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
  • 묘장 스님
  • 승인 2015.07.13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가뭄에 단비가 내려, 땅을 적시니 고개 숙이고 허리까지 숙였던 풀들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섰다. 숲이 기뻐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웃음의 전염성 때문인지 숲이 기뻐하고 벼와 과수가 기뻐하니 농부의 입가에도 웃음이 머문다. 단비에는 그저 환한 웃음으로 반겨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날의 신문기사에는 기상청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비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하면 2500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식의 기사가 났다. 그날 내린 비는 비가 아니라 돈이었던 것이였나?

오랜만에 해외서 봉사활동을 할 때 도움을 준분을 만나 반가움에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차 한 잔 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헌신적인 삶을 살고 계셨다.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의 시간이었다. 그날 저녁 한 방송을 보는데 리더십에 대한 강의였다. 그 강사는 열띤 강의 속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인적네트워크가 중요하며 훌륭한 인적네트워크는 큰 자산이다. 돈으로 치면 1인당 1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럼 그날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건 사람이 아니라 돈이었던 것인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은 많다. 가뭄 속 농부에겐 단비가 소중하며, 외롭게 홀로 걷는 길엔 함께 걸어줄 친구가 필요하며, 어린아이에겐 돌봐줄 부모가 소중하다. 그런데 그 소중함을 꼭 ‘돈으로 얼마쯤 된다’고 해야 그 소중함이 이해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중산층이란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정도 되며 스스로 중산층이란 의식이 있는 사회집단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예금 잔고 1억 이상 보유한 사람이라고 했다. 모든 기준으로 돈을 중심으로 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도 그럴까? 우선 영국에서는 페어플레이를 하는 사람, 독선적이지 않은 사람,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는 사람을 중산층이라 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외국어를 하나이상 구사할 것, 한 가지 이상의 악기나 스포츠를 할 것, 봉사단체에 참여할 것을 중산층의 필수요소로 꼽는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주장에 떳떳한 사람,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 부정에 저항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중산층에 돈은 들어 있지 않다. 우리가 얼마나 세상을 돈으로 보고 있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불교계 안에도 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소임을 사는 스님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재산관리이고, 스님들의 연수교육에서도 경영의 관점으로 바라보라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좋은 절이라는 뜻의 수말사(秀末寺)는 어떤 훌륭한 스승이 주석하는 지, 대중이 화합해 어울려 사는 지, 신도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수순하는지가 아닌 재정규모가 얼마나 큰지가 기준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오가는 봉투는 나날이 두꺼워만 간다.

돈은 그저 편리한 도구일 뿐이다. 농부가 딸기를 수확해 돈으로 바꿔 놓으면 언제든 딸기나 감자, 오렌지 등으로 교환해 먹을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도구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이다. 망치와 정은 집을 짓기 위해 쓰고, 쟁기와 호미는 농사를 지을 때 쓴다. 집이나 농작물보다 도구일 뿐인 망치와 쟁기가 더 소중한 것이 되어 버린 세상인 셈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의 위상이 커갈수록 무엇이든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다른 이와 나를 비교하게 되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이 더욱 눈에 띄게 되어 자존감은 떨어지고, 영혼은 메말라가며, 분별심과 차별심만 결국엔 남게 될 것이다. 인간이 만든 돈에, 인간이 휘둘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이다.
이제 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바른 견해인 ‘정견(正見)’을 갖는 것이 중요한 때가 되었다. 이렇게 돈으로만 보는 세상의 견해를 바로 잡으려면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보살의 삶이나 무소유와 누더기로 대표되는 수행자의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답이 될 것이다.

묘장 스님 더프라미스 상임이사 myojang@dorisa.org
 

[1302호 / 2015년 7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