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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니아와 진짜 외래종

강원도의 한 저수지에서 열대의 아마존강에서나 볼 수 있는 피라니아와 레드파쿠가 발견됐다. 육식성 어류인 피라니아는 때때로 사람을 공격해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물고기다. 또 레드파쿠는 남성의 고환을 물어뜯는다고 해서 ‘고환사냥꾼’이라고 불릴만큼 사납다. 국민들은 영화에서나 보던 식인어류의 느닷없는 등장에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유래를 찾기 힘든 지독한 가뭄에도 저수지에 담긴 물을 모두 퍼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무분별한 유해 외래종 유입
생태계 교란은 갈수록 가중

매년 녹조로 뒤덮히는 4대강
탐욕 의한 생태계 학살 현장

피라니아 사태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 동식물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태계는 유해 외래종에 의한 혼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낙동강 하류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괴물쥐’ 뉴트리아에 의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m가 넘는 엄청난 크기에 농작물을 마구잡이로 갉아먹어 일대 논과 밭이 초토화되고 있다. 남미에 서식하는 뉴트리아가 국내에 유입된 것은 1987년. 모피생산을 위해 들여왔지만 모피 값이 폭락하자 축산농가가 이를 방사하면서 지금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표 외래종으로 기록되고 있다.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도 생태계를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족자원 확보와 식용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우리의 환경에 완벽히 적응해 토종어류와 치어까지 먹어치우는 등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유입된 외래동식물은 2167종이다. 이 가운데 200여종 정도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식물에서 파충류와 곤충까지 관상용이나 애완용으로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보다 더욱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진행 중에 있다는 점이다. 맑은 물이 흐르던 낙동강과 한강물이 온통 초록빛이다. 강이 녹조현상으로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이 녹조로 몸살을 앓으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어류와 각종 생명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생태계 교란이 아니라 생태계 학살이다.

수십조 원을 퍼부은 4대강 사업이 2012년 마무리 된 이후 이들 강에서 녹조현상은 연례행사가 됐다. 낙동강은 하류부터 상류까지 전체가 녹조로 뒤덮였으며 녹조가 없던 한강도 올해 이례적으로 녹조가 발생해 강물이 온통 초록빛 가득한 죽음의 물결이다. 강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생명들이 허연 배를 하늘로 치켜든채 주검으로 떠오르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부들은 눈물을 삼키며 하루종일 죽은 물고기를 걷어내고 있다. 강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으면서 어민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정부는 4대강의 녹조현상이 가뭄에 따른 물 부족 때문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비켜간 섬진강에서는 녹조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정부는 4대강 공사가 끝나고 나면 가뭄이나 홍수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가뭄으로 논과 밭은 갈라지고 농작물은 자라지도 못한 채 말라비틀어지고 있는데 4대강 물로 인해 해갈됐다는 소식을 들은바가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혈세를 들여 보를 쌓아 모아 둔 물을 녹조를 해소하겠다며 하류로 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 김형규 부장
자연(自然)은 풀이하면 ‘스스로 그러함’이다. 자연은 그냥 놔둬야 한다. 강에 물이 흐르면 녹조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에게 가장 무서운 외래종은 인간일 것이다. 저수지의 피라니아도 결국은 사람이 들여온 것이다. 무엇보다 자연을 자꾸 인위적으로 훼손하면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심화되고 있다. 모든 생명이 자연에 깃들어 산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을 벗어나 착취하려고 한다. 자연의 입장에서 외래종인 인간의 탐욕만 걷어내면 모든 생명이 평화로울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2호 / 2015년 7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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