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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스님 위한 무료진료기금 운영”

  • 인터뷰
  • 입력 2015.07.06 12:28
  • 수정 2015.07.0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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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기 16대 동국대 의료원장

 
시절인연 복이었다. 14대에 이어 16대 동국대 의료원장에 취임한 태석기(62·본각) 정형외과 교수가 그렇다. 한 달 전 익명의 비구니스님이 1억원을 보시했다. 스님은 어려운 스님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태석기 동국대 의료원장은 스님 마음을 종자돈 삼아 특정목적기금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불교의료현장에 몸담은 그가 오랫동안 봐왔던 스님들이 생각나서다.

기부금 종자돈 삼아 목적기금 운영
전문의료진 충원·인재양성에 최선
불교병원 전국화로 의료미래 개척

“오래 수행하다보면 경제적으로 곤란한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주지를 지냈거나 소임을 살지 않은 스님들이죠. 수행하며 혼자 마음공부하다 나이를 먹고 몸이 쇠하면 병원을 찾아옵니다. 안타까울 때가 많았어요. 제 때 치료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나 검사를 하려고 해도 스스로가 돈이 없다며 꺼려하는 스님들을 보면 마음이 아립니다. 익명의 스님이 전한 따뜻한 마음을 기반으로 진료비 기금을 만들어 동국대 의료원에서 돌볼 계획입니다.”

동국대 의료원 산하에는 의과대학 부속병원(일산과 경주) 2개와 한방병원(일산과 분당) 2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에 개원한 일산병원이다.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개원멤버인 태석기 의료원장에게도 10주년의 의미는 남달랐다.

“동국대에서 나아가 불교계에서 불교병원을 건립한 것은 근대 이후 한국불교계 최대 불사였습니다. 불자들과 스님들 보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불사였지요. 당시 모금에 중추적 역할을 한 분이 보광 스님입니다. 올해 총장으로 부임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불교계에서 일산병원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을 압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부족합니다.”

그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병원 경영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신교계나 가톨릭계에서 선교방편으로 시작한 병원들 일부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병원이 됐다. 이에 비하면 불교계는 걸음마 수준인 셈이다.

“일산병원 경영활성화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 설립됐어도 현실적으로 외부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발전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시설투자와 인재양성을 통해 다른 대형병원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의 눈에는 아직 불교병원의 수준이나 운영방식이 서툴다. 타종교보다 연륜이 짧은 까닭에 불자들이 이용하기에 썩 편리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부족함을 아는 만큼 발전할 가능성도 풍부하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래서일까. 자비희사라는 철학 아래 운영계획이 섰다.

“매출액 기준 의료원 전체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일산병원의 전국병원화가 필요합니다. 과거보다는 경영상태가 호전됐지만 이대로 경기북부지역 평범한 병원 중 하나로 머물 순 없습니다. 수년 내 예상되는 인접지역 대형병원 개원과 기존 병원들의 규모 확대 등을 생각하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공격적인 운영에 나설 것입니다.”

그는 교수진의 세대교체, 젊고 유능한 의료진 충원, 미래를 위한 인재양성, 선의의 경쟁유도, 최신 장비에 대한 투자를 고심 중이다. 불교계 의료의 상징적 존재인 일산병원의 전국화가 불교의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경주병원 문제도 산적해 있다. 환자가 없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경주병원은 지방중소도시 소재 병원으로서 경영이 어렵다. 시설 노후화, 교직원 고령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의 어깨가 무겁다. 여기에 그가 재차 의료원장을 맡게 된 이유가 있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시 지방공사 강남병원과장, 중앙대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동국대 일산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 소임을 동국대 의료원, 아니 불교계 의료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바칠 생각이다. “향후 20년 그리고 100년 뒤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놓고 가고 싶습니다. 의료원 산하 2000여 교직원들은 불자들이 믿고 편하게 찾는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양=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01호 / 2015년 7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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