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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시대의 불교

지난 5월 평택성모병원에서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국내 최고 의료기관의 하나인 삼성의료원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전국으로 파급되었다. 이 사태로 우리가 입은 피해는 엄청나다. 35명의 귀중한 인명을 잃었고 관광업계와 서비스업계 등의 불황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수 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를 보전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국내 의료 환경이 노출되어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하던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대외적 이미지도 곤두박질했다.

이 엄청난 재난을 당하게 된 데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국민에게 제공하지 않아 괴담이 난무하여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급기야 일부 지역의 초등학교가 휴교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메르스 사태는 “어물쩍 넘어가서도, 넘어갈 수도 없다”고 말하고 사태가 수습되면 관계자를 문책할 뜻을 분명히 했다. 세속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묻는 이러한 조치는 당연한 것이고 결코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탈세속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불교의 입장을 고찰해보자.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에 의하여 이루어 졌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모든 재난에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다. 불자는 모든 재난을 통해서 인과의 진리와 우리 모두가 숙세에 지은 공업에 깊이 눈떠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덧없기 때문에 우리가 겪는 재난의 고통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런 각도에서 재난은 숙세의 죄업이 소멸하는 상서로운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염불사십팔법(念佛四十八法)’이란 책이 전해온다. 이 책을 탁월한 정토행자의 수행지침서라고 여긴 베트남의 고승 수디수카(Suddhisukha)가 영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책이 ‘원숭이 마음을 길들이기 (Taming the Monkey Mind)’로 대만의 ‘불타교육기금회(2000년)’에서 출간되었다.

‘염불사십팔법’은 염불의 사십팔 수행방법과 그 공덕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다. ‘염불사십팔법’의 ‘제27법-염불로 보시하다’와 ‘제44법-재난을 당하여 염불하다’에는 역병이 만연할 때 정토행자의 수행에 관한 기술이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자. 제27법 “전쟁이 일어나거나 역병이 만연할 때 밤새도록 중생들의 모든 죄업과 고통이 소멸되기를 기원하며 염불하라. 이러한 보시의 공덕은 진실로 불가사의하다.” 제44법 “나라가 전쟁으로 고통을 당하거나 마을에서 역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갈 때 일심으로 염불해야 한다. 한 사람이 염불하면 한 사람이 평안하고 백 사람이 염불하면 백 사람이 평안하다. 이것은 부처님이 편파적인 까닭이 아니라 오히려 항상 평등하고 차별 없는 빛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광명이 우리를 보호하려 다가오고 호법신중이 우리를 구해서 자연히 위험과 재난을 면하게 된다. 이점을 결코 의심하지 말라.”

‘염불사십팔법’의 이 가르침들은 정토행자에게 재난의 시기에 이를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가사의한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이 가르침들은 비단 정토행자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불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염불을 독경이나 진언을 외우는 것으로 바꾸어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메르스 같은 역병이 만연하는 재난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무량한 공덕을 쌓아 정토에 왕생하는 길을 불교는 제시하고 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02호 / 2015년 7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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