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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난민사태, 불교·이슬람 갈등으로 비하되나

  • 해외
  • 입력 2015.06.08 17:58
  • 수정 2015.06.09 09:26
  • 댓글 6

▲ 이슬람 소수 민족 로힝야족이 바다 위에서 표류하며 잇따라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 난민 사태가 국제사회에 부각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불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갈등으로 비하될 조짐을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라이라마도 미얀마 정부가 보다 관용적인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와 불교계의 입장은 쉽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등 밀입국 시도 중
수천 명 해상 표류·사망 발생
미얀마 “자국민 아니다” 미온
인접국가들 난민 거부로 악화
이슬람교도들 “불교 탓” 시위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에 급속히 부각된 것은 최근 8000여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해상에서 표류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난과 종족·종교 분쟁을 피해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밀항을 시도한 이들이 물과 식량 부족으로 표류하게 된 것. 이들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에 정착을 희망했지만 이들 국가가 입국을 거부하며 일부 선박이 침몰, 사상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 사태는 방글라데시 접경지인 미얀마 서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는 로힝야족의 무국적 난민상태가 오랜 세월 지속되면서 불거졌다. 로힝야족을 미얀마 독립 이후 방글라데시로부터 불법 입국한 무국적자로 규정하는 미얀마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가운데 최근 로힝야족이 태국을 경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며 국제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국제인신매매단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방콕포스트 등 다수의 국제 언론들은 인신매매조직들이 결혼과 취업, 밀입국주선 등을 미끼로 방글라데시 남부와 미얀마 서부에서 로힝야족을 배에 태워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로 이송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단속을 피해 바다에 버려지는 보트피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이러한 인신매매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기 보다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서로 미루며 국경을 닫아걸어 로힝야 난민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슬람교도들이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해 사태는 종교 갈등으로 비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5월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200여 명의 이슬람교도가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처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로힝야족 탄압을 불교계에서 주도하고 있다”며 스님 인형을 불태우고 “무슬림 로힝야, 우리가 함께 있다”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된 이슬람 협력기구(OIC)도 쿠웨이트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난민문제를 논의하는 등 조직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도 목소리를 냈다. 달라이라마는 5월28일 호주언론 ‘더 오스트레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수 천 명이 바다 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에 슬픔을 느낀다”며 “아웅산 수치 여사가 로힝야족을 돕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달라이라마는 “미얀마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로힝야 난민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인접 국가들에도 일침을 가하며 “타인의 삶과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수치 여사가 로힝야족 문제에 적극 개입할지는 미지수다. 미얀마 정부 또한 이번 사태가 자국만의 책임이 아니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미얀마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극우 불교계는 5월27일 양곤서 시위를 벌이며 “난민인 척 꾸미며 미얀마로 들어오려는 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로힝야족 난문 문제를 이슬람과 불교의 종교 갈등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편협된 시각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로힝야족 문제는 종교간 갈등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지속돼온 버마족과 로힝야족의 민족 갈등”이라고 지적하며 “식민지배기를 거치며 악화된 민족 갈등에서부터 기인하는 현 상황이 종교간 갈등으로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미얀마 불교계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자칫 불교가 이슬람교와의 종교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미얀마 불교계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297호 / 2015년 6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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