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이자 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을 역임한 신현득 시인이 시집 ‘속 좁은 놈 버릇 때리기’를 펴냈다.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하지만 노 시인에게는 부족했나보다. 아예 ‘항일시집’이라고 머릿글을 달았다.
“저는 5학년이 되어서야 광복을 맞았고 우리에게도 국권이 있다는 것, 역사가 있다는 것, 태극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는 쫓겨 가는 일본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반성을 모르는 그들을 보면서 항일시를 쓰게됐습니다.”
시인은 역사를 시로 담았다. 그 속에 드러나는 일제강점기의 만행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도 시가 됐다. 그래서 제목은 ‘버릇 때리기’로, 목차는 ‘첫 번째 때리기’부터 ‘일흔다섯 번째 때리기’로 했다.
“일제는 수많은 열사들의 목숨을 앗아갔죠. 하지만 우리는 그 열사들의 마지막 순간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일본인에게 불손한 말 한마디를 했다고 해서 일본경찰에게 끌려가, 목검으로 스무 대를 맞고 다리와 허리가 부러진 채 앓다가 숨진 마을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나는 항일의 시로 매를 때려 저들의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세수 83세인 노시인의 필봉이 여전히 날카롭고 단단한 이유가 느껴진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294호 / 2015년 5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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