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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사라진 시대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6.15 13:09
  • 수정 2015.10.22 12:07
  • 댓글 0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한국을 온통 감싸 안은 함성이었습니다. 온 국민이 자신감에 넘쳤고 용기가 백배 하였습니다. 월드컵의 4강이 우리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함께 했고 함께 안타까움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그 감동은 우리의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어서 생각만 하면 다시 살아납니다.

세상 온통 어두운 소식에
젊은이들도 걱정만 늘어나
희망·절망, 본인 선택에 달려
긍정적 마음으로 꿈 키워야

온 국민이 함께 한 그 경험은 우리 민족의 역사에 큰 자신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역시 개최국인 브라질이 4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4강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몹시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그들의 월드컵은 오히려 좌절과 실패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왜 같은 결과를 얻었는데 이렇게 다른 정서로 남아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요즘 꿈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봐도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걱정과 불안의 소리들만 큰 목소리로 들리게 합니다. 뉴스를 보지 않아도 저마다 들고 있는 핸드폰에서 걱정의 소식들이 넘쳐납니다. 어느 곳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나가는 길에서 술을 한잔하는 사람들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들입니다. 남을 비난하는 것은 왠지 내 책임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돌아가 집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누군지 만난 적도 없고 사실은 그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비난만 했습니다. 너무 미안할 뿐입니다.

절망은 우리가 그것을 선택하고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내가 부정적인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오히려 내 마음을 온통 불안으로 꽉 채우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보고 있는지가 초점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피해야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삼아서 더 발전하자는 목소리는 쉽게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온 나라를 흔들던 기쁨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꿈과 희망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도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세상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같은 월드컵 4강의 경험에서 한 나라는 평생 경험하지 못한 가장 큰 축제가 되었고 한 나라는 가장 큰 슬픔과 좌절을 경험합니다. 이는 세상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부산의 조계종 연합회에서는 재가안거 수행을 하기로 해서 여러 사찰에서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안거기간 동안 스스로 약속한 수행을 실천하고 수첩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저는 작은 선행으로 하루에 한 번 이상 상대의 소중한 점 발견하기와 칭찬하기로 정했습니다. 혹여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 순간에 그 사람의 장점을 떠올리기로요. 보통은 그 순간에 그 사람의 부정적인 것들이 마구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려고 아우성을 칩니다.

▲ 하림 스님
미타선원 주지
그러나 그때 잠시만 틈을 두고 ‘관세음보살’을 세 번 염송하고 다시 그 사람의 잘했던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그러면 우선 지금 현재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평소에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에서 ‘그런 상황에선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바라보는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또 화난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감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의 감정을 누군가가 선택해 주진 않습니다. 내가 그 상황을 긍정적인 장면으로 본다면 내겐 꿈이 늘 살아있을 것입니다. 상대를 칭찬하고 소중함을 알아준다면 그는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꿈과 희망을 이루는 데 큰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작은 발걸음이 숲속에 길을 내듯이 작은 실천이 내 삶의 길을 희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모두 꿈을 향해 기쁘게 걷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용기와 희망을 선택하며 삽시다.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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