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현대사회 승가청규’ 주제 세미나가 사부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로운 청규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교육원과 선원수좌회는 ‘조계종 선원청규’를 마련했다. 2013년 종단쇄신위원회는 ‘승가청규’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논의된 평가에 따르면 그 청규는 ‘현실에 동떨어져 있거나 과거를 답습하는 경향이 있는 청규’였다. 아울러 기존의 청규가 정착할 수 없었던 이유로 입법절차 미비에 따른 법체계로서의 공포절차 부재, 홍보미흡, 승가교육의 미반영 등을 꼽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마련한 청규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결국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다수의 동의를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앙종회의원 주경 스님이 지적했듯이 ‘실천적 규정이 아닌 개념적 규정에 머물러 있고, 그마저도 법적 실행력과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해 동의할 수 있는 청규, 입법절차를 통한 법제화까지 이끌어 낼 청규는 과연 어떤 청규일까?
계율과 불교사를 연구한 재가 학자들의 제언은 있을 수 있겠으나 청규 제정에 관한 한 승가의 몫이다. 이 규범을 지켜야 할 대중은 선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비구, 비구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현실적인 청규를 제정하려는 행보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그렇다 해도 우려스러운 점 하나는 전하고 싶다.
청규는 지켜가며 수정해 가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기존의 청규가 이런저런 이유로 문제 있다고 외면만 한다면 곤란하다. 교육아사리 금강 스님이 지적했듯이 ‘청규 제정보다 더 근원적인 본질은 구성원의 의식수준’ 아닌가. 솔직히 개방적인 논의구조를 통한 여론 수렴이라는 게 승가 전 대중에서 몇 퍼센트가 참여해야 하는가? 수정제의를 넘어서 종단의 지도자급 스님들이 모여 제정한 청규가 폐쇄적 논의구조에서 제정됐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일부 주장은 왠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좀 더 확대된 대중공의를 통해 현실성 있는 청규를 마련하려는 행보는 분명 의미 있다. 그 길로 들어섰다면 가능한 한 더 이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등 비판이 따라붙지 못하도록 완벽에 가까운 청규를 제·개정해 주기 바란다. ‘실용적 청규의 제정과 정착’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시작된 장고가 너무 길지 않기 바란다. 전국의 선원이 굳건히 지켜가는 청규가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1300호 / 2015년 7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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