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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기도 임수영 씨

기자명 법보신문

▲ 현정·32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수많은 생중에 불교와 인연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어머니께서 나를 낳으시기 전에 큰 절에 올라가 기도를 하시고, 스님께서 잘 키우라는 꿈을 꾸셨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절을 좋아했고, 자주 다녔다. 주중에도 혼자 절에 가기도 하고, 주말에는 어린이법회에 참석했다.

초교 입학 전 성철 스님 친견
백련암 아비라기도 첫 체험
절·능엄주 3독 일과수행도
부처님과 대화하는 듯 느껴

해인사 백련암과 인연이 닿은 것은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 당시 외숙모를 따라 멋도 모르고 아비라기도에 참석했다. 사실 지금은 거의 30년이 지난 시간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뚜렷이 기억나는 점은 성철 큰스님의 형형한 그 눈빛이었다. 그리고 내게 하신 한 마디가 잊혀 지질 않는다. “니 중 되라.” 당시 성철 큰스님은 몸이 편찮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주위 스님들 도움을 받아 아비라기도 중인 대중들을 돌아보시며 격려를 해주셨다. 그 때 본 스님의 눈빛과 스님되라는 말씀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지금은 복이 부족했는지 출가인연은 닿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행자 못지않은 모범적인 재가불자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아비라기도를 하고 나서부터 예불대참회문, 능엄주를 일과수행으로 삼고 있다. 사실 그동안 매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과수행을 하는 동안 오롯이 부처님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불대참회문과 능엄주 3독에 약 30분이 걸리는데 이 시간만큼은 부처님과 단 둘이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먼저 그동안 지은 모든 죄를 참회하고 다음에는 한 분 한 분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그 부처님이 앞에 나투시는 상상을 하며 절을 올린다. 그리고 일체중생의 행복과 성불을 발원하며 예불대참회를 회향한다. 능엄주는 소리에 집중하여 외우는데, 능엄주를 할 때마다 수많은 불보살님과 성현들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 탓인지 외롭고 지칠 때마다 위로가 많이 된다.

성철 스님께서는 ‘불기자심(不欺自心)’을 강조하셨다. 스스로 자기 마음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편하고 즐겁고 유리한 조건에서만이 아닌 불리한 조건에 있을 때 자기 자신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거짓 나’에 속지 말라는 뜻이다. 정림사의 일행 스님이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이 말씀을 떠올리며 3박4일간 하는 아비라기도는 회향 후 100일을 잘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일과수행을 독려하는 경책이 바로 아비라기도인 셈이다. 그래서 1년에 1번 있는 백련암 아비라기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애쓰고 있다.

돌이켜보면 일과수행을 하면서 많은 점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급한 성격을 고쳤고 타인에게는 더 친절해졌다. 기도가 끝나면 성철 스님 말씀이 담긴 발원문에 따라 ‘일체중생이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되뇐다. 타인을 친절하게 대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발원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을 부처님 대하듯 노력하고 있다.

아비라기도를 해오면서 큰 기적은 없었다. 단지 별일 없이, 무탈하게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오히려 기적이라고 느낀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삶 속에서 큰 어려움 없이, 큰 문제없이 대학에 입학했다.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는 스님은 아니지만, 내과의로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집 가까운 곳에서 군의관으로 군복무를 하는 등 부처님의 명훈가피력이 늘 함께 있다고 느낀다. 군생활 중에서 원래 다니던 정림사에서 초기경전 공부도 할 수 있고, 절과 능엄주 수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일행 스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게 바로 가장 큰 가피가 아니고 뭘까.

일체중생이 행복하길 진정으로 발원하고 발원한다.

[1298호 / 2015년 6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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