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A교수 탈락 근거 제시 못해
한국연구재단, A교수 탈락 근거 제시 못해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5.07.07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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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질의에 “보인다” 추정 답변
구체적인 기존 연구 제시는 없어
“평가자 일방적인 옹호” 지적도

한국연구재단(한연)이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심사 과정에서 불교 관련 연구계획서를 편향적인 평가로 탈락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내외적으로 여러 번 연구가 이뤄졌다는 구체적인 자료 제시는 하지 못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A교수는 지난 2월말 ‘성속의 이항대립을 넘어서: 불교의 진속불이로 본 존 던의 시’라는 연구계획서를 중견연구자지원사업에 신청했다. 그러나 그는 “선행연구가 국내외적으로 여러 번 시도됐다” “이미 진부한 주제” 등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탈락됐다.

법보신문은 이와 관련해 한국연구재단에 A교수에 대한 심사자들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한연은 “존 던의 작품에 대한 불교적 접근은 연구자에 의해 이미 몇 차례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 평가자가 ‘진부한 주제’라고 지적한 것은 비교연구 방법론에서 특정 종교적 관점, 특히 성과 속이라는 이항대립적 구조를 세속적 탈속으로 재창조하려는 논의가 영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 기존 연구 유무에 대해선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는 애매한 답변을 하고 있으며, 성속의 이항대립을 불교적으로 고찰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아무런 근거도 제시 않고 “(이러한 논의가) 영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한연이 평가과정의 객관적인 검토보다는 평가자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과정에서 평가자의 종교적 성향이 작용했거나 혹은 ‘진부하다’는 것이 불교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한연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연측은 불교적 접근이 단지 학문 방법론에 해당될 뿐이며 연구자의 방법론 채택은 자유이지만 평가자들이 보기에 기존의 비교연구와 방법론적 차별성이 없을 경우에 그와 같은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한 연구자가 동일한 주제를 동일한 방법론으로 제출할 경우 창의성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으로 종교적 편향성 문제는 본 과제의 평가와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는 게 한연의 설명이다.

그러나 A교수의 연구계획이 어떤 근거로 “기존 연구와 동일한 주제이며 동일한 방법론”인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실제 A교수의 이번 주제는 기존에 만해와 존 던의 시를 비교하거나 존 던의 시 ‘금지’를 쌍차쌍조의 관점에서 다룬 것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연은 그동안 이런 방식의 연구가 많이 됐음을 밝힐 수 있는 국내외 연구 목록을 제시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평가자들이 연구방법론의 창의성에 대해서 평가한 부분을, 연구자는 제출한 연구주제와 유사한 연구가 많다는 뜻으로 오해한 것 같다”며 “방법론상 유사 연구주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하여 본인의 특정 연구주제와 동일한 연구목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맥락을 벗어난 주장으로 보인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또 한연은 일부 평가자가 A교수의 연구계획서에 대해 “새로운 주제접근”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연의 입장대로라면 향후 연구자들은 특정 작가에 대해서 단 하나의 작품을 단 한 번만 불교적으로 접근해야할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동서양의 사유체계에 대한 비교 연구는 동서양의 사상적 가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는 뜻 깊은 시도”라며 “엄격하지 못한 평가로 인해 자칫 연구자의 의욕을 꺾을 수 있는 만큼 한국연구재단은 이에 대한 정확한 탈락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다음은 법보신문 질의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의 답변

1. A교수의 연구계획서에 대해 평가자들은 “국내외적으로 여러 번 연구가 시도됐다” “이미 진부한 주제”라는 평가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연구재단도 이에 동의하나?
⇒존 던의 작품에 대한 불교적 접근은 연구자에 의해서 이미 몇 차례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 한 평가자가 ‘진부한 주제’라고 지적한 것은 비교연구 방법론에서 특정 종교적 관점, 특히 “성과 속이라는 이항대립적 구조를 ’세속적 탈속‘으로 재창조’하려는 논의가 영문학 분야에서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자와 평가자들의 고유한 입장을 모두 존중하고 있으며, 주어진 절차와 방식에 따라 개별 평가자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2. 일각에서는 서구 성직자의 시에 대해 불교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평가자의 종교적 성향에 따른 불편으로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혹시 “진부하다”는 것이 불교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본 과제의 평가는 학문 분류상 종교학 영역이 아니고 일반 영문학 영역이다. 여기에서 ‘불교적 접근’은 단지 학문 방법론에 해당될 뿐이다. 연구자의 방법론 채택은 자유이지만, 평가자들이 보기에 기존의 비교연구와 방법론적 차별성이 없을 경우에 그와 같은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연구자가 동일한 주제를 동일한 방법론으로 제출할 경우에, 창의성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종교적 편향성 문제는 본 과제의 평가와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3. A교수는 존 던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분야 전문가이며, 이번 연구계획서는 새로운 연구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가자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 즉 그동안 연구가 많이 됐음을 밝힐 수 있는 국내외 연구 목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무리한 요청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한국연구재단이 이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에서 답변한 것처럼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선정에는 일정한 기준과 요건이 있다. 평가 항목 중에는 ‘연구의 창의성’(30점), ‘연구결과의 기대효과’(10점) 등 구체적인 평가 지침이 있다. 연구자가 이미 동일한 주제와 동일한 방법론으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면, 평가자들에 따라서 저평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연구자가 평가자들에게 해당 연구 목록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해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 같다. 평가자들이 연구방법론의 창의성에 대해서 평가한 부분을, 연구자는 제출한 연구주제와 유사한 연구가 많다는 뜻으로 오해한 것 같다. 방법론상 유사 연구주제가 많다는 지적에 대하여 본인의 특정 연구주제와 동일한 연구목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맥락을 벗어난 주장으로 보인다.

4. 심사에 대해 탈락자의 불만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런 이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한국연구재단 과제선정에 대한 신뢰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리라 보인다. 현재 이의신청에 대한 한국연구재단의 대응이 미흡한 것 아닌가?
⇒2015년부터 이의 신청 제도는 보다 강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자의 이의 제기는 1차적으로 해당 전공 분야의 전문 위원이 타당성을 검토한 후, 정밀 재평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재심사 절차를 거치는데, 그 결과를 외부 위원이 다수 참여한 ‘이의 제기 심의 위원회’가 최종 결정한다. 본 연구과제는 전문 위원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이의 제기가 기각되었으며, 이의제기 규정에 따른 절차가 이미 만료된 상태이다. 이의제기 기간 이후의 연구자 불복 행위에 대해서는 재단이 특별한 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평가자들의 의견 차이의 문제를 ‘종교적 편향’의 문제로 왜곡할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전혀 없다. 종교 문제의 연구는 현재 주요 종교분야별로 평가하고 있으며, 따라서 연구자가 ‘불교적 접근’이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부당한 평가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차후에는 평가희망 분야를 ‘불교학’ 관련 분야로 접수하면 된다. 여기서는 불교학 주제에 관한 모든 연구계획서들이 불교학 전문가들에 의해서 평가되므로 종교적 편향의 문제점은 해소될 수 있다.

5. A교수의 평가 자체가 재고될 수 있는 방안은 전혀 없는 것인가?
⇒3과 4에서 답변한 대로 법적으로 규정된 모든 절차가 완료되었다. 연구자 공동체에도 약속된 틀이 있으며, 각각의 연구자들은 개인적인 불편함이 있더라도 규정과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계획서를 어떤 학문 영역에서 평가받을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상기 연구자의 경우에는 영문학, 비교문학, 종교학 등의 영역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학문 영역을 선택하여 평가받을 수 있다.
 

[1302호 / 2015년 7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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