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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기와 마음 틀기

  • 기자칼럼
  • 입력 2015.05.04 11:52
  • 수정 2015.05.04 11:54
  • 댓글 0

“무슨 일 있었니? 언니랑 같이 걸을까?”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여순경이 여고생에게 건넨 한 마디다. 여고생은 부슬비 내리던 지난 4월19일 한강에 투신하려고 했다. 여순경은 친구의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마포대교에 도착해 전망대 부근 의자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는 여고생에게 다가갔다. 최근 따돌림을 받고 중간고사 성적까지 떨어진 여고생은 자살을 결심했었다. “언니, 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죽기 싫어요.” 그녀는 부모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갔다.

5분 거리다. 우리는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와 그만큼 떨어졌다. 그 거리를 넘어 말을 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단절되고 불행하다고 느끼며 우울해한다. 그러나 5분이라는 경계를 뚫고 건넨 말 한 마디는 마음을 움직여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꾼다. 지난 4월25~28일 서울 강남 천년고찰 봉은사에서 열렸던 ‘힐링멘토와 함께하는 행복여행’이 그랬다. 법보신문과 함께 마련한 나흘간의 여정에 동행한 이들이 6000여 명 가까웠다. 현장에서 드는 의문은 한 가지였다.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지금 이곳을 찾았을까. 답은 말 걸기와 마음 틀기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있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혜민 스님부터 예비 국민멘토 원빈 스님,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정목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은 친절했다. 스님들은 높은 법석에서 내려와 대중 곁에 서서 말을 걸었다. 한 발자국 거리였다. 스님들은 대중들의 마음을 틀었다. 늘 남과 비교하며 못난 자신을 탓하는 우리의 마음을 긍정과 행복이라는 방향으로 전환시켰다.

‘작은 키’라는 열등감에서 땅에 떨어진 돈을 가장 먼저 주울 수 있는 장점을 발견했다. 소방관이 꿈이었던 시한부 백혈병 소년에게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동료’라는 소방관의 말로 꽃다운 말씨의 환희를 보여줬다. 자신이 스스로를 가장 아름답게 격려할 때 가장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응원을 보냈다. 괴로운 순간 자신을 다독이는 친절함이 고통을 없애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스님들이 건네는 말 한 마디의 울림에 대중들은 웃었고 울었고 감격했다. 그리고 친절한 말 걸기에 마음 틀고 청량한 봄을 맞이했다.

▲ 최호승 기자
우리는 삶에서 몇 번째 봄을 맞고 있을까. 자신과 타인에게 몇 번이나 친절한 말을 건넸을까 질문을 던져 본다. 힐링멘토와 함께한 행복여행에서는 화안애어의 큰 힘을 느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는 함민복의 ‘마흔 번째 봄’ 일부가 적혔다.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최호승 time@beopbo.com

 


[1293호 / 2015년 5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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