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처님 지혜로 힘든 세상 견딘 삶[br]초록 계절에 만난 또 하나의 경전

기자명 이미령

제2회 신행수기 공모 총평

연초록 계절인 5월이면 아무리 삶이 고달팠다 해도 ‘이젠 좀 크게 숨 쉬며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안도감이 돈다. 최종심사를 기다리는 신행수기 응모작들은 저마다 안도감에 맘껏 기지개를 켜는 사연들로 가득하다.

가피입고 기적을 체험한
개개인의 소중한 고백들
위기에서 얻은 깨달음과
변화과정 정리할때 공감

축산학도를 꿈꾸던 고등학생이 교사체벌로 인해 일그러진 삶을 살아가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스스로의 회심으로 학교 선생님으로 다시 서게 되었다는 김호준 교사의 사연이 쿵~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다. 폭력으로 일그러진 이 세상에서 폭력의 아픔을 훌륭하게 딛고 일어선 그의 수기에 가장 큰 상인 총무원장상을 주는 데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무리 없이 모아졌다.

재소자 경오 불자의 신행수기는 특별했다. 사형을 선고받을 때에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형수의 사형집행을 목격하면서 ‘나도 저렇게 죽는구나’라는 두려움이 사무쳤고, 그제야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자신이 남에게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를 절감하면서, 그로 인해 참회하는 삶을 살게 됐다는 내용이다. 내게 소중한 것은 남에게 소중한 법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보다 더 사무치게 와 닿을 수는 없었으리라. 그 참회의 사연이 소중하게 느껴져 포교원장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반면, 87세 천진화 보살님의 수기는 행복으로 넘친다.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생활은 사별로 끝이 나지만 그 허탈함을 수행의 기쁨으로 채워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에 파묻혀 지내는 노년의 인생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생도 있다. 이런 노년이야말로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이 아니겠느냐며 중앙신도회장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에 심사위원들이 즐겁게 의견일치를 보았다.

육군사관학교의 말년병장 송동석의 수기는 정말 신선했다. 군생활을 행복하게 여기는 한국 남자들은 거의 없으리라. 하지만 그는 힘들기 짝이 없는 군 생활을 군법당에서 배운 수행을 실천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그의 수기에는 생사가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나 극적인 회심의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론에 머물고 말 수도 있었을 수행체계들을 몸으로 느껴보면서 힘든 시절을 뿌듯하게 보내게 되었다는 그의 수기는 묘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현실의 젊은이들에게 실제로 살아갈 힘을 줘야 하는 종교’가 바로 불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그에게 불교방송사장상을 안겨줘서 기분 좋다.

법보신문사장상으로는 법광 전상삼 불자의 수기를 선정했다. 3년에 걸친 아내 병간호 시절을 스스로는 기도와 수행의 시간으로, 그리고 다른 환자들을 위한 봉사와 포교의 시간으로 보냈다는 그의 담담한 고백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70대로 접어든 뒤에 찾아온 고난이건만 그 힘든 상황을 겪어내는 모습에서 진지하고도 흔들림 없는 말뚝신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밖에 권수현 불자의 응모작을 포함하여 총 11편을 바라밀상으로 선정했다. 한 편 한 편 간절하고 진지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글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는 의구심에 신행수기 심사위원이라는 직책이 버겁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힘든’ 세상을 ‘힘찬’ 걸음으로 살아나가는 데에 본을 보여주는 막중한 임무를 해냈다는 안도감도 크다.

▲ 이미령
심사평을 마치면서 내년에 응모하실 분들을 위해 작은 팁 하나를 드리고 싶다. 응모작들은 주로 병이나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도의 힘으로 나았다는 신앙체험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피를 입고 기적을 체험했다는 고백도 소중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가 어떤 일깨움을 주었는지를 진지하게 살펴보고, 신앙생활로 자신의 어떤 면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바뀌었는지를 차분하게 글로 정리해보시기를 권한다. 누구에게나 고난은 찾아오겠지만 고난이 누군가에게는 거듭 나는 기회가 된다. 이런 내용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신행수기는 세상 사람들이 수지봉독해야 할 또 하나의 경전이 되어준다는 걸 살짝 귀띔해드린다.

이미령 북칼럼리스트

[1295호 / 2015년 5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