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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으로 지은 죄악 참회해 소멸하길 원하나이다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6.08 11:01
  • 수정 2015.10.20 18:06
  • 댓글 5

SNS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하다보면 다양한 정보와 접촉하게 된다. 한번은 벌목하는 기계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봤다. 단 몇 초만에 거대한 나무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 안에 숨겨진 거대한 탐욕과 분노에 진저리쳤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지어진
작은 원결 무시하기 보단
매일 자비도량참법 의지해
통쾌히 참회하는 삶 살길

서양식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활용하여 오직 정복할 뿐이다. 그리고 이 세계관에 물든 인간들을 품고 있는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몸살을 넘어서는 더욱 심각한 피해가 생긴다면 분명 지구는 인간을 뱉어낼테니 인류는 큰 두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카싸파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출가한 젊은 비구가 있었다. 이 비구는 무려 2만년동안 정말 열심히 수행했다. 홀로 숲속에서 고요히 계행을 지키며 선정력과 지혜를 키워나갔다. 하지만 죽음의 왕이 찾아올 때까지 아라한이 되지 못했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 마음챙김을 하고 있던 비구는 갑자기 에라까 나무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환상을 경험하며 큰 두려움을 느꼈다. 나무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원한의 기운은 도대체 무엇인가?

비구는 문득 2만년 전 강가에 배를 타고 지나가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 속의 젊은 비구는 무심코 지나가는 나뭇가지를 만졌는데 배가 워낙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나뭇잎 하나를 뜯었다. 의도치 않게 에라까 나무에게 해악을 끼친 비구는 그 순간 참회해야 했으나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고, 에라까 나무의 마음에는 원한이 생긴 것이다! 원한의 결박과 장애로 인해 이 비구는 오랜 시간 수행에 정진했음에도 도과를 얻지 못하고 죽어서 ‘에라까빳따’라는 용왕으로 태어났다. 용왕은 자신의 신통력으로 전생을 살펴보니 나뭇잎 하나와의 원결로 인해 큰 장애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시기를 오랜시간 학수고대한다.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석가모니부처님과의 만남에서 세존은 이렇게 법문하신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오래 살기도 어렵네. 참된 진리를 듣기도 어렵고, 붓다가 출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네.”

법구경 182번째 게송인 법문은 인간으로 태어났던 소중한 기회를 초목과의 원결로 인해 잃어버린 용왕을 향한 경책이었다.

인간은 모두 각자의 인생길을 항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길은 파멸의 길과 행복의 길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용왕의 전신인 비구는 행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무려 2만년간 열심히 정진하지만 에라까 나무와 원한의 끈에 묶여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자아의식이 미약한 식물과의 원결조차 이렇게 무서운 열매를 맺게 되는데 우리 인류가 맺은 지구와의 원결은 그 열매가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올지 사뭇 두려운 마음이 든다.

인류 전체가 받을 과보도 과보지만 개개인이 맺은 수 많은 원결들은 또 어떠한가? 초목, 친구, 가족, 동료, 스승 등 살아가면서 만난 모든 인연들이 전부 은혜로써 맺어졌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히말라야보다도 더 높은 원결의 덩어리를 가지고 있을텐데 감당이 불감당이다.

무서운 과보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부처님께서는 두 종류의 훌륭한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첫째는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이고, 둘째는 잘못한 것을 참회하고 고치는 사람이다. 알게 모르게 지은 모든 원결로 인해 생겨날 과보가 두렵다면 부처님께서 조언해주시는 것처럼 열심히 참회하자.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매일 아침 ‘자비도량참법’을 의지해 통쾌하게 참회하고, 무릎이 닳도록 오체투지 하면서 발원한다.

“무시 이래 오늘에 이르도록 탐욕과 진심으로 6식을 일으키고, 6진을 따르면서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혹은 중생에게 지었고, 혹은 비중생에게 지었고, 혹은 무루의 사람에게 지었고, 혹은 무루의 법에 대해 지었으니, 이렇게 탐욕과 진심으로 지은 죄악을 오늘 참회하여 소멸하기를 원하나이다.”

작은 원결이라고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어서 빨리 참회하기를 나의 오랜 도반들에게 간절히 권한다.

[1297호 / 2015년 6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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