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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공휴일 40년

기자명 서재영

햇살 따가운 6월이면 녹음은 싱그러움을 더해가고, 산사는 고즈넉한 정적 속으로 빠져든다. 이맘때쯤이면 1년 중 가장 바쁘고 할 일도 많은 봉축행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전국의 모든 사찰은 분주했고, 종무원은 물론 불자들도 구슬땀을 흘리며 봉축행사를 성대히 치러냈다.

특히 올해는 광복70주년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가 개최되어 분주함이 더했다. 그런 점에서 어느 때보다 특별한 봉축행사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특별한 행사와 분주함 속에 놓치지 말아야할 것을 놓친 것도 있다. 바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40돌에 대한 기념과 평가이다.

한국 현대불교사에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종교편향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진 계기도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 건이었다. 크리스마스는 1948년 미군정 시절에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고, 그 이듬해 이승만 정권에 의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물론 당시 기독교 인구는 전체 인구대비 3%에도 못 미치던 때였다.

반면 전통 종교이자 절대 다수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던 불교의 상황은 달랐다. 미군정 이후로 나타난 이런 불평등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편향된 종교정책을 등에 업고 기독교의 교세가 날로 팽창해 가던 그 때 불교는 정화불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 물론 그 발단도 이승만 정권의 정화유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교계가 이런 부당성을 깨닫고 행동에 나선 것은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되고 24년이 지난 1973년이었다. 당시 수도변호사협회 회장이던 용태영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에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써 오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불교계의 움직임이 촉발되었고, 1975년 1월14일 마침내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로 확정되었다.

1970년대 초중반은 현대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불교계의 발목을 잡고 있던 정화 관련 송사가 1972년 3월 종결되어 10년에 걸친 분열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아가 1972년 대원불교대학 개원, 1974년 한국불교연구원 개원과 불이회 창립 등 재가불교운동도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고, 그해 11월 광덕 스님은 월간 ‘불광’을 창간하며 불광운동을 시작했다. 군목에 대응한 군승파견, 중앙교육원 개설, 총무원 청사 기공 등 질곡에서 벗어난 불교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시절이 이때였다.

지난 40년 동안 봉축 관련 행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 122호가 되었고, 종로에서 펼쳐지는 봉축행사는 가장 많은 외국인이 찾는 대표적 축제가 되었다. 나아가 전국 사찰의 밤하늘을 밝히는 연등도 화려해졌다. 이렇게 지난 40년은 봉축행사에 대한 외형적 틀을 잡아가고, 눈에 보이는 성장에 치중해 온 시기로 볼 수 있다. 그 결과 부처님오신날 사찰의 밤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화려한 복장, 아름다운 연등, 불을 뿜는 장엄물이 봉축행사의 전부는 아니다. 그 모든 의례와 문화를 뒷받침하는 정신적 내용과 자비의 실천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처님을 맞이한다며 사찰을 화려하게 꾸미느라 분주하지만 정작 싯다르타 태자는 왕궁의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출가했다. 달마대사 또한 찬란했던 양나라의 사원을 뒤로하고 한 줄기 갈대를 꺾어 타고 소림사로 들어가 외로이 면벽했다. 이제 겉으로만 화려해져 왔던 봉축행사를 돌아봐야할 때가 왔다. 의례적으로 행하는 행사를 넘어 봉축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무엇이 진정으로 부처님을 맞이하고 내면화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숭고한 정신과 중생을 향한 자비의 실천이 없다면 불을 뿜는 화려한 장엄물과 아름다운 연등이 연출하는 신비로운 사찰의 밤풍경은 신기루와 다를 바 없다. 부처님은 그와 같은 모양이나 음성으로 오시지 않기 때문이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puruna@naver.com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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