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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영적 보시

기자명 서광스님

존재 의미 깨달아가는 행복한 삶 유도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칠보를 보시한다면 그 사람이 얻을 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복덕은 복덕이 아니기 때문에 복덕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서 단지 네 구절로 된 게송만을 간직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 가르쳐 주어도 그 복이 더 크다.

금강경 내용 가르쳐주는 것은
물질적 보시보다 훨씬 본질적
불법공부는 통찰하는 게 중요
나누는 삶의 행위로 전환돼

왜냐하면 수보리야, 일체의 모든 부처와 그들이 깨달은 가장 높고 넓은 올바른 깨달음들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보리야, 소위 불법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불법이 아니다.”

위에서 부처님은 온 우주를 가득 채울 만큼의 칠보를 보시하는 것보다 ‘금강경’의 네 구절을 뽑아서 설명해 주는 것이 더 훌륭하다고 말씀하신다. 그 이유가 ‘금강경’ 안에는 가장 높고 넓은 올바른 지혜가 들어있고, 그래서 모든 부처님들이 바로 이 ‘금강경’을 통해서 깨달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로서 심리학의 제4세력인 자아초월 심리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아브라함 메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6단계(①신체적, 생리적 욕구 ②안전에 대한 욕구 ③사랑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 ④존중욕구 ⑤자아실현의 욕구 ⑥자아초월의 욕구)로 제시하고 앞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더 상위단계의 욕구로 이동한다고 보았다. 또 우리 인간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①~④ 단계의 욕구가 어느 정도까지는 충족이 되어야지 지나치게 결핍되면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이들을 기본(결핍)욕구라고 불렀다.

여기서 보시의 기준을 메슬로의 욕구위계설에 근거해서 본다면, ①은 물질적 보시(財施), ②~④는 정신적 보시(無畏施), ⑤~⑥은 영적보시(法施)와 관련지을 수 있다. 즉 물질적 보시와 정신적 보시는 각각 타자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돕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고, 영적 보시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보다 깊이 있는 삶을 살도록 돕는 데 있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궁극적인 깨달음과 성장, 행복으로 인도하는 ‘금강경’의 내용들을 깊이 새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물질적 보시에 비해서 훨씬 더 본질적이라는 말씀이 그다지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부처님은 왜 불법이, 불법이 아니라고 하셨을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누구인지, 왜 고통스러워하는지, 왜 서로 베풀고 도우면서 살아야 행복해지는지, 또 왜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등 건강하고 행복하게 존재하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에 관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순간순간 일어나는 우리의 경험들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자각하고, 살다가 고통을 만나면, 자애로운 마음이 고통과 함께 머물도록 함으로써 연민심이 생겨나게 하고, 다시 그 연민심은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돌보는 다양한 방편적 지혜를 낳도록 가르치신 것이다.

불법을 산삼에 비유하자면, 산삼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어디에서 많이 난다는 식으로 설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냥 산삼을 직접 씹어서 먹고 그 힘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 행동, 말,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금강경’의 네 구절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칠보를 보시하는 공덕보다 더 큰 공덕이 된다는 진짜 의미일 것이다.

한마디로 불법을 공부할 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느끼고 깊이 통찰하라는 것이다. 그러한 통찰이 타자를 향해 봉사하고 나누는 삶의 행위로 전환되어, 불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96호 / 2015년 5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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