 통섭이 어쩌면 타당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툼이 승화되기 위해서는 결코 적당히 덮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선생님의 전공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는 수의학을 전공한 저의 짧은 철학적 지식 탓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급히 답글을 쓰게 되어 실례도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널리 혜량하시고 이처럼 여러 교수들의 우려에 힘입어 동국대에 표절 없는 바른 분이 총장이 되어 대학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1293호 / 2015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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