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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와 불교

음력으로 10월이 되면 속가에서도 문중마다 꼭 치루어야 할 일이 있다. 시제이다. 시향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6대조 이상의 조상 묘지에 가서 하루에 대대로 지내는 이른바 문중의 공동 제사이다.

이 날이면 안에서는 제수를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하고, 산에서는 제사 준비에 바쁘다. 산신제를 지내고 축문 읽고 음복 술을 마시고 온 집안의 큰 행사가 벌어진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 고향을 지키고 사는 친척들은 불과 얼마 안 되고, 남아 있다고 해도 나이 드신 분들이 태반을 이룬다. 조선시대에 정착되었던 신분에 의한 계층의 분화도 사라졌다. 가족의 개념이나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나아가서는 ‘죽음’에 대한 산 사람들의 철학도 바뀌어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달라졌다. 달라진 세상에 걸맞게 예절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부모를 귀히 여기고 조상을 섬기는 정신 그 자체야 바뀔 리가 없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역사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돈벌이 납골당 설치 안될 말



그런데 우리들의 상례(喪禮)나 제례(祭禮)는 아직 과거의 형식에 매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방식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조상을 섬기는 정신이야 계승해야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조상을 섬기는 가는 지금의 시대에 걸맞게 고쳐 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에 대하여는 일치된 의견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방법으로 제례나 상례를 치루어야 된다는 원칙도 없다. 개개인 모두가 저마다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자신의 방식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신념에만 모두 내맡길 수만은 없다. 거기에도 일정한 룰이 있어야 한다. 그 규칙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에 반하는 예절이나 의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부모와 조상을 섬기는 정신은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또 가족과 문중들이 화합하고 저마다의 가풍을 살려 가는 것은 매우 귀중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가까운 혈연끼리 상부상조하고, 이 정신을 더더욱 넓혀서 사해동포에 까지 펼쳐 간다면 사회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환경 친화적인 죽음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매장하여 묘지를 만든다는 것은 현재의 우리 나라 산림(山林)의 형편상 맞지 않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야산의 많은 부분이 묘지로 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선산의 관리가 이제는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집안마다의 형편은 좀 다르겠지만, 철마다 금초하고 떼 입히고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상에 대한 보본(報本)의 정신도 살리고, 이 시대에 걸맞는 의례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불교계도 보다 책임 있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분수에 넘치는 납골당을 계획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울리는 일이 혹이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납골당 사업이 이루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선구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시대 맞는 장묘 문화 선도해야



불교에는 죽음에 관한 여러 문헌이나 문화가 전해 내려온다. 우란분절만해도 그렇다. 게다가 좬우란분경좭이라는 귀중한 경전이 있다. 조상을 절 섬긴다는 그 ‘섬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삶에 대한 긴 안목과 폭넓은 인식을 갖도록 포교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삶과 죽음을 별개로 보지 않고 총체적으로 보는 안목과 그에 따르는 인생관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례 문화와 불교






음력으로 10월이 되면 속가에서도 문중마다 꼭 치루어야 할 일이 있다. 시제이다. 시향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6대조 이상의 조상 묘지에 가서 하루에 대대로 지내는 이른바 문중의 공동 제사이다.

이 날이면 안에서는 제수를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하고, 산에서는 제사 준비에 바쁘다. 산신제를 지내고 축문 읽고 음복 술을 마시고 온 집안의 큰 행사가 벌어진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 고향을 지키고 사는 친척들은 불과 얼마 안 되고, 남아 있다고 해도 나이 드신 분들이 태반을 이룬다. 조선시대에 정착되었던 신분에 의한 계층의 분화도 사라졌다. 가족의 개념이나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 나아가서는 ‘죽음’에 대한 산 사람들의 철학도 바뀌어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달라졌다. 달라진 세상에 걸맞게 예절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부모를 귀히 여기고 조상을 섬기는 정신 그 자체야 바뀔 리가 없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역사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돈벌이 납골당 설치 안될 말



그런데 우리들의 상례(喪禮)나 제례(祭禮)는 아직 과거의 형식에 매여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방식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조상을 섬기는 정신이야 계승해야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조상을 섬기는 가는 지금의 시대에 걸맞게 고쳐 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에 대하여는 일치된 의견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방법으로 제례나 상례를 치루어야 된다는 원칙도 없다. 개개인 모두가 저마다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자신의 방식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신념에만 모두 내맡길 수만은 없다. 거기에도 일정한 룰이 있어야 한다. 그 규칙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에 반하는 예절이나 의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부모와 조상을 섬기는 정신은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또 가족과 문중들이 화합하고 저마다의 가풍을 살려 가는 것은 매우 귀중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다. 가까운 혈연끼리 상부상조하고, 이 정신을 더더욱 넓혀서 사해동포에 까지 펼쳐 간다면 사회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환경 친화적인 죽음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매장하여 묘지를 만든다는 것은 현재의 우리 나라 산림(山林)의 형편상 맞지 않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야산의 많은 부분이 묘지로 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선산의 관리가 이제는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집안마다의 형편은 좀 다르겠지만, 철마다 금초하고 떼 입히고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상에 대한 보본(報本)의 정신도 살리고, 이 시대에 걸맞는 의례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불교계도 보다 책임 있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분수에 넘치는 납골당을 계획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울리는 일이 혹이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납골당 사업이 이루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선구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시대 맞는 장묘 문화 선도해야



불교에는 죽음에 관한 여러 문헌이나 문화가 전해 내려온다. 우란분절만해도 그렇다. 게다가 좬우란분경좭이라는 귀중한 경전이 있다. 조상을 절 섬긴다는 그 ‘섬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삶에 대한 긴 안목과 폭넓은 인식을 갖도록 포교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삶과 죽음을 별개로 보지 않고 총체적으로 보는 안목과 그에 따르는 인생관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규탁(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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