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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를 맞은 달라이라마의 속사정

  • 기자칼럼
  • 입력 2015.06.29 11:19
  • 수정 2015.06.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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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6월21일 80번째 생일을 맞았다. 티베트망명정부가 위치하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는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무려 8000여 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달라이라마는 “90번째 생일에도 다시 와서 축하해주기 바란다”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으로 참석자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달라이라마의 건강은 비교적 양호해 보인다. 주치의는 달라이라마가 매우 건강해 앞으로도 10~20년은 거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그러니 달라이라마의 인사는 허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짜 달라이라마의 심정은 어떨까.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깊은 고민의 흔적들이 보인다. 달라이라마는 2011년 티베트 전통의 정교일치체제를 포기하고 정치적 지도자를 선거로 뽑는 혁신을 단행했다. 당시 달라이라마는 “정교일치체제는 5대 달라이라마에 의해 도입된 것”이라며 “정교분리는 전통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더 오랜 전통으로의 회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더 이상 달라이라마의 환생은 없을 것”이라 단언해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달라이라마의 환생 중지 발언에 중국이 가장 격하게 반발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통에 따라 달라이라마의 환생, 그의 혈통 단절과 지속을 결정하는 권한은 중국 중앙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달라이라마 환생자 결정 권한이 중국 정부에 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995년 판첸 라마의 환생자로 지목된 겐둔 치아키 니마(당시 6세)가 중국 정부에 의해 억류, 납치 된 후 지금껏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달라이라마 사후에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다.

정치적 지도자를 국민의 손으로 뽑을 수 있도록 전통을 바꾸고, 환생 중단이라는 극단적 처방으로 정신적 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악용을 예방한 것. 달라이라마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신의 입적 후, 조국 티베트에 조금이라도 부담이 될 만한 꼬투리들을 하나씩 정리해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여든 고개를 넘었다.

▲ 남수연 부장
달라이라마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펼치고, SNS에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신을 밝혀 정치계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어느 종교지도자 못지않은 행보다. 덕분에 최근에는 전 세계 인권과 자비 고양에 대한 공헌으로 ‘필라델피아 자유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이라마가 아무리 전 세계를 발로 뛰며 평화와 자비를 외쳐도, 여전히 한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외신의 전언대로 “113세에 입적했으면 좋겠다”는 달라이라마의 희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요즘 속세말로 ‘나라가 거꾸로 간다’지만 30년 안에는 설마 방한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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