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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을 가옥 3분의2 파괴 한국불교 온정이 희망 되살려”

  • 교계
  • 입력 2015.06.15 11:31
  • 수정 2015.06.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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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서 의료봉사 권현옥 108자비손 대표

▲ 네팔 지진피해 현장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온 권현옥 원장은 2차 봉사 기간 중 16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네팔 룸비니에서 10차에 걸친 의료봉사를 전개한 권현옥 108자비손 대표(권현옥산부인과의원장)가 네팔 지진 발생 후 두 차례에 걸쳐 피해 지역으로 구호 봉사를 다녀왔다. 6월7일 2차 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네팔 현지의 참상은 암울했지만 한국 불자들의 온정이 있었기에 희망이 있다”며 생생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권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6월2~7일, 2차 봉사 진행
단꼿·밤띠본달마을 찾아
10시간 이동 1600명 진료

▶네팔 지진피해 지역 봉사는 어떻게 동참하게 됐나?
“네팔 지진피해 소식이 들리자마자 대한의사회 의료봉사팀 선발대로 5월1~12일 1차 봉사를 다녀왔다. 하지만 한 번의 봉사로 끝내기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다시 짐을 꾸려 6월2~7일 2차 봉사를 다녀오게 됐다. 특히 2차 봉사를 전개한 지역은 카트만두 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단꼿과 네팔 지진피해 2차 진앙지로 카트만두에서 동쪽 230km, 자동차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오지마을 밤띠본달에서 진행됐다. 밤띠본달에서는 마하이주민단체협의회와 함께 봉사를 전개했다.”

▶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6월3일 오후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단꼿을 찾아가 오후2시부터 7시까지 300명을 진료했다. 4일에는 오전4시에 출발해 밤띠본달로 이동, 오후2시 도착해서 오후8시까지 렌튼을 비추어가며 300명을 진료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오전6시부터 오후3시까지 같은 장소에서 700명을 진료했다. 이날 오후3시 밤띠본달을 출발, 히말라야 중간마을에서 눈을 붙이고 6일 오전4시 출발, 오전10시 단꼿의 사찰 지따와나비하르에 도착해 다시 300명을 진료했다. 접근이 어려운 히말라야 산속 마을에는 응급비상약세트 500개를 전달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오후11시 비행기로 중국 광저우를 거쳐 7일 입국했다. 식사를 거르는 일이 예사였고 추위에 떨며 차안에서 쪽잠에 들기도 했지만 부서진 집에서 먹을 것은 물론 약도 없이 고통을 견디고 있는 현지 환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장 어렵고 취약한 지역은 어느 곳이었는가?

“네팔 오지마을인 밤띠본달에는 300가구가 거주하는데 1차 지진 당시 많은 곳이 부서지고 2차 지진으로 인해 마을의 3분의2 가량이 소실됐다고 한다. 환자들 중에는 일주일 전 한국의 구호 봉사 소식을 듣고 5시간 동안 걸어 온 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불교 전통마을인 이 지역의 500년 역사를 가진 사찰 도동군바가 파괴돼 50명의 스님과 50명의 고아들이 당장 거처도 없이 굶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밤띠본달을 의료봉사지로 선택한 것은 네팔 룸비니에서 10차에 걸친 봉사를 할 당시 항상 도움을 주는 네팔 현지 의료봉사자 돌마, 텐바 씨로부터 그들의 고향인 이 지역에 어떤 구호의 손길도 닿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산모가 열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오던 중 결국 차 안에서 아기를 낳다가 생명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이 지역으로 봉사를 가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환자들의 상태는?
“단꼿의 18세 장애인은 30kg 정도의 외소한 몸으로 왔다. 영양실조 상태였다. 60세 귀 종양을 가진 할머니는 치료도 하지 않고 고름과 피범벅이 된 사과만한 귀를 감추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밤띠본달에서는 환자 50% 이상이 의사를 처음 본다고 했다. 그만큼 의료 환경이 열악했다. 6세 소녀가 장염이 심해 탈수로 왔기에 이 소녀에게는 큰 마을로 내려가 링거를 맞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6세 소년 텐바는 코에 용종이 있어 코피가 자주 나는 상황이었다. 용종은 자꾸 커지면 숨을 쉬지 못해 목숨이 위태롭기에 수술을 권했지만 집이 부서지고 먹고 살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부모의 말에 카트만두에서 수술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고 수술비 10만원을 후원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환자는 10살의 소녀 세라였다. 세라는 눈 종양을 앓고 있었다.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큰 수술을 해야 한다. 이 소녀의 수술을 위해 한국에서 후원자를 찾으려고 한다. 후원자를 찾지 못하면 ‘108 자비손’의 기금과 개인 적금을 해약해서라도 수술을 시켜줄 생각이다.”

▶의료 봉사 기금은 어떻게 조달 했는가?

“2차 의료봉사에는 대한의사회로부터 5000만 원 상당의 약을 후원받았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후원한 1000만 원, 정토마을 이사장 능행 스님이 후원한 500만 원은 마하이주민단체협의회로 직접 전달해 구호봉사 기금으로 회향했다. 그리고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과 불국사 회주 종상 스님, 희상, 원돈, 여해 스님이 큰 보시를 해 주셨다. 또 많은 비구니 스님과 한국의 많은 불자들, 108자비손 회원들의 따뜻한 보시가 있었기에 이번 봉사가 가능했다. 이밖에도 매년 2회 봉사를 갔던 룸비니무료병원의 재정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백련불교문화재단 문중 스님들이 3년 동안 직원 월급을 후원해주시기로 약속했다.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여기라 믿는다. 봉사가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그 향기가 우리 세상을 아름답게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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